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企-소상공인 버팀목’ 경기신보… 언택트 금융으로 코로나 위기 넘는다

이경진 기자

입력 2021-03-17 03:00 수정 2021-03-17 1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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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급대응 TF팀 구성해 신속지원
코로나 시대 ‘맞춤형 언택트 금융’


경기신용보증재단 직원이 성남돌고래시장 앞에서 자리를 비우기 힘든 1인 자영업자들을 위해 ‘찾아가는 현장보증 서비스’ 상담을 하고 있다. 경기신용보증재단 제공

경기 수원시에서 15년째 한식집을 운영하는 신모 씨(55)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확산돼 매출 감소라는 직격탄을 맞았다. 수입은 줄었는데 지출은 그대로였고, 몇 달을 버티지 못한 채 자금난에 시달렸다. 신 씨는 “월세가 300만 원인데 하루 매출이 10만 원 이하인 날도 있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다 어려운 처지였기에 도움을 청하기도 마땅치 않았다. 그러던 중 지난해 3월 경기신용보증재단(경기신보)을 통해 정책자금을 지원받을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고, 3000만 원의 정책자금을 빌렸다. 이후 2명의 직원을 내보내는 어려움을 겪으며 버텨왔지만, 코로나19 여파는 쉽게 진정되지 않았다.

지난해 12월 사회적 거리 두기가 2.5단계로 격상된 뒤 신 씨에게 다시 한번 위기가 찾아왔다. 신 씨는 결국 경기신보를 다시 방문해 상담을 했고 이번에는 2000만 원의 긴급 유동성자금을 지원 받았다. 신 씨는 “생존의 갈림길에서 경기신보 덕분에 희망을 갖는다. 소중한 일상이 다시 오길 간절히 바란다”고 말했다.

● 신규 인력 채용해 보증업무 처리 2주 이내 단축


지난해 코로나19 발생과 사회적 거리 두기는 내수시장 부진으로 이어져 중소기업과 소상공인 매출에 직접적인 타격을 줬다. 보증 신청 건수는 지난해 4월 하루 평균 4738건으로 코로나19 확산 전인 지난해 1월보다 16.3배 늘었다. 같은 기간 보증 상담 건수도 하루 평균 4694건으로 평소보다 8.2배가 늘었다.

경기신보는 경기도와 긴급대응 태스크포스(TF)를 구성했다. 신규 인력 253명을 채용하고 시간 외 근무 한도를 월 80시간으로 확대해 1개월 이상 걸리던 보증업무 처리를 2주 이내로 단축시켰다. 경기신보 관계자는 “소상공인의 보증 신청이 물밀듯 밀려왔고, 주말도 없이 매일 오전 7시에 출근해 오후 10시 퇴근했다”고 말했다.

신청 요건과 집행 방식에도 변화를 줬다. 임대차계약서 등 기존 신청서류를 4종 이상에서 2종으로 간소화했고 신용보증품의서도 8장에서 3장으로 축소했다. 상담신청 수요를 분산시키기 위해 NH농협은행 등 주요 6개 시중은행에 상담 업무 등을 맡겼고, 경기신보는 보증심사에 집중했다. 그 결과 지난해 코로나19로 어려움을 겪는 도내 중소기업과 소상공인 20만104개 업체에 5조6408억 원을 보증 지원하면서 전국 지역보증재단 중 최고의 실적을 거뒀다.

● 코로나 시대, 맞춤형 언택트 금융

경기신보의 코로나19 극복 추진은 올해도 계속된다. 올해 1월 전국 처음으로 ‘경기 소상공인 코로나19 극복통장’(극복통장)을 출범시켰다. 극복통장은 신용 6등급 이하로 제1금융권 이용이 어렵거나 고금리 사채로 고통받는 소상공인에게 보증료 없이 무담보로 1000만 원의 자금을 금리 2%대 조건으로 대출해주는 사업이다. 현재까지 5029명의 소상공인에게 500억 원을 지원했다. 경기신보 관계자는 “극복통장은 올해 2000억 원 규모가 책정돼 있으니 어려움을 겪는 소상공인들은 빠르게 신청하면 된다”고 말했다.

지난해 7월부터 전국 신용보증재단 중 처음으로 시작한 모바일 보증서비스는 가게 문을 닫지 않고 자금을 받을 수 있는 1인 영세업자에게 호응이 좋다. 고객이 경기신보 앱에 접속하고 보증 신청을 하면 경기신보에서 현장실사와 보증심사를 진행한 뒤 대출 실행까지 원스톱 서비스를 받을 수 있게 했다. 1249개 업체에 386억여 원이 지급됐다. 또 모바일 보증서비스와 같은 방식으로 농협은행과 함께 협약을 맺고 ‘위탁보증’을 시행하고 있다.

지난해 9월부터는 고객이 원하는 시간에 상담을 받을 수 있도록 예약 상담제도 운영했다. 경기신보 홈페이지에 접속해 ‘예약상담 신청’을 클릭하면 24시간 언제든지 신청 가능하다. 상담 전 대출규모 등 자가진단 체크리스트 문항을 통해 간단하게 보증신청 가능 여부를 확인할 수 있다. 이민우 경기신보 이사장은 “지난해 경기도와 시군, 금융기관 등에서 역대 최대 금액인 2465억8000만 원의 출연금을 받아 소상공인을 지원했다”며 “앞으로도 출연금을 더 확보하겠다”고 말했다.

● 중소기업·소상공인 금융복지, 키다리 아저씨

1996년 3월 사단법인 ‘경기신용보증조합’으로 설립된 경기신용보증재단이 19일 창립 25주년을 맞는다. 경기신보는 현재 경기지역에 25개의 지점이 있다. 의왕과 여주, 양평, 동두천, 가평, 연천, 과천 등 7개 시군에는 출장소가 있다. 경기신보 관계자는 “경기도와 협의해 경기지역 31개 모든 시군에 지점을 만들어 소상공인들이 편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경기신보는 국내외 사회경제적 위기 때마다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에게 적극적으로 금융지원을 했다. 지난해 말까지 96만5071개 업체에 32조4686억 원의 보증지원을 도왔다.

경기신보는 1997년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와 2008년 미국발 금융위기 때 ‘현장보증지원 서비스’와 ‘자금지원 캠페인’을 진행해 사채시장으로 내몰린 노점과 포장마차, 개인택시 등 생계형 사업자에게 보증을 섰다.

2014년 발생한 세월호 참사 때는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된 경기 안산시에 ‘세월호 피해기업 현장보증 지원센터’를 한 달간 만들어 7678개 업체에 1640억 원을 집중 지원했다. 2015년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 사태 때는 진원지로 지목된 평택시에 본점 직원 수십 명을 긴급하게 보내 보증심사 완화 등으로 하루 평균 300건이 넘는 보증을 진행했다.

이경진 기자 lk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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