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이건혁]배달앱, 민감한 개인정보 더 신중히 다뤄야
이건혁 산업1부 기자
입력 2021-03-17 03:00 수정 2021-03-17 03:15
이건혁 산업1부 기자
한 카페 주인이 배달 애플리케이션(앱) 배달의민족을 통해 음식을 구입한 소비자의 비판 리뷰에 욕설에 가까운 대응을 한 일이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화제가 됐다. 리뷰를 작성한 소비자는 카페 주인이 집으로 직접 찾아와 사과했다고 밝혔다.
이렇게 일단락되나 했는데, 다른 방향으로 논란의 불이 붙었다. 업주가 어떻게 소비자의 집을 알고 찾아갔냐는 것이다. 배달 앱 주문 정보를 활용해 주소를 확보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커졌다. 업주가 논란 와중에 자신을 비난하는 댓글에 특정 동 이름을 거론하며 “(당신이) 어디 사는지 다 안다”고 협박한 일이 드러나며 논란이 더 커졌다. 이 논란은 소비자들이 개인정보 악용에 얼마나 민감하게 반응하는지 잘 보여준다. 한 이용자는 “리뷰가 마음에 안 든다고 고객을 찾아가 해코지할 수 있는 거 아니냐”고 우려했다. 배달의민족 운영사 우아한형제들 측은 “업주가 소비자의 개인정보를 임의로 취득해 활용하는 건 금지돼 있다”고 했다. 우아한형제들 측은 업주가 소비자 주소를 어떻게 취득했는지 확인한 뒤 수위에 따라 재발방지 서약서를 작성토록 하거나 입점 계약을 해지한다는 방침이다.
앱과 온라인 등을 이용하면서 삶은 편해졌지만 개인정보가 유출되고 범죄에 악용될 수 있다는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최근 공정거래위원회가 입법예고한 전자상거래법 개정안은 가입자 간(C2C) 중고거래에서 분쟁이 발생하면 이용자의 개인정보를 거래 상대방에게 제공하도록 강제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개인정보 악용을 우려하는 일반인들의 정서를 고려하지 않았다는 비판이 나온다. 공정위는 분쟁 상황에 제한해 활용될 것이라는 입장이지만, 이용자들은 거래 상대방의 요구만으로 자신의 신원이 노출되고 위협받을 수 있다며 불안해하고 있다.
앱 이용이 늘고 종류도 다양해지면서 취급하는 개인정보가 급증했고 그만큼 유출 우려도 끊이질 않는다. 개인정보가 한번 유출되면 피해를 회복하기 쉽지 않다. 최근 인공지능 기반 챗봇 ‘이루다’ 개발사는 개인정보 관리 문제로 서비스를 접어야 했다. 개발사와 정부 모두 개인정보에 대한 소비자들의 사소한 우려조차 가볍게 여기지 않는 감수성이 필요하다.
이건혁 산업1부 기자 gu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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