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통했던 ‘LH 진화’ 긴급회의… “상황 워낙 심각해 뭐라도 내놔야”

김지현 기자 , 세종=남건우 기자 , 세종=구특교 기자

입력 2021-03-15 03:00 수정 2021-03-15 09:30

|
폰트
|
뉴스듣기
|
기사공유 | 
  • 페이스북
  • 트위터
[신도시 투기 의혹 확산]‘LH사태’ 총력 수습 나선 당정

변창흠 국토교통부 장관(오른쪽)이 14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들의 3기 신도기 투기 의혹과 관련한 후속조치 관계장관회의에서 정세균 국무총리(왼쪽)의 발언을 메모하고 있다. 정 총리는 이날 “LH 임직원에 대해서는 실제 사용 목적 외 토지 취득을 금지하겠다”고 밝혔다. 사진공동취재단

“일단 뭐라도 후속조치를 내놓아야 한다.”

일요일인 14일 오후 정세균 국무총리를 비롯해 변창흠 국토교통부 장관, 김현수 농림축산식품부 장관, 김창룡 경찰청장 등 고위 당국자들이 한자리에 모여 정부서울청사에서 한국토지주택공사(LH) 관련 긴급 대책회의를 연 배경에는 이런 절박함이 작용했다고 여권 핵심 관계자가 전했다. 참석자들에 따르면 이날 회의는 “아주 침통한 분위기” 속에서 한 시간가량 진행됐다. 특히 이번 사태로 문재인 대통령에게 사의를 표명한 변 장관은 회의 내내 착잡한 심경을 숨기지 못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여권 관계자는 “홍남기 경제부총리도 17일경 LH 개편방안 회의를 열 예정”이라며 “다만 현재 상황이 워낙 심각해 그때까지 손놓고 있을 수 없다는 판단에 따라 급하게 회의를 연 것”이라고 했다.

○ LH 투기 의심 20명 강제처분 조치

이날 회의에서 정부는 지난 정부합동조사단(합조단)의 1차 조사 결과 투기 사실이 의심되는 LH 직원 20명에 대해 농지법 제10조 등에 따라 농지강제처분 조치를 추진하기로 했다. 처분 의무기간(1년) 내에 처분하지 않을 경우 처분 명령을 따를 때까지 매년 이행강제금으로 해당 농지 토지가액의 20%를 부과하는 식이다.

아울러 농지 투기 근절을 위해 농지 취득에 대한 조건도 강화하기로 했다. LH 직원들이 농지를 매입한 뒤 실제 농사를 짓는 것처럼 묘목을 심어 투기에 이용한 것으로 드러나면서 이에 대한 국민적 분노가 정부의 부동산대책에 대한 불신으로 번지고 있기 때문이다. 농지를 취득할 때 지방자치단체에 제출하는 농업경영계획서에 영농 경력과 농업 기계·장비 확보 방안 등을 적어야 하는데 이에 대한 증빙자료를 함께 제출하도록 했다. 하지만 농식품부 관계자는 “연간 30만 건이 넘는 농지취득자격 증명이 발급되는데 현재 읍면마다 담당 공무원 1명이 농업경영계획서를 심사하고 있다”며 “법적으로 4일 이내에 심사를 끝내야 하기 때문에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정부는 또 투기 우려지역에 대해서는 지자체에 주민과 시민사회단체 등이 참여하는 농지위원회를 설치해 심의를 거치도록 했다. 신규 취득 농지에 대한 이용실태 조사 의무화와 농업이 아닌 다른 목적으로 농지를 취득했을 때 부과되는 처벌을 강화하는 방안도 검토하기로 했다.

다만 이날 회의에서 2·4공급대책 관련 후속 대책 및 추진 방안은 거론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여권 관계자는 “사업 주무기관인 LH에 대해 국민 신뢰가 바닥을 친 상황에서 현실적으로 당장은 논의하기가 쉽지 않다”고 했다.

○ 진화 쉽지 않은 與

당장 4·7 재·보궐선거를 치러야 하는 더불어민주당도 사활을 걸고 재발방지책을 쏟아내고 있지만 ‘불 끄기’는 쉽지 않은 상황이다. LH 사태(2일)가 터진 이후 현재까지 여당 의원들이 발의한 관련 법안만 공직자윤리법 개정안과 공공주택특별법 개정안, 한국토지주택공사법 개정안 등 19건에 이른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진성준 의원도 이날 미공개 내부 정보 이용 시 처벌 수위를 기존 징역 5년 이하에서 최대 7년 이하로 강화한 일명 ‘공직자 투기방지 3법’을 발의했다. 특히 법 적용 대상을 ‘업무 처리 중 알게 된 자’로 해 직접적인 업무 관련성이 없는 직원의 투기도 금지했다. 여권 관계자는 “릴레이 발의를 이어가고 있지만 예방 차원의 법안들로 이미 화난 민심을 달래기엔 역부족”이라고 했다.

박영선 민주당 서울시장 후보가 던진 ‘LH 특별검사(특검)’ 카드도 진척이 쉽지는 않은 상황이다. 당 지도부가 즉각 “특검을 수용하고 야당과 협의하도록 하겠다”고는 했지만 야당은 “검찰 수사가 우선”이라며 버티고 있기 때문이다. 이날 민주당 원내 관계자는 “12일 여야 합의 불발 이후 한 발짝도 더 나아가지 못한 상황”이라며 “계속 여야 합의를 시도할 것”이라고 했다. 국민의힘 김재식 부대변인은 이날 논평을 통해 “신속한 수사가 필요한 이 시점에 ‘단합대회 같은 관계장관회의’는 필요 없다”며 “지금 당장 검찰 수사를 지시해 ‘발본색원’의 의지부터 보이라”고 비판했다.

민주당 내에도 특검을 둘러싼 이견이 이어지고 있다. 검경 수사권 조정에 따라 경찰청 국가수사본부의 수사력이 처음 시험대에 오른 상황에서 섣불리 특검을 도입하면 향후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 설치 등 수사-기소 완전 분리라는 ‘검찰개혁 시즌2’에 차질을 빚을 수 있다는 우려다. 최근 당 의원 및 보좌관을 대상으로 3기 신도시 보유 현황 조사를 마친 민주당은 이르면 이번 주 결과를 내놓고 야당을 향해 ‘의원 전수조사’ 압박을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김지현 jhk85@donga.com / 세종=남건우·구특교 기자




관련기사

라이프



모바일 버전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