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호석화 박철완 “주주제안, 집안싸움 아냐…충정에서 나온 것”

뉴스1

입력 2021-03-11 12:53 수정 2021-03-11 12: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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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철완 금호석유화학 상무. 2021.3.11/뉴스1 © News1 황기선 기자

금호석유화학 경영권을 놓고 삼촌인 박찬구 회장과 다툼을 앞둔 박철완 상무가 이번 주주제안은 집안 싸움이 아니라, 회사의 장기적 발전을 위한 ‘충정’에서 비롯된 것이라는 입장을 내놨다. 특히 금호리조트 인수 등 회사의 잘못된 판단에 대해 그동안 최대주주로서의 의견을 제시할 창구가 없었다는 점도 배경이라고 밝혔다.

박 상무는 11일 기자회견을 열고 최근 회사 측에 주주제안을 한 이유에 대해 이 같이 밝혔다. 경영권 분쟁이 불거진 후 박 상무가 직접 입장을 밝힌 건 이번이 처음이다.

우선 이번 주주제안이 집안 싸움이 아니라는 점을 명확히 했다. 박 상무는 “안타깝게도 일각에선 제 논의의 진위를 살펴보는 대신 ‘조카의 난’이라는 한 마디로 치부하는 것 같다”며 “하지만 기업은 오너 일가의 전유물이 아니며, 기업 경영은 ‘누구누구의 난’으로 요약될 만큼 가볍고 단순한 사안이 아니다”고 강조했다.

오히려 현재 이사회에 대한 회의감이 컸기 때문에 나섰다는 입장이다. 그는 “기업경영은 수많은 관계자의 이해가 달린 문제이기에 세간의 오해를 충분 예상했음에도 주주제안이라는 방식으로 현 이사회에 대한 문제를 제기할 수밖에 없었다”며 “현 경영진과 이사회가 과연 수많은 이해관계자의 의견 존중하고 더 큰 가치를 위해 노력하고 있는가에 대해 회의적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대표적인 사례로 지난달 체결된 금호리조트 인수 계약을 들었다. 박 상무는 “금호리조트는 석유화학 기업의 사업과 연관성이 없고 시너지가 발생할 수 없는데다 경쟁자의 가격보다 500억~1000억원 이상 높게 체결됐다”며 “합리적인 의사결정이었다면 과연 이런 인수가 가능했겠는가”라고 반문했다.

그는 “현 이사회는 이런 부적절한 투자 결정을 걸러내거나 경영진의 과거 배임행위에 대해 지배주주의 경영권 남용 견제에 실패했으며, 기업 가치를 저해하는 리스크 해소에도 무력했다”며 “이사회가 견제를 하는 대신 방임하고 회사에 개선 요구 멈출 때 그 기업의 미래는 보장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이에 박 상무는 Δ금호리조트 인수 중단 Δ저평가된 기업가치의 정상화 Δ전문성과 다양성을 갖춘 이사회 구성을 통한 기업 거버넌스 개선 등 3가지 선결과제를 제시했다. 이를 바탕으로 5년 후인 2025년까지 시가총액 20조원을 달성할 수 있다고 밝혔다.

과거 박 회장의 배임 행위에 대해서도 비판했다. 박 회장은 회사 자금을 개인적으로 대여하도록 영향력을 행사한 혐의 등에 대해 지난 2014년 유죄 판결이 확정된 바 있다.

박 상무는 “이런 일이 발생했다는 점에서 가족 구성원이자 회사 구성원으로서 상당히 안타깝다”며 “이에 대한 개선방안을 제시하지 못한 건 임직원의 책임으로, 그래서 금호석유화학이 퍼블릭 컴퍼니라는 점에서 책임질 수 있는 경영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오늘날 기업은 다양한 이해관계자의 이익을 지속적으로 보호해야 하고 더 넓은 차원에선 공공의 이익에 부합하는 의사결정을 내려야 한다”며 “지금의 위기를 기회로 삼지 않으면 금호석화의 미래 발전은 요원한 일”이라고 강조했다.

