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기의혹 LH직원 일부, 휴대전화 데이터 고의로 삭제한듯”

박종민 기자 , 권기범 기자 , 김태성 기자

입력 2021-03-16 03:00 수정 2021-03-16 04:31

|
폰트
|
뉴스듣기
|
기사공유 | 
  • 페이스북
  • 트위터
[신도시 투기 의혹 확산]경찰, 직원 13명 휴대전화 14대 압수
태블릿 4대포함 18대 디지털 포렌식… 일부 휴대전화 기기 초기화 흔적
전북본부 前직원-제수 광명 농지 사… 현직 동생도 인근 임야 매입
전북본부 출신 모두 8명으로 늘어


LH 서울본부 앞에서 촛불 든 청춘 한국청년연대와 청년진보당, 청년하다 등이 15일 오후 서울 강남구 한국토지주택공사(LH) 서울지역본부 앞에서 촛불집회를 열고 LH 직원들의 3기 신도시 투기 의혹을 규탄하고 있다. 이들은 “LH 직원과 고위공직자의 투기 의혹을 철저히 조사하고 강력히 처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영대 기자 sannae@donga.com
경찰이 한국토지주택공사(LH) 관련 투기 의혹의 수사 범위를 전·현직 직원들의 친인척으로 확대하고 있는 가운데, 실제로 형제지간인 LH 전·현직 직원이 가족과 함께 여러 토지를 사들였던 사실이 드러났다.

LH 전북지역본부 직원 A 씨의 친형 B 씨(65)는 2017년 A 씨의 부인 등과 공동명의로 3기 신도시 지역에서 토지를 매입했다. 그런데 B 씨 역시 LH 전직 간부였다. 정부합동조사단이 수사를 의뢰한 20명과 경찰이 수사 중인 전직 직원 2명에 이어 또 다른 LH 관련자가 드러난 셈이다. 게다가 B 씨도 전북지역본부에서 근무했던 경력이 있어 해당 본부와 관련된 투기 의혹 대상자는 8명으로 늘어났다.

○ 전·현직 LH 직원과 부인이 함께 매입

B 씨가 경기 광명시 노온사동에 있는 농지 1623m²를 매입한 것은 2017년 7월이다. 동생 A 씨의 부인, B 씨의 부인으로 추정되는 제3자와 함께 4억9000만 원을 주고 땅을 사들였다. A 씨 부인이 지분의 절반, 나머지는 B 씨와 제3자가 2분의 1씩 갖고 있다. 현직 LH 직원인 동생 A 씨와 그의 부인은 노온사동에서 또 다른 임야 4298m²도 매입했다. 이 임야는 절반씩 지분을 나눠 가졌다.

2017년 매입한 농지를 두고 현직 직원인 A 씨로부터 들은 정보를 활용해 그의 부인과 B 씨가 토지를 매입했을 가능성이 제기됐다. 하지만 동아일보 취재 결과 B 씨는 A 씨와 형제였고, 같이 전북지역본부에서 일했던 ‘직장 동료’였기도 했다.

B 씨는 2010년 LH 전북지역본부에서 혁신도시 관련 부서장으로 근무했다. 2014년경에는 전문위원으로 재직했으며 이후 퇴직한 것으로 보인다. B 씨는 현재 한 건축사사무소 임원급 직원으로 있는데, 이 사무소 홈페이지에선 B 씨를 “LH에서 전북 전남 충남 개발 업무를 총괄했다”고 소개하고 있다. B 씨가 LH 전북지역본부에서 근무했던 기간은 동생 A 씨는 물론이고 경찰에 입건된 또 다른 전직 직원과도 겹친다. A 씨는 2010년 해당 본부에서 일했으며, 2018년 1월 노온사동 임야를 매입한 전 직원 2명도 2010∼2011년쯤 근무한 경력이 있다. 전직 직원 가운데 1명은 A 씨의 개인 소셜미디어에 방문한 흔적도 남아 있다. 경찰은 이들의 토지 매입 과정을 면밀히 살펴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 “LH 직원 휴대전화 일부, 데이터 삭제한 듯”
경기남부경찰청은 지난주 A 씨를 포함해 LH 직원 13명으로부터 압수한 휴대전화 14대와 태블릿PC 4대 등 18대에 대한 디지털 포렌식 작업을 진행했다. 이 중 7대를 경찰청 국가수사본부에 보내 추가 포렌식 작업을 벌이고 있다. 데이터 추출과 관련한 기술적인 이유로 관련 프로그램을 갖춘 국수본에 작업을 의뢰했다고 한다.

이 과정에서 일부 휴대전화는 기기 초기화 등을 이용해 데이터를 고의로 삭제한 흔적이 발견된 것으로 전해졌다. 스마트폰은 초기화를 몇 차례 반복하면 데이터 복구 가능성이 상당히 낮아진다. 한 포렌식 전문업체 관계자는 “포렌식을 하려면 메모리에 접근해서 데이터를 추출하고 분석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기종이나 물리적 상태에 따라 차이가 있어 경험 많은 경찰청이 복구에 유리할 것”이라고 말했다.

경기북부경찰청과 경기남부경찰청은 이날 오전 10시부터 포렌식 요원 등 38명을 투입해 최근 의혹에 연루된 4명에 대한 압수수색을 진행했다. 경기 포천시 공무원에 대한 압수수색은 오후 3시경, 시흥시의원 이모 씨와 딸, 광명시 공무원에 대한 압수수색은 오후 4시 40분경 마무리됐다.

이 씨와 딸은 2018년 시흥시 과림동에 토지와 건물을 단독으로 매입하는 과정에서, 광명시 공무원은 지난해 광명시 가학동 토지 매입에 업무상 정보를 활용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2019년 도시철도 연장 사업을 담당했던 포천시 공무원은 지난해 9월 포천 땅과 1층 건물을 40억 원에 샀는데, 약 50m 떨어진 곳에 전철역이 들어올 예정이다.

압수수색 대상에 포천시청과 광명시청, 시흥시의회도 포함된 건 관련 정보의 유출 여부는 물론이고 유출 경로를 전체적으로 파악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경찰은 당시 개발 사업과 연관된 전자문서와 공무원들이 사용했던 컴퓨터 등도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박종민 blick@donga.com·권기범·김태성 기자

관련기사

라이프



모바일 버전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