깜깜이 공시가…집값 5% 오른 노원, 공시가는 34% 껑충

황재성 기자

입력 2021-03-16 11:53 수정 2021-03-16 14: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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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올해 부동산 공시가격을 잇따라 대폭 인상하면서 관련 세금은 물론 각종 개발 부담금과 부동산 관련 벌금, 과태료 등이 크게 오르게 됐다. 특히 도로 공항 조성 등 각종 정부 사업에 따른 보상비가 대폭 늘어나거나 보상비 책정을 둘러싼 갈등이 커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또 이번 공동주택 공시가격이 실제 시세보다 크게 높아진 곳이 잇따르면서 산정 기준에 대한 불만이 쏟아지고 있다. 특히 일부 지역에선 시세 상승률과 공시가격 상승률이 역전되면서 ‘깜깜이 산정’이라는 지적마저 나온다.

● 공시가격 급등에 달라질 63가지
동아일보DB
국토교통부는 15일 올해 적용할 공동주택 공시가격이 전국적으로 평균 19.08% 올랐다고 밝혔다. 지난달 발표한 표준지 공시지가도 전국적으로 10.37% 상승했다. 둘 다 모두 2007년(공동주택·22.7%, 표준지·12.40%) 이후 최대 규모다.

국회예산정책처가 지난달 발행한 계간지 ‘추계&세제 이슈’에 실린 보고서 ‘부동산 공시가격 현실화 계획의 연계효과’에 따르면 공시가격은 정부가 추진하는 △복지 △부담금 산정 △행정 △조세 △부동산평가 등 5개 분야, 63개 제도에 활용된다. 올해 토지와 공동주택 공시가격이 상승하면서 이런 제도들에 큰 영향을 미치게 됐다는 뜻이다.

복지 분야에선 △기초연금 및 장애인 연금 △건강보험료 △기초생활보상 대상자 △취업 후 학자금 장기상환 대상자 △생계유지곤란 병역감면 대상자 선정 △근로장려금 신청 등에 영향을 미친다. 실제로 국토부도 이번 공동주택 인상에 따라 지역 건강보험 가입자 127만 명의 보험료가 오르고, 건강보험 피부양자 신분에서 1만8000여 명이 탈락하는 상황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했다.

부담금 분야에선 실거래가를 산정하기 어려운 개발 및 재건축 부담금 산정 시 적용된다. 또 농지보전 부담금이나 개발제한구역 보전 부담금에도 영향을 일부 미칠 것으로 분석됐다.

행정 분야에선 국·공유재산을 활용하는 데 따른 대부 및 사용료, 도로점용료 등이 오르게 됐다. 또 사전채무조정 신청 대상자와 주택자금 소득공제 수혜 대상자, 민영주택 일반 공급시 무주택자 등은 이번 공동주택 공시가격 상승에 따라 그 숫자가 줄어들 게 됐다.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자산총액도 크게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

조세 분야에선 종합부동산세 및 재산세 등 부동산 보유세가 크게 증가하게 됐다. 이와 관련해 국토부는 15일 보유세 모의 분석 결과를 공개했다. 이에 따르면 공시지가가 6억 원을 초과하면 1주택자는 30~50%가량 보유세가 늘어날 것으로 예상됐다. 하지만 2주택자 이상이면 보유세는 2.5배가량 급증했다.

부동산 평가 분야에선 정부 사업에 사용하는 부동산(도로·농지·산지·개발제한구역 내 토지)에 대한 국가보상액도 대폭 늘어날 것으로 분석됐다. 정부 사업에 사용하기 위해 매입하는 부동산 등의 평가가치는 공시가격을 기준으로 산정하기 때문이다. 또 시가 산정이 어려운 경매·담보 등에 대한 평가나 공동주택 분양가격에도 공시가격이 반영돼 대대적인 가격 변동이 불가피해졌다.

박정환 예산정책처 추계세제분석관은 보고서에서 “공시가격 상승은 부동산 자산의 평가가치를 증가시킴으로써 보유자, 국가 및 지방정부, 거래당사자 등 관련 경제주체에 다양한 경로로 영향을 미친다”며 “공시가격 상승으로 정책별 적용대상이 크게 달라지는 제도의 경우 완충장치 마련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 거세지는 공시가 산정 논란
국토교통부가 15일 발표한 올해 전국에서 가장 공시가격이 비싼 공동주택은 서울 강남구 청담동의 '더펜트하우스 청담(PH129)'(사진)으로 최고층 전용면적 407.71㎡의 올해 공시가는 163억2000만원으로 책정됐다. 평(3.3㎡)당 가격은 1억3200만원이다. 2021.03.15. [서울=뉴시스]



부동산 공시가격은 이처럼 미치는 파급 효과가 크지만 산정 과정이 투명하지 않아 논란이 예상된다. 일부 지역들은 실제 시세 상승률에 큰 차이가 있는데도 공시가격 상승률이 뒤바뀐 곳도 있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곳이 서울과 부산이다. 정부가 공식 통계로 인정하는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작년 한 해 집값 상승률이 서울은 3.01%, 부산은 7.91%였다. 부산이 2배 넘게 오른 셈이다. 하지만 공시가격은 서울이 19.91%로 부산(19.67%)을 웃돌았다.

공시가격 평균 상승률이 무려 70%를 넘긴 세종시도 억울하기는 마찬가지다. 실제 거래가격 상승률은 44.93%에 불과했기 때문이다. 서울에서 공시가격이 가장 많이 오른 노원구(34.66%)도 실제 아파트 값 상승률은 5.15%에 머물렀다.

문제는 이처럼 실제 집값과 공시가격 상승률이 제각각인 곳이 대부분이라는 점이다. 공시가격 산정 방식을 공개하라는 요구가 빗발치는 이유다. 야당을 중심으로 공시가격 산정 방식에 대한 보완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끊임없이 제기돼 왔다.

하지만 정부는 공시가격을 산정하는 데 사용되는 집값이 모두 다르고, 산정과정에서 적용하는 현실화율 등에서 차이가 있다며 공개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다음달 29일 공시가격을 확정 고시할 때 해당주택 공시가격을 산정하는 데 참고한 기준가격 등을 공개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다만 “해당가격의 정확한 산정기준 가격과 현실화율은 내놓을 수 없다”고 덧붙였다. 즉 추측을 통해 근사치 정도는 알 수 있게 한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이번 조치로 한꺼번에 세금을 수천만 원에서 수억 원을 더 내야 하는 납세자의 알 권리가 철저히 무시된 처사”라고 입을 모았다. 이와 관련해 국민의힘 의원들은 공시가격 산정 기준인 ‘부동산 가격공시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대거 국회에 상정해둔 상태다.

황재성 기자 jsonh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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