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절세 매물’ 늘었지만… “집값 하락은 힘들듯”

김호경 기자

입력 2021-03-18 03:00 수정 2021-03-18 03:00

|
폰트
|
뉴스듣기
|
기사공유 | 
  • 페이스북
  • 트위터
다주택 양도세율 6월 최고 75%로↑… 전국 아파트 매물 한달새 16% 증가
‘공시가 쇼크’에 매물 더 늘어날수도… 2·4공급 대책으로 매수도 관망세
전문가 “입주물량 공백 메우긴 어려워… 가격 자체가 떨어지지 않을 것”


전국 아파트 매물이 한 달 전보다 16%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공시가격 인상으로 보유세 부담이 급증한 다주택자의 절세 매물이 추가로 나오면서 올해 상반기(1∼6월)에 매물이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다주택자 상당수가 이미 부동산을 처분한 상황이어서 최근의 매물 증가가 집값을 내릴 정도는 아니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17일 부동산 정보업체 ‘아파트실거래가’(아실)에 따르면 이날 기준 전국 아파트 매물은 30만3189채였다. 지난달 17일 26만387채보다 16.4% 증가한 수치다.


○ 양도세 중과 앞두고 ‘절세 매물’ 증가


비교적 가격이 낮은 아파트가 많아 젊은층의 ‘패닉바잉’(공포매수)이 몰렸던 서울 노원구의 매물 증가 폭(28%)이 컸다. 재건축을 추진 중인 ‘상계주공5단지’와 ‘상계주공14단지’ 매물은 1개월 만에 2배 넘게 늘었다. 서울에서 한 달 전보다 매물 증가 폭이 큰 아파트 단지 상위 10곳 중 4곳이 노원구다.

‘더 늦기 전에 집을 사자’는 심리도 2·4 공급대책 이후 관망세로 돌아섰다. KB국민은행 리브부동산이 매주 집계하는 서울 매수우위지수는 지난달 1일 109.8에서 이달 1일 96.2, 8일 90.3으로 떨어지고 있다. 이 지수가 100보다 높으면 매수자가 많고 100 미만이면 매도자가 많다는 뜻이다.

다주택자들의 막바지 ‘절세 매물’이 나온 것도 매물이 쌓인 요인으로 꼽힌다. 현재 최고 65%인 다주택자 양도소득세율은 올해 6월 1일부터 최고 75%로 늘어난다. 통상 계약부터 소유권 이전 등기까지 2, 3개월 걸리는 점을 감안할 때 올해 3, 4월이 양도세 중과를 피해 집을 처분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다.

올해 ‘쇼크’ 수준으로 불릴 만큼 공시가격이 크게 올라 다주택자의 절세 매물은 다소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재산세와 종합부동산세를 매기는 시점은 6월 1일이라, 5월 31일까지 소유권 이전 등기를 마쳐야 세금을 덜 낼 수 있다.

국토교통부는 이날 최근 시장 상황에 대해 “(집값이) 점차 안정세로 전환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한국부동산원의 전국 및 서울 주간 아파트 매매가격 상승 폭은 5주 연속 전주보다 둔화되거나 전주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지난달 전국과 서울 아파트 거래량은 올해 1월 대비 각각 8%, 11% 줄었다.

○ 집값 금방 하락세로 돌아서긴 힘들 듯

하지만 다주택자의 매물 증가가 집값 하락으로 이어질 가능성은 낮을 것으로 보인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공시가격 인상으로 더 버티기 힘들다고 판단한 다주택자의 매물이 나오긴 하겠지만 지난해 이미 상당수가 증여나 처분으로 매물을 정리한 상태”라며 “추가로 나오는 매물이 많진 않을 것”이라고 봤다.

실제 한 달 전보다 아파트 매물이 늘긴 했지만 1년 전 매물(6만9901건)의 65% 수준에 불과하다. ‘똘똘한 한 채’를 남기려고 하기 때문에 절세 매물 자체도 서울보다는 경기, 경기보다는 지방에서 매물이 늘어날 가능성이 커서 서울 집값에 큰 영향을 주기 어렵다는 전망이 많다.

고준석 동국대 법무대학원 겸임교수는 “지난해 하반기 급등한 집값이 숨고르기를 하는 단계”라며 “지난해의 절반 수준으로 감소한 서울 입주 물량의 공백을 메우긴 어려워 가격 자체가 떨어지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정부는 이날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들의 땅 투기 의혹에도 “2·4대책을 흔들림 없이 추진하겠다”고 했지만, 예정대로 올해 7월 신도시 사전청약을 해도 당장 입주 가능한 물량은 아니다.


김호경 기자 kimhk@donga.com


라이프



모바일 버전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