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죽었던 토머스, 31억원 거머쥐고 ‘우렁찬 부활’

강홍구 기자

입력 2021-03-16 03:00 수정 2021-03-16 04: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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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레이어스 14언더 역전 우승
올해 동성애자 비하-조부상 이어 절친 우즈 사고 충격 슬럼프 딛고
11번홀 이글 선두 꿰찬뒤 잘 지켜… 7개월 만에 정상-세계2위 겹경사


저스틴 토머스(왼쪽)가 15일 미국 플로리다주 폰테베드라비치 TPC 소그래스(파72)에서 열린 PGA투어 플레이어스 챔피언십 최종일 마지막 18번홀(파4)에서 파 퍼트를 성공해 선두 자리를 굳힌 뒤 캐디 지미 존슨과 손을 맞잡은 채 기뻐하고 있다. 전날까지 선두에게 3타 뒤진 공동 3위였던 토머스는 이날 4타를 줄이며 역전 우승에 성공했다. PGA투어 제공

저스틴 토머스(28·미국)는 새해 들어 연이은 역경의 시간을 보냈다. 1월 미국프로골프(PGA)투어 센트리 토너먼트 오브 챔피언스 대회 도중 홧김에 내뱉은 동성애자 비하 욕설이 TV 중계를 타면서 비난을 샀다. 세계적인 의류 기업 ‘랄프로렌’은 후원 중단을 발표했다.

지난달 할아버지 폴 토머스가 세상을 떠났다. 할아버지는 토머스를 골프에 입문시킨 첫 스승이었다. 평소 절친이었던 타이거 우즈가 차량 전복 사고로 수술대에 오르는 충격적인 소식까지 접했다. 토머스는 제네시스 인비테이셔널에서 컷 탈락하는 등 3개 대회 연속 톱10에 진입하지 못하는 슬럼프를 겪었다. 스스로 “지난 몇 달간 형편없었다(crappy)”고 설명했을 정도였다.

그러나 토머스는 다시 일어났다. ‘제5의 메이저대회’로 불리는 플레이어스 챔피언십에서 통산 14번째 우승을 차지했다. 15일 미국 플로리다주 폰테베드라비치 TPC 소그래스(파72)에서 열린 대회 최종 4라운드에서 이글 1개, 버디 4개, 보기 2개로 4타를 줄이며 최종 합계 14언더파 274타로 우승상금 270만 달러(약 31억 원)를 거머쥐었다. 지난해 8월 페덱스 세인트 주드 인비테이셔널 이후 7개월 만의 우승이다. 2위 리 웨스트우드(48·잉글랜드)와 1타 차다.

대회 초반 컷 탈락 위기에 몰렸던 토머스는 3라운드에 8언더파를 치며 순위를 끌어올렸다. 선두 웨스트우드에 3타 뒤진 공동 3위로 마지막 라운드를 시작해 9, 10번홀 연속 버디에 이어 11번 홀(파5)에서는 5.8m 이글 퍼팅에 성공하며 단독 선두에 올랐다. 이어 12번홀도 버디를 따냈다.

14번홀에서는 약 40cm 거리 파 퍼팅 실패로 보기를 기록해 추격의 빌미를 내줬으나 16번홀 버디에 이어 마지막 두 홀을 파로 마무리하며 선두 자리를 지켰다. 특히 18번홀에서는 5번 우드 티샷이 아슬아슬하게 호수에 빠지지 않고 페어웨이에 안착해 가슴을 쓸어내렸다.

토머스는 이날 그린적중률만 94.44%를 기록했다. 대회 뒤 토머스는 “티에서 그린까지 내 인생 최고의 라운드였다. 과거에 TV에서 말도 안 되는 일이 일어나는 것을 본 적이 있는데 오늘 내가 그쪽에 서게 돼 기쁘다”고 소감을 남겼다. 토머스는 이번 우승으로 세계랭킹 3위에서 2위로 도약했다.

베테랑 웨스트우드는 지난주 아널드 파머 인비테이셔널에 이어 2주 연속 선두로 최종 4라운드를 맞이하고도 연달아 준우승에 머물렀다. 2연승을 노린 브라이슨 디섐보(미국)는 공동 3위(12언더파 276타)로 마쳤다. 국내 선수 중에는 김시우(26)가 최종 합계 8언더파 280타로 공동 9위에 올랐다.

강홍구 기자 windup@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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