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한부 유임 변창흠의 말 먹히겠나”… 흔들리는 2·4공급대책

이새샘 기자 , 정순구 기자

입력 2021-03-15 03:00 수정 2021-03-15 03: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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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도시 투기 의혹 확산]
공공주도 사업 추진 동력 떨어져
입법절차도 이달내 마무리 어려워… 도심개발 주민 동의 얻기 힘들듯
3기신도시 차질땐 주택수급 우려… 전문가 “공공주도 기조 수정해야”


공공 주도로 도심을 개발하는 2·4공급대책에 대한 불신이 커지고 있다. 사진은 개발 후보지로 꼽히는 서울 영등포구 문래동 일대. 동아일보DB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의 투기 의혹에 이어 변창흠 국토교통부 장관이 ‘시한부 유임’ 상태로 전락하면서 2·4공급대책의 기초부터 흔들리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12일 투기 의혹에 책임이 있는 변 장관에 대해 교체 시기를 밝히지 않은 ‘어정쩡한 경질’을 하면서 ‘변창흠표 공급대책’도 동력을 상실하고 있는 것이다.

○ 공공 중심의 2·4대책, 불신으로 ‘흔들흔들’

14일 국회와 국토부에 따르면 2·4대책 추진을 위한 각종 법령 개정안이 당초 계획한 시점인 이달 내 국회를 통과하기는 쉽지 않다. 2·4대책은 도심 역세권과 준공업지역 등에서 공공 주도로 주택을 짓고, 신규 택지를 공공이 조성해 주택을 공급하는 방식을 뼈대로 한다. 특히 도심 개발 사업은 “서울에도 집 지을 땅이 충분하다”는 변 장관의 구상에 따라 만들어진 ‘변창흠표 정책’으로도 불린다. 문 대통령은 지난달 국토부 업무 보고를 받으면서 ‘변창흠표 부동산 정책을 반드시 성공시키라’고 주문했을 정도다.

이런 도심 복합 개발을 하려면 공공주택특별법을 개정해 역세권이나 준공업지역, 저층주거지를 공공주택지구로 지정할 수 있도록 근거를 만들어야 한다. 공공 직접 시행 정비사업을 도입하려면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도정법)을 개정해야 한다. 용적률 상향 등 공공 주도 개발에 대한 인센티브 상향도 도정법, 재건축초과이익환수에 관한 법률 등을 개정해야 가능하다.



하지만 이런 법안들은 현재 발의만 됐을 뿐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전체회의에 상정조차 되지 못했다. 24일 추가경정예산안 처리를 위한 본회의가 열릴 예정이지만 법안소위, 상임위 의결, 법제사법위원회 통과 등의 절차가 마무리될 수 있을지 불확실하다. 문 대통령은 변 장관이 입법의 기초 작업까지 하라고 했지만 전문가들은 ‘시한부 장관’의 말이 먹히기 힘든 상황이라고 본다. 설사 법안이 통과된 뒤에도 추진이 원활할지는 의문이다. 도심에서 주택을 지을 땅은 대부분 민간 소유다. 주택을 지으려면 땅주인이 공공을 믿고 땅을 맡겨야 한다는 뜻이다. LH가 ‘해체 수준의 혁신’을 한다 해도 공공에 대한 신뢰가 떨어진 현 상황에서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또 입지 선정 뒤에도 입주 때까지 최소 3, 4년이 걸리고 주민 반대 등 장애물이 적지 않다. 하지만 사업에 힘을 실어줘야 할 변 장관이 나중에 물러난 뒤 동력이 유지될 수 있을지 의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 “공공 주도 방식 보완하되 신규 택지 공급은 필요”

서울 강남권의 한 재건축조합 관계자는 “애초 사업성 면에서 공공 직접 시행 정비사업은 어려울 거라고 봤는데, 이번 투기 의혹을 계기로 공공의 리스크가 크다는 생각을 많이 갖게 됐다”고 전했다.

공공기관에 대한 신뢰도가 그만큼 많이 떨어졌다는 의미다. 지역 주민들은 2·4대책 발표 직후인 2월 5일부터 부동산을 매입한 사람에 대해 개발지구로 지정될 경우 현금만 주고 청산토록 한 투기방지책이 제대로 작동할지 의문이라고 지적한다. LH 직원은 개발 정보를 사전에 입수해 투기를 했다는 의혹이 나오는데 개발지구로 지정도 되지 않은 땅을 샀다는 이유로 현금 청산만 받도록 한 대책이 통하겠느냐는 것이다.

특히 SH 등 지역 공사와 역할 분담이 가능한 도심 개발과 달리 3기 신도시는 LH가 주도하는 사업이다. 일각에서 3기 신도시 취소론까지 나오는 이유다. 다만 전문가들은 투기 의혹을 투명하게 해소한 뒤 3기 신도시 사업은 계속해야 한다고 본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3기 신도시는 이미 토지 보상이 상당히 진척되는 등 취소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닌 데다 포기할 경우 주택 수급 우려가 더 커질 수 있다”고 말했다.

공공 주도의 정책 기조를 수정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2·4대책과 유사한 조건으로 민간이 사업을 추진할 수 있도록 하는 등 시장에 다양한 선택권을 보장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이새샘 iamsam@donga.com·정순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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