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진 LH파주본부 직원, 조사대상 20명 포함 안돼… 경찰 “투기첩보 있었다”

박종민 기자 , 파주=오승준 기자

입력 2021-03-15 03:00 수정 2021-03-15 03: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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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도시 투기 의혹 확산]맹지 산뒤 지분 나눠가져

13일 오전 경기 파주에 있는 한 농장의 컨테이너 농막에서 한국토지주택공사(LH) 파주사업본부 소속 직원 A 씨가 숨진 채 발견됐다. 경찰은 “11일 A 씨의 투기 의혹에 대한 첩보를 입수했다. A 씨의 사망과는 별도로 의혹에 대한 사실 관계를 확인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파주=뉴스1

13일 한국토지주택공사(LH) 파주사업본부 직원 A 씨(58)가 숨진 채 발견된 곳은 A 씨가 파주에 거주하는 B 씨(53)와 공동 명의로 매입한 땅이다. B 씨는 숨진 A 씨를 처음 발견했다.

동아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A 씨는 2016년 7월 B 씨와 함께 2205m²의 땅을 1억5340만 원에 공동 매입했으며, 약 2개월 뒤 B 씨와 분할해 나눠 가졌다. 매입 과정을 중개한 부동산 관계자 C 씨는 “두 사람은 서로 원래 알던 사이가 아니다. 해당 땅을 매입해 서로 나눠 갖기 위해 처음 만났다”고 전했다.

13일 현장을 둘러봤더니 A 씨가 매입한 토지는 도로와 한참 떨어진 맹지(盲地)로 흙길을 따라 한참을 걸어가야 하는 곳에 위치해 있었다. 땅 주변은 철제 울타리로 둘러싸여 있었고 곳곳에 농작물을 가꾸는 데 사용한 듯한 장비와 물품이 놓여 있었다.

A 씨는 정부합동조사단이 11일 발표한 투기 의혹 명단에는 들어있지 않았다. 하지만 12일 인근에 산업단지 개발 등이 예정돼 있다며 A 씨의 투기 의혹이 제기되자 주변에 억울함을 호소했다고 한다. 부동산 관계자 C 씨는 “최근 A 씨가 의혹을 해명하겠다며 매매계약서를 보내달라고 했다”며 “A 씨에게 투자하기 더 좋은 땅을 소개해줬지만 ‘가족들과 먹을 채소만 가꿀 수 있으면 된다’고 거절했다”라고 설명했다. 인근 주민도 “A 씨가 실제로 농장을 가꿔왔다. A 씨가 투기를 한 것은 아니다”라고 전했다.

A 씨는 숨지기 하루 전인 12일 직장에 출근했다. 이후 A 씨가 늦은 시간까지 귀가하지 않자 가족들과 한 차례 통화를 했고 이튿날 오전 ‘미안하다’는 취지의 문자메시지를 남긴 것으로 전해졌다. B 씨는 13일 오전 자신의 토지에 들렀다가 우연히 숨진 A 씨를 발견하고 이웃에게 알려 경찰에 신고가 접수됐다. 경찰 관계자는 “타살 혐의점이 없는 것으로 보고 A 씨의 사인 규명을 위한 부검을 의뢰할 예정”이라며 “A 씨의 사망과 상관없이 제기된 의혹에 대한 사실관계 역시 확인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박종민 blick@donga.com / 파주=오승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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