“하루에 휴대폰 수백번 쳐다봐”…투자 아닌 ‘도박 중독’된 코인

뉴스1

입력 2021-03-20 07:04 수정 2021-03-20 0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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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학생 김기훈씨(가명·24)는 하루 종일 손에서 스마트폰을 놓지 못한다. 지난해 말부터 시작한 암호화폐 투자 이후 시세 체크에 여념이 없기 때문이다. 여러 종류의 암호화폐에 투자를 한 김씨는 암호화폐 투자로 인해서 일상 생활이 크게 변했다고 말한다.

김씨는 “암호화폐 투자 초장기 수익을 본 이후로 이 시장에 빠질 수밖에 없었다”며 “현재는 이득을 보기도, 때로는 투자금을 잃기도 하는데 그만두기 힘든 지경까지 왔다”고 말했다.

김씨는 투자의 수익 여부를 떠나 일상 생활이 힘들 정도로 영향을 받고 있다는 점을 힘들어 했다. 김씨는 “당장 팔 코인도 아닌데 시세를 쳐다보고 있지 않으면 불안감이 든다”며 “하루 종일 스마트폰에 나 자신을 보면서 정리하려고 하다가도 마치 게임처럼 또 하게되는 것 같다”고 토로했다.

전 세대에 걸쳐 비트코인 투자가 급증하고 있는 건 더이상 새로운 사건이 아니다. 실제로 지난 1월부터 2월25일까지 국내 4대 거래사이트의 거래대금은 총 445조원으로, 불과 2개월 새 지난해 총 거래대금(356조원)을 뛰어넘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주식 및 가상화폐 앱 이용자가 급증한 수치에서도 드러난다. 키움증권 영웅문S의 경우 지난해 11월 기준 사용자 208만 명에서 지난 2월 184만명으로 39% 증가했다.

같은 기간 업비트는 63만 명에서 166만 명으로 163% 증가했으며, 미래에셋대우 m.Stock는 118만 명에서 163만 명으로 38% 증가하며 대부분의 관련 앱에서 이같은 현상이 나타났다.

업계에서는 올해 암호화폐 거래업계가 특정 금융거래정보의 보고 및 이용 등에 관한 법률(특금법) 개정안을 바탕으로 제도권에 편입되면서 연간 거래대금이 역사상 처음으로 수천조원에 이를 것이라는 분석마저 나온다.

문제는 단타성, 혹은 일확천금을 노리는 투자도 덩달아 늘어나고 있다는 점이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신용거래융자는 지난 17일 기준으로 21조원을 넘었다. 역대급 증가세다. 아울러 신용거래융자도 지난달 말 사상 최초로 22조원을 넘어섰다.

사실상 상당수의 투자가 빚을 통해 이뤄지고 있다는 의미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앞서 대학생 김씨와 같은 부작용은 쉽게 찾아볼 수 있다.

한국도박문제관리센터에 따르면, 지난해 주식이나 가상화폐 투자로 인한 도박 상담 건수는 5523건으로 전년 대비 56%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가운데 투자 중독 상담이 무려 71.8%에 해당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이같은 현상은 최근 사회적 분위기가 적지 않게 작용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단순히 월급만으로는 자산을 증식하기 어려운 사회적 구조에 지난해부터 일명 동학개미라고 불리는 개인 중심의 투자 열풍이 불면서 투자를 넘어 투기로, 다시 투기를 지나 중독으로 빠져드는 사람이 크게 늘어나고 있는 것이다.

특히 최근 LH 직원들의 부동산 투기 의혹이 불거지면서 서민들이 돈을 벌 곳은 코인이나 주식 시장 밖에 없다는 인식도 한 몫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아울러 주식 시장 역시 최근 호재를 지나 조정기를 맞으면서 단기간에 일확천금을 노리는 개인투자자들은 더더욱 암호화폐 시장으로 몰리고 있다는 지적이다.

투자금을 잃는 것도 문제지만, 수익을 내더라도 개개인들의 일상이 무너지고 있는 것도 우려 지점이다. 앞서 김씨의 사례처럼 투자가 중독으로 이어지면서 하루종일 시세만 바라보고 있는다던가, 아님 직장을 완전히 그만두고 투자에만 올인하는 사람도 늘어나고 있다. 이는 사회적으로 올바른 현상이라고 할 수 없다.

곽금주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는 “월급 모아 집을 살 수 없을 것이라는 실망감에 빠지다 보면 한탕주의에 젖을 수 있다”며 “그런 상황에서 기회가 왔다고 보고 어떻게든 올라타려하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황선영 한국도박문제관리센터 예방부장은 “투자를 위해 남에게 돈을 빌리거나 거짓말을 한다면 중독을 의심해야 한다”며 “자신이 심각하게 과몰입된 상태라면 개인 의지만으로 극복할 수 없기 때문에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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