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H 투기폭탄 터질까, 민심 더 불지를까…1차조사 오후 발표

황재성 기자

입력 2021-03-11 10:03 수정 2021-03-11 1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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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세균 국무총리(오른쪽)가 10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신도시 투기 의혹 수사협력 관련 회의’를 열고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맞은편 왼쪽부터 검찰총장 직무대행인 조남관 대검 차장, 박범계 법무부 장관, 전해철 행정안전부 장관, 김창룡 경찰청장. 사진공동취재단

LH 땅 투기 의혹을 조사 중인 정부합동조사단이 11일 오후에 1차로 진행한 전수조사 결과를 발표한다. 조사단이 출범한 지 1주일 만이고, 시민단체의 의혹이 제기된 지 9일 만이다.

이번 조사 결과를 토대로 정부합동특별수사본부(특수본)은 투기 여부를 가리는 본격적인 수사에 착수하게 된다. 실제 불법 등을 사용한 투기행위자를 찾아내고, 그에 따른 처벌을 내리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가능성이 크다는 뜻이다.

이에 따라 한 달도 남지 않은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에 최대 변수가 된 부동산 문제에 정부가 제대로 된 답을 내놓지 못하는 상황에 처하게 됐다. 이날 결과 발표가 정부와 여당에 대해 폭발하고 있는 민심을 잡기에는 역부족이라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 투기 의혹 조사 1차 결과 발표
정세균 국무총리는 이날 오후 2시 30분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리는 3차 정례 브리핑에서 직접 조사 결과를 발표한다.

이번 발표는 국토교통부(직원 수·4509명)와 LH(9838명)의 직원 1만4348명에 대해서 이뤄진 조사 결과다. 조사단은 토지뿐만 아니라 해당 지역의 주택·건축물을 포함한 부동산 거래 전반을 살펴봤으며, 거래 사실이 확인된 직원과 전수조사 거부자를 모두 특수본에 수사 의뢰하기로 했다. 범죄 혐의 여부와 상관없이 모든 땅과 아파트 등을 포함한 부동산 거래자를 용의선상에 올려놓고 조사를 펼치겠다는 뜻이다.

대상 지역은 3기 신도시 6곳(광명 시흥·남양주 왕숙·하남 교산·인천 계양·고양 창릉·부천 대장)과 택지면적 100만㎡ 이상인 과천 과천지구, 안산 장상지구 등 총 8곳이다. 조사는 택지지구 지정 5년 전 거래 내역까지 대상으로 했다. 2018년 12월 발표된 남양주 왕숙·하남 교산·인천 계양은 박근혜 정부 때인 2013년 12월부터 조사가 이뤄졌다.

이번 발표에서 정부는 거래가 확인된 직원 규모를 발표하고, 범죄수익 환수 방침과 남은 2차 조사 계획 등을 설명할 예정이다. 2차 조사 대상은 △국토부·LH 직원의 가족 △신도시 가 위치한 지역의 지방자치단체 직원(6000여 명)과 지방 공기업 직원(3000여 명) 등 직원 9000여 명과 그 가족이다.

● 불법 투기 색출에는 상당 시간 걸릴 듯
LH 사옥에 계란 투척 9일 경찰이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들의 신도시 투기 의혹으로 경남 진주시에 있는 LH 본사에 대한 압수수색을 진행한 가운데 농민들이 항의성으로 던진 계란 자국이 건물 외벽 곳곳에 남아 있다. 진주=뉴스1
정부 방침대로라면 이번 발표에서 국민들이 궁금해 하는 투기꾼 색출은 사실상 어렵다. 정부 1차 조사가 단순한 거래자 명단을 확인한 수준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문제는 범죄 여부를 밝혀낼 추가 수사에 상당 시간이 걸릴 수 있다는 점이다. 우선 이번 조사 결과에서 제대로 확인되지 않은 차명 및 가명 거래자를 찾아내야 한다. 또 2차 조사 대상자를 포함하면 조사 대상자가 무려 10만 명에 달할 수 있다는 추정도 나온다. 직원 가족들로부터 일일이 동의서를 받아야 하는데,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여기에 투기 의혹 대상자가 내부 정보를 이용했는지 여부를 밝히는 것이 관건인데, 당사자가 이를 부인할 경우 입증하기가 쉽지 않을 수도 있다. 지난한 재판 과정을 거쳐 최종 결정을 받아내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릴 수도 있다는 뜻이다.

LH 투기 의혹 제기 이후 전국적으로 쏟아져 나오고 있는 각종 부동산 투기 의혹 제보도 정부로서는 부담이다. 3기 신도시에만 국한해 특수본 수사를 진행한다면 커질 대로 커진 정부에 대한 불만이 폭발할 수 있어서다.

이를 의식한 정부도 특수본 출범을 발표하는 자리에서 수사 확대 방침을 밝혔다. 공무원이나 공공기관 임직원이 내부정보를 부정하게 이용한 행위, 전국 각지에서 개발 예정인 농지의 부정 취득, 보상이익을 노린 부동산 투기행위 등을 전방위적으로 수사하기로 한 것이다.


● 커지는 정부와 여당의 고민
이런 상황으로 인해 한 달도 남지 않은 서울·부산 보궐선거를 치러야 하는 여당으로서는 비상등이 켜지게 됐다. “투기와의 전쟁을 선포하며 각종 부동산 규제책으로 국민 불편만 가중시킨 정부에서 투기꾼(LH)만 키웠다”며 폭발하고 있는 민심의 불만을 잠재울 뾰족한 답을 주지 못한 셈이기 때문이다.

‘2·4대책’을 차질 없이 이끌겠다고 공언한 정부로서도 발목이 잡힐 가능성이 커졌다. 신규 택지 후보지는 물론 도심 고밀개발 후보지의 토지소유주들이 “LH의 투기 의혹에 대한 진상이 밝혀지기 전까지는 정부의 토지 매수 등에 협조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내놨기 때문이다.

정부가 ‘2·4 대책’을 통해 공급하기로 한 83만6000채 가운데 거의 대부분은 민간의 협력이 필수적이다. 신규 택지도 토지보유자들이 보상에 응하지 않는다면 7월로 예정된 ‘3기 신도시 사전청약’은 사실상 어려울 수 있다는 분석마저 나온다.

청와대와 민주당이 공식적으로 부인했음에도 ‘변창흠 장관의 책임론’과 ‘사퇴론’이 사그라들지 않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성난 민심을 달래기 위해선 주무부처 장관의 책임 있는 조치가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변 장관이 ‘LH 옹호성’ 발언을 잇달아 내놓은 것도 이런 목소리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황재성 기자 jsonh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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