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 산단부지, 갓 심은 묘목-‘벌집’ 빽빽

세종=구특교 기자 , 세종=남건우 기자 , 세종=지명훈 기자

입력 2021-03-12 03:00 수정 2021-03-12 09: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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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도시 투기 의혹 확산]
지정 검토~확정 시기에 거래 급증
분양권 노린 조립식 주택 다닥다닥
市, 공무원 투기의혹 전수조사 나서


악취 풍기는 축사 앞엔 조립식 주택이… 11일 스마트 국가산업단지 예정지인 세종시 연서면 와촌리에 조립식 주택이 줄줄이 들어서 있다. 집 마당 앞에 소 100여 마리를 키우는 대형 축사가 있다. 마스크를 착용했는데도 집 마당에서 분뇨 악취를 맡을 수 있었다. 세종=박영대 기자 sannae@donga.com

“불과 며칠 전에 누군가 와서 묘목을 심고 갔네요. 보상을 받아내려고 서둘러 작업한 것 같아요.”

11일 오전 세종 연서면 와촌리에서 만난 한 주민은 텅 빈 공터 한쪽에 빽빽이 심어져 있는 묘목을 가리키며 이같이 말했다. 최근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들의 3기 신도시 투기 의혹이 터지자 이 농지 소유자가 부랴부랴 묘목을 심어 놓았다는 얘기다. 이 지역은 2018년 지정된 세종 스마트 국가산업단지 예정지. 최근 LH 직원들의 투기 의혹에 이어 이곳에서도 사전 정보를 입수한 투기 의혹이 제기됐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농지를 놀리면 농지법을 위반하기 때문에 서둘러 묘목을 심어 놓고 나중에 보상을 받으려 했을 가능성을 제기한다. 세종시의 한 공인중개사무소 대표도 “국가산업단지로 지정된 뒤에도 사람들이 묘목을 엄청 심었다”며 “보상을 안 해주더라도 묘목을 일단 심고 보자는 식이었다”고 전했다.

묘목이 심어져 있는 농지 앞에는 비슷한 형태의 조립식 주택 10여 채가 다닥다닥 붙어 있었다. 한두 필지에 여러 채를 나눠 지은 이른바 ‘벌집’이었다. 한 주택은 여름에 쓰는 선풍기 한 대만 덩그러니 놓여 있을 뿐 텅 비어 있었다. 전기 계량기는 멈춰 있었다. 도로명 주소 스티커는 바닥에 떨어져 나뒹굴고 문 앞에 쌓인 우편물은 누렇게 변해 있었다. 이날 세종시에 따르면 스마트 산단 예정지 내 와촌리 일원에 이 같은 조립식 주택 29채가 들어섰다.

국토교통부는 2017년 6월 세종시에 국가산단을 지정하기 위한 검토 작업에 들어가 2018년 8월 말 연서면을 산단 후보지로 확정했다. 이 기간에 연서면 와촌리와 부동리에서 모두 63필지가 거래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직전 1년간 거래 건수(17필지)나 후보지 확정 직후 1년간 거래 건수(13필지)의 4, 5배에 이른다. 주민들은 조립식 주택을 빽빽이 지은 건 이른바 ‘딱지(분양권)’를 받기 위한 목적일 가능성을 제기한다. 산단 예정지 내 농지 소유자인 한 주민은 “집 형태나 크기와 상관없이 한 채당 ‘딱지’ 하나가 나와 조립식 주택을 지으면 싼값에 최대한 집을 많이 지을 수 있다”며 “얼마 전에도 한 업자가 ‘조립식 주택을 짓고 싶은데 집을 내놓지 않겠냐’고 제안했다”고 말했다.

이에 세종시는 스마트 산단 내 공무원 투기에 대한 전수조사에 들어갔다. 세종경찰청도 전담반을 꾸려 스마트 국가산업단지 투기 의혹에 대한 내사를 시작했다. 하지만 조사 지역과 대상이 한정돼 있어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온다. 조사 대상에서 연서면 산단 인근 지역과 조치원 서북부지구, 전동면 산업단지 등의 다른 개발지역은 제외됐다. 조사 대상도 스마트 산단 업무를 직접 담당한 직원의 경우 본인과 배우자의 직계존비속까지 포함시켰지만, 나머지 직원은 본인으로 제한했다.

세종=구특교 kootg@donga.com·남건우·지명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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