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꼬우면 LH 이직해” 조롱글에 들끓지만…실제 처벌 가능할까

뉴스1

입력 2021-03-14 07:11 수정 2021-03-14 1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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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일 오후 경남 진주시 충무공동 한국토지주택공사(LH)본사에서 업무를 마친 직원들이 퇴근하고 있다. 이날 LH는 땅 투기 의혹을 받아 압수수색이 진행됐다. 2021.3.9/뉴스1 © News1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으로 추정되는 사람이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 블라인드에 올린 조롱글을 두고 경찰이 수사 여부를 검토하고 있다. 다만 해당 글 작성자에게 특정 혐의를 적용해 처벌하기에는 무리가 있다는 의견이 많다.

지난 9일 블라인드에는 ‘내부에서는 신경도 안 씀’이라는 글이 올라왔다. “어차피 한두 달만 지나면 사람들 기억에서 잊혀 물 흐르듯 지나가겠지”, “아무리 열폭해도 난 열심히 차명으로 투기하면서 정년까지 꿀 빨면서 다니련다”, “꼬우면 이직하든가” 등의 내용에 국민적 공분이 일었다.

LH 측은 이와 관련해 “해당 글 게시자가 현직 LH 직원이 아닐 가능성이 높다”며 각종 허위사실을 유포한 전현직 직원들에 대해 강력한 법적 조치를 할 것이라고 밝혔다.

경찰 고위관계자도 지난 12일 기자들과 만나 “(글 게시자) 죄명과 법적 신분 확인을 고민해야 한다”며 수사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익명 앱 특성 상 글 작성자를 색출하기 어렵고 특정인이 아닌 국민 다수에게 불쾌감을 줬다는 이유로 인터넷 게시글에 대한 수사가 이뤄진 적이 없어 실제로 경찰이 수사할지 더 지켜봐야 할 것으로 보인다.

온라인에서는 “어떤 죄명을 적용해서라도 엄벌에 처해야 한다”는 의견과 “단순 조롱글을 형사 처벌해서는 안 된다”는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일각에서는 모욕죄나 명예훼손죄를 적용할 수 있다고 본다.

형법 제311조(모욕죄)에 따라 공연히 사람을 ‘모욕’한 자는 1년 이하의 징역이나 금고 또는 2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정보통신망법 제70조(명예훼손)에 따르면 사람을 비방할 목적으로 정보통신망을 통해 공공연하게 사실을 드러내 다른 사람의 명예를 훼손한 자는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허위 사실일 경우 7년 이하의 징역, 10년 이하의 자격정지 또는 5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규정됐다.

정완 경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해당 사안은 국민에게 모욕감을 준 행위로 처벌이 가능하다”며 “모욕죄는 친고죄(피해자 고소가 있어야 처벌할 수 있는 죄)라 누군가 모욕감을 느꼈다고 고소한다면 수사를 개시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 LH 측이 “내부에서 신경을 쓰지 않는다는 글의 내용이 허위사실”이라고 주장한다면 사이버 명예훼손죄를 적용할 수도 있다고 했다.

그러나 대다수 전문가는 처벌이 쉽지 않다는 견해를 제시했다. 모욕죄와 명예훼손죄 모두 피해자가 특정돼야 하는데, 이 사안에서는 모욕이나 명예훼손으로 볼 만한 표현이 있다 해도 피해자를 지목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이윤호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해당 글은 특정 누군가의 명예를 훼손하지도, 이익을 침해하지도 않았기 때문에 처벌할만한 죄목이 마땅치 않다”며 “LH측이 법인의 명예가 훼손됐다고 주장할 수는 있지만 법인체가 ‘사람’에 포함될 수 있는지 따져봐야 한다”고 말했다.

신민영 법무법인 예현 변호사는 “해당 사안을 처벌할 수 있는 정확한 죄명은 없다”며 “처벌할 수 없는 사안에 대해 변죽을 울리지 말고 LH 직원들의 미공개 정보 유출 수사에 집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웅혁 건국대 경찰학과 교수도 “국민 대상 명예훼손을 적용하기 힘들 뿐만 아니라 LH 기관 차원의 법적 조치도 힘들 것”이라며 “일반적으로 기관에 대한 명예훼손은 기관 전체를 피해자로 보기 때문에 그 죄가 인정되기 어렵다”고 봤다.

다만 LH 기관장이 해당 글로 인해 기관장으로서 자신의 명예와 자긍심을 훼손했다고 주장할 경우 피해자가 ‘한 명’으로 특정될 수 있기 때문에 수사의 근거가 될 수도 있다고 이 교수는 덧붙였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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