질의응답에서 박 상무는 그동안 회사 측과 소통 창구가 없었다고 주장했다. 그는 “제가 회사 이사회에 이사로 돼 있지 않고 최고 경영진과 소통할 수 있는 창구가 없다는 건 상당히 안타까운 일”이라며 “이사회에서 의견을 개진하고 건설적인 비평을 하고 싶지만 그런 조직이나 채널이 없었다는 점이 굉장히 아쉽고, 그런 커뮤니케이션이 안 됐다는 게 이번 금호리조트 인수에도 적용된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박 회장과의 갈등으로 인한 주주제안이 아니라는 점을 강조했다. 박 상무는 “이번 주주제안은 가족간의 분쟁이거나 조카의 난이 아니라는 점을 명확히 말하고 싶다”고 말했다.

이어 “이번 주주제안은 제가 주주의 한 사람으로서 하게 된 것”이라며 “이해관계자의 이익이 최우선이 되도록 회사가 투명 경영을 하게 될 때 주주뿐 아니라 임직원, 공급업체 협력사 분들까지 수혜를 입을 것이라는 10년 동안 고민한 결과물”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다만 안타까운 건 최고 경영층과 금호리조트 인수뿐만 아니라 대화와 소통이 10년 동안 잘 안 됐다는 점”이라며 “대화 창구가 없었다는 것도 아쉽고, 내부적 이슈가 밖으로 왜곡돼 보도된 점도 안타깝다”고 말했다.

박 상무는 ‘10년 동안 고민했는데 왜 이번에 제안하게 됐느냐’는 질문에 대해선 “지금 예상치 못한 코로나19로 회사가 큰 성과를 이룬 이 시점이 앞으로 50년, 100년을 생각할 때 기회가 될 것”이라며 “다른 회사들이 사업을 다각화하는 것처럼 저희도 이 모멘텀을 살려 새로 투자하고 미래 먹거리를 발굴해야 100년 영속할 수 있는 기업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해 올해 제안을 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최근 자신과 어머니가 금호석유화학 주식을 매입한 점의 의미에 대해선 “결국은 저와 가족, 금호석유화학이라는 회사가 운명 공동체로 간다는 의지라고 보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자신이 제안한 높은 배당금에 대해선 무리한 수준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박 상무는 “제 제안의 평균 배당 성향은 50% 수준이지만, 코스피 기업의 평균은 40%를 넘고 동종 업계는 50%를 넘으며 글로벌 경쟁사들은 80%를 넘는다”며 “장기적으로 순수한 현금 창출 중 50%를 (배당 성향으로) 유지하는 게 적당하다”고 밝혔다.

자신이 대표이사가 됐을 경우 가장 먼저 고칠 과제로는 금호리조트 인수를 꼽았다. 그는 “저는 저 스스로를 소액주주의 대변자로 생각하는데, 이해관계자들은 이걸 어떻게 생각하겠느냐”며 “이를 이사회 다른 분들께 말씀드리고 향후 다른 문제 있을 경우 균형을 맞춰 기업가치와 주주가치를 우선해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대표이사가 되면 기업의 소유와 경영을 분리하겠다고 밝혔다. 박 상무는 “소유와 경영의 분리를 구축하는건 글로벌 스탠다드”라며 “중요한 의사결정은 이사회를 통해 공정하고 투명하게 해야 하고, 가능하면 그걸 리딩하는 분은 외부에서 와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대표이사가 되지 못할 경우에 대해선 “주주분들이 정말 퍼블릭 컴퍼니를 만들고 싶다고 한다면 전 만족한다”며 “결과가 어떻게 나오든, 저는 회사의 구성원으로서 그리고 최대주주로서 기업가치 제고를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 상무는 “저는 비운의 오너일가도 아니고 삼촌과 분쟁하는 조카도 아니다”라며 “오히려 조직 구성원이자 최대주주인 제 특수한 위치를 최대한 활용해 금호석유화학의 도약을 끌어내려는 것이고, 이것이 저를 포함한 금호석유화학의 미래를 기대하는 분들에게 더 큰 가치를 되돌려 드릴 수 있는 길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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