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즈와 차의 악연, ‘사람 리스크’ 극복이 과제인 차량 안전 [김도형 기자의 휴일차(車)담]

김도형 기자

입력 2021-03-13 16:35:00 수정 2021-03-13 17:09: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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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차와 차 업계를 이야기하는 [김도형 기자의 휴일차(車)담] 오늘은 타이거 우즈의 교통사고 그리고 도로 위의 주인공인 사람이 사실은 안전 문제에서 가장 큰 리스크라는 점을 살펴보겠습니다.

지난달 타이거 우즈의 교통사고 소식은 세계적인 조명을 받았습니다. 사고 원인은 아직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았습니다.

섣부르게 개별 사고의 원인에 대해 얘기하기보다는, 자동차 제조사들이 첨단 기술을 활용해 사고 자체를 막으려고 노력하는 모습들과 함께 보편적으로 명심해야 할 자동차 안전에 대한 상식을 짚어 보겠습니다.

PGA 투어 제네시스 인비테이셔널 주최자인 타이거 우즈가 지난달 대회 기간을 전후해 스폰서인 현대자동차로부터 제공받은 제네시스 GV80 앞에 서 있는 모습. 제네시스 인스타그램


온라인 콘텐츠인 ‘휴일차담’을 많은 독자분들께서 성원해주시는 가운데 동아일보 신문 지면에도 3주에 한 번씩 금요일마다 ‘일편차심’이라는 글을 연재할 수 있게 됐습니다.


▶[김도형 기자의 일편車심]안전한 차는 어떻게 만들어지나
https://www.donga.com/news/Opinion/article/all/20210312/105842319/1



하루 앞서 게재된 저 글의 주제가 오늘 이야기의 ‘요약’일 수도 있습니다만, 짧은 글에 미처 담지 못한 새로운 내용을 담아서 어제와는 다른 오늘의 이야기를 풀어보겠습니다.

올해부터 본격화하고 있는 전기차 경쟁의 초반 상황을 가볍게 짚어본 지난주 휴일차담에 보내주신 큰 관심에도 깊이 감사드립니다.



▶600달러 밑이 된 테슬라 주가, 치열해지는 전기차 경쟁
https://www.donga.com/news/Economy/article/all/20210306/105750852/1



▶김도형 기자의 휴일車담 전체 기사 보기
https://www.donga.com/news/Series/70010900000002




● ‘골프황제’ 타이거 우즈, 자동차와는 여러 차례 악연



타이거 우즈의 첫 메이저 대회 우승이었던 1997년 마스터즈는 골프계 전체에 큰 충격을 던졌습니다.

2위와 무려 12타 차이가 나는 18언더파 우승. 콧대 높기로 유명한 오거스타 내셔널 골프클럽이 호랑이(타이거)의 습격에 철저하게 유린당했다는 평가가 나왔습니다.

충격의 여파는 거대했습니다.

프로 대회를 치러야 하는 골프장은 전장을 더 늘리고 페어웨이는 좁혀야 했습니다.

그리고 어린 선수들은 장타 없이 우승도 없다는 철학을 뼈에 새기기 시작했습니다.

우즈가 골프라는 스포츠의 패러다임을 바꾼 것입니다.

이제는 골프계에서 전설의 반열에 올라선 우즈이지만 자동차와의 인연은 악연에 가까워 보입니다.

2009년 터진 섹스 스캔들에서는 당시의 아내와 다투고 집을 나온 뒤에 낸 교통사고가 사태를 악화시키는 중요한 계기가 됐습니다.

2017년에는 허리 부상 치료로 인한 약물 중독 상태로 운전한 사실이 적발되기도 했습니다.

음주 운전은 아니었지만 약물 양성 반응을 받았던 이 일 때문에 우즈는 영화 속 범죄자나 찍는 것으로 생각되던 ‘머그샷’이 온 세계에 공개되는 일을 겪어야 했습니다.



● 충돌 이후에 드러나는 ‘수동적 안전’



명확한 원인이 드러나지 않은 현재 시점에서, 우즈의 이번 사고를 바라봤을 때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이른바 ‘수동적 안전’입니다.

사고가 일어났을 때 탑승객을 얼마나 안전하게 지킬 수 있느냐는 개념인데, 이 문제는 과거 휴일차담으로도 자세히 소개해 드린 바 있습니다.



박지윤 씨 가족 지킨 볼보 XC90와 안전한 차 고르는 법
https://www.donga.com/news/Economy/article/all/20200801/102256493/1



이번에 우즈가 운전했던 제네시스 GV80는 이른 아침 한적한 도로의 내리막 곡선 구간을 달리다 중앙분리대와 건너편 2개 차선을 가로질러 도로변을 굴렀습니다.

건너편에 다른 차와 충돌하지 않은 것이 다행인 큰 사고인데 이런 사고 상황과 결과를 수동적 안전 측면에서 보자면, 차는 우즈가 생명을 잃지 않도록 했습니다.

