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 美증시 공모가 주당 35달러 확정… 기업가치 71조8200억원

황태호 기자 , 사지원 기자

입력 2021-03-12 03:00 수정 2021-03-12 0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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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류센터 투자가 확실한 경쟁력”

국내 이커머스 기업 쿠팡이 상장을 하루 앞둔 10일(현지 시간) 오후 미국 뉴욕 맨해튼 뉴욕증권거래소(NYSE)앞에 쿠팡 로고가 그려진 대형 현수막과 대한민국 국기가 함께 걸려 있다. 사진 출처 알토스벤처스 대표이사 페이스북

국내 기업 최초로 미국 뉴욕증권거래소(NYSE)에 11일(현지 시간) 상장한 쿠팡의 공모가격이 주당 35달러로 결정됐다. 공모가를 기준으로 산정한 쿠팡의 기업가치는 630억 달러(약 71조8200억 원)다. 국내 기준으로 삼성전자(약 489조 원), SK하이닉스(약 100조 원)에 이어 3번째다.

쿠팡은 이번 상장으로 45억5000만 달러(약 5조1870억 원)를 조달해 대규모 투자에 나설 예정이다. 이를 통해 ‘한국판 아마존’ 입지를 공고히 하려는 계획이지만 배송기사 과로사 문제나 중대재해처벌법 등 쿠팡이 넘어야 할 산이 적지 않다.

○ 공모가 기준 기업가치 국내 3위

쿠팡의 공모가가 높게 산정된 데는 현지 기관투자가들의 기대감이 반영돼 있다. 실리콘밸리의 벤처캐피털(VC) 굿워터캐피털은 10일 “쿠팡의 수익 유지율(dollar retention)은 2017년 346%로 아마존(278%)을 능가한 세계 최고 수준”이라며 “물류센터에 대한 막대한 투자가 확실한 경쟁력 우위를 만들었다”고 평가하기도 했다.

하지만 수익성은 쿠팡의 가장 큰 약점으로 꼽힌다. 쿠팡은 창사 이래 한 번도 흑자를 낸 적이 없었다. 매년 규모는 줄고 있지만 지난해에도 6201억 원 적자를 냈다. 쿠팡이 기업공개(IPO)로 조달한 금액으로 재무구조 개선보다 대규모 물류투자를 예고한 만큼, 단기간에 흑자 전환이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미국 아마존도 상장 이후 커머스 사업에서 적자를 오랫동안 유지했지만 확실한 시장 패권을 쥐고 있는 데다 클라우드 서비스인 아마존웹서비스(AWS)라는 든든한 수익원이 있다는 점에서 다르다. 쿠팡의 경우 신세계그룹, CJ대한통운 등과 손잡은 네이버와 이베이코리아의 유력한 인수 후보로 거론되는 카카오 등 ‘반쿠팡’으로 뭉친 강력한 경쟁자가 버티고 있다.

최석원 SK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쿠팡이 아마존처럼 1위를 굳히려면 경쟁자인 네이버, 카카오를 확실히 제쳐야 하지만 쉽지는 않을 것”이라며 “대규모 물류 투자에 기반한 쿠팡의 사업 방식은 막대한 비용 부담 때문에 해외 시장으로 확장이 어려워, 향후 주가가 공모가를 하회할 가능성도 없지 않다”고 말했다.

○ 위험 요인으로 부각된 중대재해처벌법



정부의 강력한 규제는 쿠팡을 비롯한 플랫폼 업계 전체의 고민이기도 하다. 공정거래위원회가 최근 입법예고한 전자상거래법 개정안은 단순 판매 중개 플랫폼도 소비자에게 발생한 피해에 대한 보상 책임을 판매업체와 함께 부담하도록 했다. 쿠팡의 ‘풀필먼트(물류총괄대행)’ 사업도 이에 적용된다. 쿠팡은 증권 신고서에 한국의 온라인 플랫폼 공정화법, 중대재해처벌법 등을 미래 위험 요인으로 명시했다.

배송기사들의 근로환경 문제도 쿠팡이 해결해야 할 숙제다. 심야 배송 중 사망한 쿠팡 배송기사의 과로사 문제 등 ‘착취형 근로환경’에 대한 비판은 쿠팡의 지속적 성장에 걸림돌이 될 가능성이 높다. 쿠팡은 쿠팡이츠의 배달원 노동조합인 ‘라이더유니온’과의 교섭도 상장 이후로 미뤄 놓은 상황이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9일(현지 시간) “쿠팡의 가장 큰 혁신은 데이터와 인공지능을 사용해 직원들을 압박하는 방법을 찾아낸 것”이라고 비꼬며 “장기 성장 지속 가능성에 의문이 제기된다”고 지적했다.

이효섭 자본시장연구원 금융산업실장은 “기관투자가들에게는 ESG(환경, 사회, 지배구조) 평판이 상당히 중요한 이슈”라며 “근로자들의 근로환경을 개선해야 장기적으로 기업가치를 유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황태호 taeho@donga.com·사지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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