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뿐만 아니다’…청원·오송 산단에도 ‘벌집’ 난립

뉴시스

입력 2021-03-11 17:58 수정 2021-03-11 17: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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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주 산단 예정지 곳곳에 벌집·묘목 난립…투기 의혹 확산
청원 밀레니엄타운 지난해부터 간이주택·창고·묘목 널려
중개업자들 "토지 보상가 높이려는 전형적 타짜 수법"
경찰·충북도, 공무원·산하기관 직원 등 투기 집중 조사



LH(한국토지주택공사) 직원들의 땅 투기 여파가 충북으로 번졌다.

수년 전부터 일명 ‘벌집(투기 목적의 임시 주택)’과 묘목이 난무한 도내 주요 개발 예정지에도 공공기관 임직원과 공무원이 관여한 것 아니냐는 의심의 눈초리가 매섭다.

11일 청주시 흥덕구 오송읍 동평리.

지난해 9월 정부의 예비타당성 조사를 통과한 오송 제3산업단지 예정지에도 묘목이 빼곡히 들어차 있었다. 잡초가 뒤섞인 땅에 수종을 구분하기 어려운 묘목이 1m 안팎 간격으로 머리를 맞댔다.

최근 투기 의혹이 불거진 경기도 신도시 예정지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현지 공인중개사 A씨는 “농지 묘목 식재는 토지 보상가를 높이기 위해 투기꾼들이 쓰는 전형적 수법”이라며 “ ‘벌집’이라 불리는 조립식 건물을 지어 이전비 등의 이득을 취한다”고 설명했다.

마을 주민 B(71·여)씨도 “오송3산단 조성 소문이 돌자마자 우후죽순으로 묘목이 심겼다”고 했다.

오송3산단은 지난 2017년 7월 문재인 정부의 국정과제로 발표된 국가산업단지 조성사업이다. 충북도가 같은 해 9월과 11월 이 일대를 ‘토지거래계약 허가구역’, ‘개발행위 허가 제한구역’으로 순차 지정할 때까지 벌집과 묘목이 순식간에 자리를 꿰찼다.


청주의 또 다른 산업단지 조성지인 넥스트폴리스도 진즉에 벌집과 묘목에 자리를 내줬다.

청원구 밀레니엄타운 서쪽 일대 곳곳에는 40~190㎡ 규모의 간이 주택과 조립식 창고, 농지 묘목이 널려 있었다. 어림잡아도 50채는 넘었다.

이곳에는 지난해 6월부터 벌집이 난립했다고 한다. 충북도의회가 산업단지 조성계획을 승인한 시점이다.

충북개발공사는 2028년까지 189만1574㎡규모의 산업단지를 조성할 예정이다.

청주시가 지난해 8월 이 일대를 개발행위 허가 제한구역으로 지정했으나 불과 두 달 사이 벌집과 묘목이 땅을 메웠다.

일각에선 이 일대에 LH 직원이 땅을 산 뒤 투기용 묘목을 심었다는 의혹도 나오고 있다.

한 주민은 “경기도 신도시 땅 투기 의혹이 나오기 전부터 LH 직원이 이곳 부지를 샀다는 말이 돌았다”며 “자고 나면 순식간에 묘목이 심어지는 까닭에 정확한 위치는 모르겠다”고 전했다.


충북 경찰은 이 지역을 비롯한 부동산 투기 의심지역에 전담 수사팀을 보낸다.

부동산 내부정보를 이용한 투기와 불법 형질변경 등을 샅샅이 훑을 계획이다. 공무원과 공공기관 임직원 등이 주요 수사 대상이다.

충북도와 청주시 등도 청주 넥스트폴리스산업단지, 오송3산단, 음성 맹동 인곡산업단지 조성에 충북개발공사 임직원과 충북도 공무원이 관여돼 있는지를 살필 예정이다.

맹동 인곡산단은 2017년 12월 입지가 발표됐고, 나머지 2곳은 2022년 상반기 발표를 앞두고 있다.

[청주=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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