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3서 ‘옥튜플 보기’… 안병훈에겐 ‘끔찍한 섬’ 17번홀

강홍구 기자

입력 2021-03-13 03:00 수정 2021-03-13 04: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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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레이어스’ 첫날 역대급 참사
‘아일랜드 그린’ 4번 물에 빠뜨려
대회 사상 2번째로 낮은 스코어
케빈 나도 3번 ‘입수’ 5오버파


12일 열린 플레이어스 챔피언십 1라운드 4번홀에서 생각에 잠긴 안병훈. PGA투어 제공

안병훈(30·CJ대한통운)에겐 악몽 같은 하루였다.

미국프로골프(PGA)투어 ‘제5의 메이저대회’로 불리는 플레이어스챔피언십 첫날 ‘마의 17번홀(파3)’에서만 네 번이나 공을 물에 빠뜨린 끝에 11타 만에 홀을 마무리하는 참사를 일으켰다.

안병훈은 12일 미국 플로리다주 폰테베드라비치 TPC소그래스 스타디움코스(파72)에서 열린 1라운드 17번홀에서 옥튜플(octuple·8배) 보기(8오버파)를 기록하는 등 중간합계 11오버파로 공동 150위를 했다. 그보다 더 나쁜 스코어는 헨리크 스텐손(13오버파)뿐이다.



16번홀(파5) 버디로 중간합계 1오버파로 선전했던 안병훈은 17번홀에서 대형사고를 냈다. 이날 143야드로 세팅된 이 홀은 그린이 물로 둘러싸인 ‘아일랜드 그린’이다. 전장은 길지 않지만 주변 나무숲에서 강하고 변화가 심한 바람이 불어 클럽 선택을 어렵게 하는 등 까다롭기로 소문났다. 대회뿐 아니라 일반 내장객 라운드를 포함해 연간 약 12만 개의 공이 호수에 빠진다. 공을 줍기 위해 한 해 네 차례 다이버를 동원한다.

안병훈의 티샷은 그린에 미치지 못하고 물에 빠졌다. 이후 그도 늪에 빠지기 시작했다. 1벌타를 받고 드롭 존으로 자리를 옮겼다. 3, 5번째 샷은 그린에 튄 뒤 ‘입수’했다. 7번째 샷은 그린에 안착하는 듯했지만 백스핀이 걸려 다시 물에 빠졌다. 9번째 만에 온그린했지만 퍼팅마저 홀을 지나쳤다. 2퍼팅으로 홀아웃하면서 그의 스코어카드에는 ‘11’이 새겨졌다. 이 대회 17번홀 사상 역대 두 번째로 나쁜 스코어다. 최악의 기록은 2005년 밥 트웨이(미국)가 3라운드에서 네 차례 공을 물에 빠뜨린 뒤 3퍼팅 끝에 홀아웃하며 기록한 12타다.

안병훈은 트위터에 “누구에게나 나쁜 날이 있고 우리는 이것을 넘어가는 법을 배워야 한다. 하지만 17번홀 티샷은 끔찍했다”는 글을 올렸다. 자신의 17번홀 영상과 함께 ‘17번홀에서 11타를 칠 것 같은 친구를 태그해 달라’는 골프채널 글에 자신의 이름을 해시태그했다.

이날 재미교포 케빈 나도 세 차례 공을 물에 빠뜨리면서 퀸튜플 보기(5오버파)를 기록하는 등 총 35개의 공이 물에 빠졌다. 2007년 1라운드(50개)에 이어 역대 두 번째로 많다. 케빈 나는 허리 통증 등으로 기권했다.

누군가에게는 황홀한 홀이 되기도 한다. 2019년 이 대회에서 라이언 무어(미국) 등 9명이 홀인원했다. 1997년 4라운드에서 홀인원한 프레드 커플스(미국)는 2년 뒤인 1999년 1라운드에서 티샷을 물에 빠뜨린 뒤 1벌타를 받고 티박스에서 한 번에 공을 홀 안에 넣어 진기한 ‘해저드 파’를 기록했다.

2008년 이 대회 우승자인 세르히오 가르시아(41·스페인)가 이글 2개를 포함해 7언더파 65타를 몰아치며 단독 선두로 나섰다. 가르시아는 17번홀에서 파를 기록했다.

강홍구 기자 windup@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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