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해철 前보좌관 부인 “야적장 만들 땅”이라더니, 계획서엔 “농사”

안산=김태성 기자 , 안산=이솔 기자 , 권기범 기자

입력 2021-03-19 03:00:00 수정 2021-03-19 05:16: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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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도시 투기 의혹]안산 투기의혹에 앞뒤 안맞는 해명

당시 박 씨가 매입한 경기 안산시 장상동에 있는 토지. 이곳은 매입 한 달 뒤 신규 공공주택지구로 지정됐다. 송은석 기자 silverstone@donga.com

3기 신도시인 경기 안산시 장상지구 내 투기 의혹을 받고 있는 전해철 행정안전부 장관의 전 지역 보좌관 부인 박모 씨(51)가 농지 매입 당시 안산시에 ‘직접 농사를 짓겠다’는 계획서를 제출했던 것으로 18일 확인됐다. “인근에 사업장을 갖고 있어 야적장 용도로 매입했다”는 박 씨 측의 기존 해명과 배치되는 대목이다.

○ 농업경영계획서 허위 작성 의혹

국민의힘 송석준 의원이 안산시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박 씨는 2019년 4월 안산시 상록구 장상동에 있는 1550m² 크기의 농지를 매입할 당시 농업경영계획서를 제출했다. 현행 농지법은 농지를 매입할 경우 지방자치단체에 농업경영계획서를 제출해 농지취득 자격을 증명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박 씨가 제출한 농업경영계획서를 보면, 주 재배 예정 작물에는 ‘감자, 고구마, 고추, 상추 등 텃밭작물’이라고 적었다. 노동력 확보 방안 항목에는 ‘자기노동력’이라고 표시했다. 17일 동아일보가 해당 토지를 둘러봤을 때도 마늘 등 작물이 심겨 있었다. 인근 주민들도 “항상 농사를 짓던 땅이고 야적장으로 쓰인 적은 없다”고 말했다.


이는 박 씨 측이 15일 입장문에서 “야적장 용도로 샀다”고 설명한 대목과 어긋난다. 이에 대해 전 장관의 전 보좌관 A 씨는 18일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아내(박 씨)가 (농지를 사려면) 야적장으로 매입이 안 되니까 살 땐 농지로 샀고, 이후에 허가를 받아서 창고를 지으려고 했다고 한다”고 해명했다. 또 “아내 말로는 2019년 4월 매입한 직후 5월에 공공주택지구 지정 발표가 나는 바람에 개발행위가 제한돼 창고를 못 지었고, 어쩔 수 없이 농사를 지어온 것”이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박 씨가 매입한 농지는 개발제한구역(그린벨트) 내에 있어 신규 공공주택지구 지정과 상관없이 야적장으로 활용할 수 없다. 안산시 관계자는 “그린벨트 농지는 잡종지로 지목을 바꾸거나 야적장으로 쓰기 위해 농지전용허가를 받는 것이 불가능하다. 허가 없이 야적장으로 활용한다면 불법 전용”이라고 말했다. 창고를 지어 농업 이외 목적으로 활용하는 것도 불법이다. A 씨는 이에 대해 “아내가 주도한 거래였고 구체적인 내용은 잘 모른다. 사업상 야적장 용도로 매입했다는 말만 들었다”고 답했다.

A 씨의 해명이 사실이라 해도 문제가 없진 않다. 박 씨는 농지를 매입하며 농업경영계획서를 허위로 작성해 신고한 것이 되기 때문이다. 사동천 홍익대 법학과 교수는 “농작물을 직접 재배하겠다고 계획서를 작성해 농지를 매입한 뒤 실제론 야적장 용도로 활용한다면 농지법 위반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 “LH 수사, 특검보다 국수본이 효율적”




한국토지주택공사(LH) 전·현직 직원 등의 부동산 투기 의혹을 수사하는 정부합동특별수사본부(합수본)는 “18일 현재 모두 37건의 사건을 접수해 내사 또는 수사하고 있다. 이 중 16건은 3기 신도시를 포함해 LH가 사업을 벌인 지역과 관련돼 있다”고 밝혔다. 고발 9건과 수사 의뢰 4건, 경찰이 자체 판단해 들여다보는 사건은 24건이다.

합수본이 LH 직원 등의 부동산 투기 신고센터 운영을 시작한 15일부터 지금까지 접수된 신고는 모두 243건이다. 이 중 50여 건은 신빙성을 갖췄다고 보고 면밀히 검토하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다음 주부터 압수물 분석과 추가 압수수색, 피의자 소환 등을 진행하는 등 수사에 속도를 낼 것으로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합수본의 수사를 총괄하는 남구준 국가수사본부 본부장은 18일 오전 “LH 투기 의혹처럼 광범위한 수사가 필요한 상황에선 전국적인 수사 지휘 체계를 갖춘 국수본이 가장 적합한 수사기관이란 확신을 갖고 있다”며 “국회의 특별검사(특검) 논의와 상관없이 국민적 의혹을 해소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남 본부장은 “특검은 특검대로, 경찰은 경찰대로 역할이 있다. (이번 수사는) 국수본이 더 효율적”이라고 강조했다.

남 본부장이 이러한 의견을 표명한 건 LH 특검이 도입되더라도 경찰이 관련 수사에 대한 주도권을 놓지 않겠다는 뜻을 내비친 것으로 풀이된다. 최근 일부에서 ‘경찰이 수사 의뢰나 고발 사건만 수사한다’는 부정적 여론이 일고 있는 것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안산=김태성 kts5710@donga.com·이솔 / 권기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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