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 스마트산단 예정지 가보니…빼곡한 묘목·‘벌집’ 다닥다닥

세종=구특교기자 , 세종=남건우기자

입력 2021-03-11 18:39 수정 2021-03-11 18: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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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들의 땅 투기 의혹 확산으로 세종시 연서면에 스마트국가산업단지 개발 예정 부지에 대한 전수조사 여론이 높아지고 있다. 10일 세종시 연서면 와촌리 스마트국가산업단지 개발 예정 부지에 조립식 주택이 들어서 있다. 2021.3.10/뉴스1 © News1

“불과 며칠 전에 누군가 와서 묘목을 심고 갔네요. 보상을 받아내려 서둘러 작업한 것 같아요.”

11일 오전 세종 연서면 와촌리에서 만난 한 주민은 텅 빈 공터 한 쪽에 빼곡히 심어져 있는 묘목을 가리키며 이 같이 말했다. 최근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들의 3기 신도시 투기 의혹이 터지자 이 농지 소유자가 부랴부랴 묘목을 심어놓았다는 얘기다. 이 지역은 2018년 지정된 세종 스마트 국가산단 예정지. 최근 LH 직원들의 투기 의혹에 이어 이곳에도 공무원이나 지자체 직원이 사전 정보를 입수해 투기한 게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 곳이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서둘러 심어 놓은 묘목의 정체에 대해 농지를 놀리면 농지법을 위반하기 때문에 서둘러 나무를 심어놓고 보상을 받으려 했을 가능성을 제기한다. 세종시의 한 공인중개사무소 대표도 “국가산업단지로 지정된 뒤에도 사람들이 묘목을 엄청 심었다”며 “보상을 안 해주더라도 묘목을 일단 심고 보자는 식이었다”고 전했다.

묘목이 심어진 농지 앞에는 비슷한 형태의 조립식 주택 10여 채가 다닥다닥 붙어 있었다. 한두 필지에 여러 채가 나뉘어 지어진 이른바 ‘벌집’이었다. 한 주택의 창문 안을 들여다보니 여름철에 쓴 선풍기 한 대만 덩그러니 놓여 있을 뿐 텅 비어 있었다. 전기 계량기는 멈춰 있었다. 도로명 주소 스티커는 바닥에 떨어져 나뒹굴고 문 앞에 쌓인 우편물은 누렇게 변해 있었다. 이날 세종시에 따르면 스마트 산단 예정지 내 와촌리 일원에 이 같은 조립식 주택 29채가 들어섰다.

국토교통부는 2017년 6월 세종시에 국가산단 지정을 위한 검토 작업에 들어가 2018년 8월 말 연서면을 산단 후보지로 확정했다. 이 기간에 연서면 와촌리와 부동리에서 모두 63필지가 거래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직전 1년간 거래 건수(17필지)나 후보지 확정 직후 1년간 거래 건수(13필지)의 4~5배에 이른다. 주민들은 조립식 주택을 빽빽이 지은 건 이른바 ‘딱지(분양권)’를 받기 위해서라고 입을 모았다. 산단 예정지 내 농지 소유자인 한 주민은 “집 형태나 크기와 상관없이 한 채당 ‘딱지’ 하나가 나온다. 조립식 주택을 지으면 최대한 많은 집을 싼 값에 지을 수 있다”며 “얼마 전에도 한 업자가 조립식 주택을 짓겠다며 집을 내놓지 않겠냐고 제안했다”라고 말했다.

이에 세종시는 스마트 산단 내 공무원 투기에 대한 전수조사에 들어갔다. 세종경찰청도 전담반을 꾸려 스마트 국가산업단지 투기 의혹에 대한 내사를 시작했다. 하지만 조사 지역과 대상이 한정돼 있어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온다. 조사 대상에서 연서면 산단 인근 지역과 조치원 서북부지구, 전동면 산업단지 등 다른 도시 개발지역은 제외됐다. 조사 대상도 스마트 산단 업무를 직접 담당한 직원의 경우 본인과 배우자의 직계존비속까지 포함시켰지만, 나머지 직원은 본인으로 제한했다. 박창재 세종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 집행위원장은 “차명이나 가족 명의 거래 내역에 대한 조사가 없어 문제”라며 “세종시 공무원만 조사하는 ‘셀프 조사’를 어떻게 신뢰할 수 있느냐”고 지적했다.

세종=구특교기자 kootg@donga.com
세종=남건우기자 wo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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