우즈가 오른쪽 다리의 골절상으로 수술을 받아야 했으니 결과적으로 하반신을 완전히 보호하는 데는 실패했습니다.


세계 최초의 3점식 안전벨트. 볼보자동차코리아 제공


안전띠와 에어백 같은 요소도 이런 수동적 안전 측면에서 상당히 중요한 요소입니다.

안전한 차는, 사고 시에 받는 충격을 차량이 잘 흡수하면서 승객 공간(캐빈룸)은 최대한 지켜내고 안전띠와 에어백 같은 장치가 정확하게 작동해 승객이 입을 상해의 가능성을 최대한 줄여줘야 합니다.



● 최근 떠오르는 것은 사고 방지하는 ‘능동적 안전’



하지만 최근 차량 안전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로 떠오르는 것은 ‘능동적 안전’이라는 개념입니다.

차를 얼마나 단단하게 만들었느냐가 아니라 사고 자체를 피하는 기술을 많이, 잘 적용했느냐는 개념입니다.

주행 중에 앞차와의 추돌 가능성이 감지되거나 보행자를 발견하면 차가 스스로 제동하는 기능(전방충돌 방지기능)이 대표적인데요.

이런 기능에 수십만 원을 더 쓴다고 가정하고 경제적으로만 보더라도 충분히 선택할 가치가 있다는 평가가 많습니다.

차를 몰면서 몇 년에 한 번만 제대로 작동해도 이득이라는 것입니다.


현대차의 전방충돌 방지 기술(FCA)을 보여주는 이미지. 현대차 제공


돈이 아니라 생명을 지켜줄 수 있다는 관점에서 보자면 계산할 수 없는 가치를 가진 기술일 수도 있겠습니다.

이런 기능이 적용된 차는 보험사에서도 자동차 보험료를 할인해 주는 식으로 우대합니다.

전방충돌 방지 기능의 경우 실제로 경험보면 ‘든든하다’는 느낌을 주는 경우가 많습니다.

늘 앞을 잘 주시해야 하고, 뒤에서 예상하지 못한 이슈로 앞차가 갑자기 제동해 후미의 브레이크등에 불이 켜지면서 앞차와의 거리가 급격히 짧아지는 순간이 생긴다면 재빨리 반응을 해야 하는 것이 정상적인 운전의 기본 요건인데요.

어느 브랜드의 차에서 이 기술을 경험해 봐도 이런 상황에서 운전자인 제가 반응하는 시점과 거의 차이가 나지 않는 시점에 차가 위험 상황을 인지하고 경고하면서 제동하는 것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 스스로 차선 유지하고 주변 차량 감지해 제동



능동적 안전으로 눈을 돌리면 훨씬 다양한 기술들을 볼 수 있습니다.

일정한 속도 이상으로 주행할 때 차량이 차선을 감지해서 차선 이탈을 경고하거나 스스로 차선을 유지하도록 하는 기능도 일종의 능동적 안전 기술입니다.

교차로에서 좌회전 시 마주 오는 차량과의 예기치 못한 충돌을 막아주는 FCA-JT(교차로 대향차)의 개념을 소개하는 그림. 현대차 제공


아무래도 시야가 제한적인 후진 상황에서 뒤쪽 좌우에서 다가오는 차량이나 자전거, 사람 등을 감지해주는 기술도 많이 적용돼 있습니다.

이런 기술을 실제로 경험해보면 상당히 민감하게 반응한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물론, 안전한 상황이라고 판단을 하고 후진을 하고 있는데 차와 충돌할 가능성이 거의 없는 다른 차량을 감지하고 좀 ‘오버해서’ 차가 스스로 제동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워낙 강하게 제동을 하니 무슨 일인가 싶어서 놀라기도 하는데요.

그래도 후진 상황에서 급제동한다고 크게 문제가 생길 일은 거의 없으니 내가 놓치는 위험을 차가 감지해 줄 수 있다는 생각과 함께 든든한 마음이 드는 기능입니다.

중앙선을 넘어서 다른 차와 정면으로 충돌할 가능성 등 상당히 급박한 위험 상황에서는 차가 운전대에 직접 개입하는 기술을 적용하는 브랜드나 차량도 있습니다.


● 교통안전 최대의 적은 ‘부주의’ 혹은 ‘무모한’ 인간



아직 완전한 자율주행 기술이 상용화되지 않은 상황에서, 이런 기술들은 조금씩 더 안전한 도로 환경을 만들어 가고 있습니다.

자동차 제조사들의 경험과 역사가 보여주듯, 최대한 안전이 확보되는 기능을 최종적으로 적용하고 또 실질적으로 안전에 도움이 되는 기술들이기에 그런 노력을 기울이고 있지 않나 하는 생각입니다.

그리고 이런 기술들이 발전할수록 결국 도로를 위험하게 만드는 최대의 요소는 ‘사람’이라는 리스크란 생각도 듭니다.

