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에… 작년 결혼 50년만에 가장 적었다

세종=남건우 기자

입력 2021-03-19 03:00 수정 2021-03-19 1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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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인 21만건 역대 최저… 10.7% 줄어
외환위기후 첫 두자릿수 감소
입국 막힌 국제결혼 35.1% 급감
이혼 3.9%↓… 황혼이혼은 3.2%↑





“결혼식을 또 연기해야 하나….”

서울에서 직장에 다니는 A 씨(30)는 지난해 8월로 결혼식 날짜를 잡았다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확산되자 약 8개월 뒤로 미뤘다. 다음 달 결혼식을 앞두고 있지만 여전히 불안하다. 코로나19가 사그라지질 않으니 식을 치를 수 있을지 걱정이다.

코로나19가 퍼진 지난해 결혼(혼인 신고 기준)이 관련 통계가 작성되기 시작한 1970년 이래 가장 적었다. A 씨처럼 코로나19에 따른 사회적 거리 두기 강화로 결혼을 미루거나 아예 취소하는 사람이 늘어났기 때문으로 보인다. 외국인 입국이 어려워지며 국제결혼이 대폭 감소한 영향도 크다. 지난해 이혼 건수는 감소세로 돌아섰는데 20년 이상을 함께 산 부부들의 ‘황혼 이혼’은 늘었다.

18일 통계청이 발표한 ‘2020년 혼인·이혼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혼인 건수는 21만3502건으로 전년에 비해 10.7%(2만5657건) 감소했다. 두 자릿수 감소율이 나타난 건 외환위기 때인 1997년(―10.6%) 이후 23년 만에 처음이다. 김수영 통계청 인구동향과장은 “코로나19로 결혼이 연기되거나 취소된 경우가 많았고, 특히 외국인 입국이 급감하면서 국제결혼이 크게 감소했다”고 말했다. 실제로 외국인과의 혼인 건수는 지난해 1만5341건으로, 전년 대비 35.1%(8302건) 줄었다. 관련 통계가 집계된 1993년 이후 최대 감소 폭이다.

국제결혼 등 남성의 결혼이 감소하며 남성 초혼 연령(33.2세)이 1990년 통계 작성 이래 처음으로 낮아졌다. 반면 여성 평균 초혼 연령은 30.8세로 10년 전보다 1.9세 늘면서 통계 작성 이래 가장 높았다.

결혼에 대한 가치관 변화와 집값 상승 등 경제적 여건의 변화도 결혼을 미루거나 기피하는 중요한 요인으로 꼽힌다. 직장인 문모 씨(33)는 최근 ‘비혼주의’를 선언했다. 서울 집값은 이미 넘볼 수 없도록 뛰어버린 데다 기본적으로 들어가는 생활비도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문 씨는 “비용을 따져보면 차라리 혼자 사는 게 속편하다. 앞으로도 결혼은 안 할 거다”고 전했다.

코로나19가 강타한 지난해 이혼 건수는 10만6500건으로 전년에 비해 3.9%(4331건) 줄었다. 2017년 이후 3년 만에 마이너스(―)로 전환된 것이다. 2012년부터 혼인이 줄며 이혼도 줄어든 데다, 코로나19에 따른 법원 휴정 등으로 이혼 절차가 길어진 영향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20년 이상 혼인을 지속한 부부의 ‘황혼이혼’은 지난해 3만9671건으로, 전년보다 3.2%(1225건) 늘었다. 관련 통계를 집계한 1990년 이후 최대다. 조영태 서울대 보건대학원 교수는 “고령 인구 증가와 여성의 경제적 지위 향상이 황혼 이혼 증가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며 “지난해 집값이 많이 올라 1주택자 세금 감면 등을 위해 이혼한 경우도 일부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세종=남건우 기자 wo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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