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험대 오른 넥슨-이용자 ‘소통 역량’

신동진 기자

입력 2021-03-16 03:00 수정 2021-03-16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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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부 아이템 조합 불가능한 설정에 분노한 이용자들 자체 간담회 열어
게임사 관계자도 초청했으나 불참
넥슨 “별도의 공식 간담회 준비중”


확률형 아이템 논란 등에 대해 게임 이용자들이 회사에 직접 소통을 요구하면서 게임사의 ‘소통’ 역량이 시험대에 올랐다. 소통을 중시하는 MZ세대(밀레니얼+Z세대) 유저들은 스스로 확률을 측정하는 테스트를 벌이는가 하면 게임사가 개최한 온라인 간담회에 새벽 4시까지 자리를 지키며 게임사를 압박했다.

넥슨의 대표 게임 ‘메이플스토리’ 이용자들은 14일 서울 종로의 한 카페에서 간담회를 열었다. 강원기 메이플스토리 디렉터를 비롯한 넥슨 관계자를 초청했으나 회사 측은 참석하지 않았다.

넥슨이 이달 5일 유료 확률형 아이템의 확률 정보를 공개하며 정면 돌파에 나섰지만 일부 최상급 아이템 조합이 애초에 불가능하게 설정됐다는 사실을 뒤늦게 알게 되면서 이용자들이 분노한 것이 이날 간담회의 배경이다. 넥슨에 간담회를 제안한 주체는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유저들의 입장을 대변해온 ‘총대진’이었다. 이들은 지난달 넥슨을 규탄하는 트럭 시위와 모금을 주도하고 투명한 확률 정보 공개를 요구하는 성명문도 발표했다. 넥슨은 총대진으로부터 간담회 참석을 요구받고 “(별도의) 공식 간담회를 준비 중이었는데 미리 알리지 못했다. (이용자) 간담회를 준비하며 집행된 비용을 알려주면 별도 전달하겠다”며 설득했다.

하지만 총대진은 “넥슨이 입맛대로 유저를 뽑을 수 있다”며 원래 일정대로 강행했다. 넥슨은 다음 달 11일 게임 상위 랭킹 플레이어 7명과 커뮤니티 대표 3명 등 10명의 이용자 대표를 선정해 온라인 중계 간담회를 열기로 했다. 하지만 총대진은 “더는 넥슨과 직접 소통하지 않겠다. 집단소송 등 법적 대응을 알아보고 있다”며 반발했다.

이에 앞서 13일에는 넥슨 측이 개최해 마비노기 개발진과 이용자 대표 5명이 참석한 온라인 간담회가 열렸다. 이날 간담회는 게임 내 장비에 추가 능력치를 부여하는 아이템(‘세공도구’)의 확률 공개 및 운영진의 슈퍼계정 의혹 등 유저들의 개선 요구를 업체에 전달하기 위해 열렸다. 오후 2시경 시작한 이날 간담회는 다음 날 새벽 4시까지 14시간 30분간 진행되며 생중계 접속자가 2만여 명에 달했다.

게임업계는 확률형 아이템 논란 등은 기폭제일 뿐 그동안 쌓인 불통에 대한 불만이 한꺼번에 터진 것이라고 보고 있다. 첫 트럭 시위를 촉발시킨 넷마블의 경우 게임 이벤트를 일방적으로 종료한 것이 이용자들의 공분을 샀다.

게임 주 소비층인 MZ세대의 집단행동 양상도 재조명되고 있다. 이용자들은 스스로 게임 아이템 수천 개를 표본으로 확률을 일일이 계산한 ‘확률 테스트’를 벌이며 게임사를 공격했다. 일부 이용자가 커뮤니티에 올린 확률 실험에 대해 다른 이용자가 표본을 더하고 재검증하면서 그동안 심증으로만 형성됐던 오류 가능성을 데이터로 입증했다. 한 게임사 관계자는 “코딩에 밝은 MZ세대들이 프로그램 로직을 다운받아 게임 속살을 들여다보기 때문에 무시할 수 없다”고 말했다. 자신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를 드러내는 ‘가치소비’도 특징이다. 넥슨 게임을 그만둔 유저들은 ‘메난민(메이플스토리 난민)’으로 스스로를 부르며 확률을 투명하게 공개하는 경쟁 게임으로 넘어가기도 했다.

신동진 기자 shin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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