자동차는 예기치 못한 사고를 막기 위해 첨단 기능을 늘리고 있는데 정작 사람은 변하지 않고 있는 것 아닌가하는 반성입니다.

교통사고 사례를 분석해 안전 기술에 반영하는 볼보의 교통사고 조사단이 활동하는 모습. 볼보자동차코리아 제공


졸음이나 음주, 약물 중독 등으로 인해 운전에 정상적인 주의를 기울이지 못하는 상황은 가장 위험한 요소입니다.

그리고 실제로 우리 주변에서 치명적인 사고가 일어날 때 결정적인 요소로 작용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한국교통안전공단과 한국도로공사가 2017~2019년 3년 동안의 주요 고속도로 사망사고의 원인을 조사한 결과 사망자의 70%가 졸음과 주시태만인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최근 고속도로에서 졸음쉼터가 늘어나고 졸음운전에 대한 강력한 경고문도 많아지는 이유입니다.

스마트폰을 쳐다보느라 순간적으로 주의력을 상실하는 상황, 과속으로 차를 제대로 통제할 수 없는 상태로 몰아넣는 것 등도 운전자 본인의 무모하고 위험한 행동이라고 봐야하겠습니다.



● 최고 시속 제한하고 음주 운전 가려내려는 시도도



이런 상황은 결국 자동차 제조사가 사람이라는 위험 요소를 통제하려는 시도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안전 기술로 유명한 볼보의 경우 앞으로 생산하는 모든 차량의 최고 시속을 180km로 제한하기로 했습니다.

분석 결과 심각한 수준의 과속만 안 해도 치명적인 사고의 위험이 많이 줄어드니까 자신들의 차로는 아예 시도할 수조차 없게 하겠다는 것입니다.

음주운전이나 명백하게 주의가 산만해진 상황(졸음 등)을 감지해 차가 개입하려는 기술도 개발 중입니다.

차 내부의 카메라나 센서를 활용하는 개념입니다.

볼보뿐만이 아닙니다. 많은 브랜드들이 다양한 접근법으로 운전자가 스스로 위험을 초래하는 상황을 제어하려고 하고 있습니다.

현대차에서는 미숙한 운전이나 졸음운전 등의 부주의로 차가 차선을 이탈할 경우 운전자에게 경보해 안전운행을 도와주는 LDWS(Lane Departure Warning System)라는 기술을 이미 선보인바 있습니다.

미숙한 운전이나 졸음운전 등의 부주의로 차선을 이탈할 경우 운전자에게 경보해 안전운행을 도와주는 현대차의 LDWS(Lane Departure Warning System)를 소개하는 그림. 현대차 제공


우즈의 과거 사례를 살펴보면 이런 기술들의 필요성을 다시금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특히 약물에 중독된 상태로 차에서 적발된 2017년의 일이 그렇습니다.

적발 당시 주차된 차에서 자고 있었지만 우즈의 주의력은 정상이 아니었던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자신의 한 몸도 제대로 가누지 못하는 음주 상태의 사람도, 편안한 좌석에 앉아서 발끝으로 페달을 밟는 동작만으로 2톤 안팎의 중량물을 시속 수십 킬로미터에서 시속 200킬로미터 이상까지 가속할 수 있다는 것.

현재의 자동차가 가진 치명적인 문제 가운데 하나입니다.

비용이 수반되겠지만, 기술적인 해법이 마련될 수 있다면 이제는 적극적인 변화를 시도해봐야 하는 것 아닐까하는 생각이 드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스캔들 그리고 부상. 스포츠 스타가 경험할 수 있는 최대의 악재입니다.

2009년 이후 우즈가 여러 차례 이 두 가지에 발목이 잡히면서 많은 사람들은 그의 재기 가능성을 의심했습니다.

하지만 우즈는 자신의 전성기를 직접 눈으로 보지 못했던 아들에게 2019년 마스터즈 우승을 선물했습니다.

타이거는 지난해 역시 골프 선수의 길을 걷고 있는 아들 찰리와 함께 대회에 나서면서 팬들을 즐겁게 해주기도 했는데요.

아버지 타이거보다 먼저, 더 앞 쪽에서 티샷을 날린 찰리가 ‘아빠, 내 공 잘 나갔어요. 아빠는 티샷 안 하고 내 공으로 치면 되니까 그냥 와요’라며 손짓하던 모습, 그리고 타이거 우즈가 정말로 기뻐하던 모습이 많은 팬들의 기억 속에 남아 있습니다.

한 명의 스포츠 팬으로서, 우즈가 이번에도 또 한번 시련을 이겨내고 골프 대회 마지막날 18번홀 그린에서 포효하는 모습을 보여주기를, 그리고 다시는 자동차와 관련해서만큼은 힘든 상황에 처하지 않기를 바래봅니다.

김도형 기자 dod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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