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H직원, 판사와 동급”…세태풍자 新직업등급표 등장

뉴시스

입력 2021-03-11 11:21 수정 2021-03-11 1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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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심히 살았는데 누군 부당하게 큰 돈 벌어"
'의사vs판사vsLH직원 중 누구?'70%가 LH투표
"LH공사 입사나 준비할 걸 그랬다"…한탄해
LH "내부직원 조롱글, 현직 아닐 가능성 있어"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들 신도시 투기 의혹으로 나라가 떠들썩한 가운데, 직장인들의 분노는 갈수록 커지고 있다. 특히 LH직원으로 추정되는 이들이 올린 경솔한 발언은 이같은 분위기에 기름을 붓는 모양새다.

11일 뉴시스 확인 결과, 직장을 인증해야 글을 쓸 수 있는 ‘블라인드’에는 지난 2일 최초 의혹이 제기된 이후 계속 LH 땅투기 의혹 관련 비판 글이 지속적으로 올라오고 있다.

한 직장인은 지난 6일 ‘LH 때문에 한국을 떠나고 싶어졌다’는 제목의 글을 올렸다.

이 직장인은 “(사람들이) 헬조선하지만 나는 나름 연봉도 괜찮고 부모님 노후준비도 잘 돼 있으셔서 열심히 살면 언제가는 잘 살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현실은 전혀 아니었다”며, “누군가는 부당한 방법으로 로또보다 큰 돈을 벌고 있었다. 지금의 20~30대는 그런 인간들의 소작농이 돼 평생 노동 수익을 헌납하며 살아가야 하는 노예가 된다”고 했다.

그러면서 “20~30대는 평생 죽을 때까지 월세 전세만 떠돌다가 생을 마감하거나 은행의 노예가 돼서 평생 빚을 갚다 죽어야 하나보다”라며 “누가 봐도 나는 인정할만한 학벌이 있고 노력하며 살아왔지만 내가 이렇게 박탈감을 느낄 정도면 다른 사람이라고 다르게 느끼겠느냐”고 토로했다.

이 글에 대다수가 공감을 표하며 한 회원은 “부당한 방법으로 이익을 취한 사람에게 나는 왜 상대적 박탈감을 느껴야하느냐”고 공감을 표시했다.

한 직장인은 풍자적 목적으로 ‘2021년 신(新) 직업등급표’를 올렸는데 1등급을 받은 판사 옆에 ‘LH직원’이, 2등급을 받은 유명로펌 변호사 옆에 ‘형제가 LH직원’이라고 적힌 게시물을 올리기도 했다.

또 어떤 직장인은 ‘다시 태어나면 의사 vs 판사 vs LH 직원 중 어떤 직업을 하겠느냐’는 투표게시물을 올리기도 했다. 이 글에서 LH직원이 되겠다고 투표한 비율이 70%나 됐다.

다른 직장인도 “박탈감이 든다”며 “진짜는 미리 정보 알고 땅을 사서 10배씩 띄우는데 여긴 기껏 정직하게 투자해서 겨우 2배 뛴 걸 심지어 세금 떼면 반이 날아가는데도 자랑한다”고 한탄하기도 했다.

또 다른 이는 “예전에 LH 면접에서 떨어져서 아쉽고 가고 싶은 공기업이었는데 안 붙길 잘했다”며 “열심히 살고 돈 벌어봐야 뭐하겠느냐. 내부정보 장난질에 몇십억을 노후자금으로 땡기는데, 공기업 다니면서 일하는 사람들을 바보로 만드느냐”고 비판하기도 했다.

대기업 소속 회사원은 “박탈감이 진짜 크다. LH 공사 입사를 준비할걸 그랬다”고 남겼다.

이런 상황에서 LH 직원들로 추정되는 일부 사람들의 경솔한 발언이 분노에 기름을 붓고 있다.
한 회사원은 10일 “LH직원들은 답이 없다”며 “정상적인 직원들 싸잡아서 욕하지 말라고 하는데 그 조직에서 당신들이 한 게 뭐냐. 조직 구성원이면 조직이 잘못했을 때 ‘나는 잘못 안했어’ 이런 말을 할게 아니라 ‘바른 소리를 못했다’고 사과해야하는 것 아니냐”는 글을 올렸다.

그러자 LH직원으로 추정되는 사람이 댓글로 “투기하는데 직원들에게 ‘나 투기한다’고 말하고 다니는 사람이 얼마나 되겠느냐”며 “이번 것도 이야기하고 다녀서 내부직원이 신고한건데 난 LH 5년 다니면서 주변 직원들이 어디 정보를 듣고 샀단 이야기를 들어본 적 없다”고 말하며 설전을 벌이기도 했다.

앞서 LH 직원으로 추정되는 이용자는 ‘내부에서는 신경도 안 씀’이란 제목으로 글을 올려 논란이 된 바 있다.

이 작성자는 “어차피 한 두달만 지나면 사람들 기억에서 잊혀져서 물 흐르듯이 지나갈 거라고 다들 생각하는 중. 나도 마찬가지고”라며 “털어봐야 차명으로 다 해놨는데 어떻게 찾을 거냐. 니들이 암만 열폭(열등감 폭발)해도 난 열심히 차명으로 투기하면서 정년까지 꿀 빨면서 다니련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게 우리 회사만의 혜택이자 복지인데 꼬우면 니들도 우리회사로 이직하든가”라며 “공부 못해서 못 와놓고 꼬투리 하나 잡았다고 조리 돌림하는건 극혐”이라고 남겼다.

또 지난 3일 한 LH 직원으로 보이는 작성자는 “LH직원들이라고 부동산 투자 하지 말란 법 있느냐”며 “내부정보를 활용해서 부정하게 투기한 것인지, 본인이 공부한 것을 토대로 부동산 투자를 한건지는 법원이나 검찰에서 판단할 사안”이라고 했다.

또 다른 작성자는 “요즘 영끌(영혼까지 끌어올린다)하면서 부동산에 몰리는 판국에 1만명 넘는 LH 직원들 중 광명에 땅 사둔 사람들이 이번에 얻어 걸렸을 수도 있는데 언론에 하나 터지면 무조건 내부정보를 악용한 것 마냥 시끌시끌하다”며, “막말로 다른 공기업, 공무원 등 공직쪽에 종사하는 직원들 중 광명 쪽 땅 산 사람이 한명도 없겠느냐”고 했다.

다른 직원은 “개발제한구역이었던 곳이 공공주택지구 지정됐다가 취소돼서 특별관리지역으로 관리되던 광명·시흥은 누가 개발해도 개발 될 곳이었는데 이걸 내부정보로 샀다고 하다니”라며 “근데 여론은 그렇지 않은가봐. 직원들도 동요할 정도면 그냥 뭐 끝이네 이제”라고 했다.

한편 LH는 전날 보도자료를 통해 “최근 블라인드 등에 게시된 글은 LH 내부 분위기와 상반되며, 성찰과 자숙으로 강력한 재발방지 대책을 즉각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또 “블라인드 글 게시자는 현직 외에도 파면, 해임, 퇴직자의 계정이 유지될 수 있기 때문에 현직 LH 직원이 아닐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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