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습변호사도 취업못해… 5400명 변협 연수

신희철 기자 , 박상준 기자

입력 2021-03-11 03:00 수정 2021-03-11 0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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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협, 변시 합격자 실태조사



2012년 제1회 변호사시험(변시) 시행 이후 지난해까지 9년 동안 총 5400여 명의 변시 합격자가 곧바로 취업하지 못하고 대한변호사협회가 운영하는 연수를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전체 합격자 1만4336명 중 38%가량이 법원이나 검찰, 법무법인 등 일선으로 바로 진출하지 못한 것이다. 미취업 변호사들에 대한 변협의 교육도 부실하게 이뤄져 양질의 변호사가 배출되지 못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10일 동아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2012년부터 2020년까지 변시 합격 이후 법률사무종사기관에 취업하지 못하고 변협 연수를 신청한 이들은 총 5414명에 달했다. 변호사법에 따라 변시 합격자들은 국회, 법원, 검찰청, 지방자치단체, 법무법인 등 법률사무종사기관에서 6개월 이상 실무 교육을 받아야 개업을 하거나 법무법인에서 활동할 수 있다. 그런데 무려 5000명 이상이 일자리를 찾지 못해 변협에서 또다시 교육을 받으며 구직활동을 한 것이다.

이는 2012년 이후 변시 합격자 수가 매년 1400∼1700명에 이른 데 반해 법률 시장의 일자리는 1000개 수준에 그쳤기 때문인 것으로 파악됐다. 2012년 1451명이던 변시 합격자 수는 매년 증가하며 2019년과 2020년엔 각각 1691명, 1786명에 달했다. 반면 합격자 중 법률사무종사기관으로 곧바로 취업한 이들은 △2012년 1015명 △2013년 890명 △2014년 956명 △2015년 1052명 △2016년 1051명 △2017년 1033명 △2018년 993명 △2019년 953명 △2020년 979명으로 나타났다.

미취업자들에 대한 실무 교육이 충분히 이뤄지지 못했다는 비판도 나온다. 매년 500∼700명가량이 변협 연수를 신청했지만 이들을 지도할 ‘관리 지도관 변호사’는 지난 5년 동안 매년 160∼218명에 불과했다. 관리 지도관 변호사 1명이 평균 3, 4명의 수습 변호사를 지도해온 셈이다.

법무법인의 한 변호사는 “양질의 변호사를 배출하기 위해 변호사 경력 5년 이상의 관리 지도관 1명이 수습 변호사 1명을 교육하도록 변호사법 시행령이 마련돼 있다”면서 “관리 지도관 경력이 5년 이하인 경우도 많고, 1명이 최대 9명을 교육하면서 출근도 시키지 않고 활동 보고서만 작성하게 하는 것으로 수습을 대체하는 일도 다반사”라고 말했다.

총 6개월인 변협 연수 기간 중 4개월이 대부분 강의로만 구성된 커리큘럼도 문제라는 지적이 나온다. 소장 작성부터 의뢰인 상담, 법정 공방 노하우 등 실제 현장에서 필요한 교육은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2012년 5억 원이었던 정부의 연수 보조금이 지속적으로 삭감되다가 지난해부터는 아예 보조금이 없어져 연수 프로그램 운영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변협 측은 “수용 능력을 넘어서는 연수 인원이 배출되고 있어 변시 합격자 실태조사를 벌인 결과 기존 연수가 부실하게 운영된 점을 확인했다”며 “변시 합격자 수를 시장에서 소화 가능한 수준으로 조정하고 변협 연수가 제대로 이뤄질 수 있도록 정부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신희철 hcshin@donga.com·박상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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