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불황 넘어라”… ‘워케이션’서 돌파구 찾는 호텔들

황태호 기자

입력 2021-03-09 03:00 수정 2021-03-09 0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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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성급도 ‘장기 숙박’ 상품 내놔
“해외여행 대신 국내 ‘호캉스’와 재택근무에 지친 소비자들이 타깃”


롯데호텔 서울이 서울 시내 5성급 호텔로는 이례적으로 14박 이상을 묵을 수 있는 장기숙박 상품을 15일 출시한다. 일과 호캉스를 동시에 누리는 ‘워케이션’ 수요를 잡겠다는 전략이다. 호텔롯데 제공
직장인 최모 씨(39) 부부는 서울 강남구의 한 호텔에서 ‘한 달 살기’ 중이다. 거주하고 있던 오래된 집을 대대적으로 리모델링하면서 임시로 거주할 곳이 필요했는데, 단기 월셋집이 아닌 호텔을 선택했다. 한 달 숙박료 100만 원이 훌쩍 넘지만 최 씨는 “보증금, 공과금도 들지 않는 데다 직장 바로 근처이고, 무엇보다 고급 시설에서 여행 온 기분으로 지낼 수 있다는 게 가장 큰 장점”이라고 말했다. 이 호텔 관계자는 “현재 일주일 이상 머무는 내국인 고객이 전체 숙박객의 20%에 이른다”고 말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에 따른 관광객 감소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호텔업계가 자구책으로 내놓은 ‘장박(장기 숙박)’ 흐름에 서울 시내 특급 호텔까지 올라탔다. 3, 4성급 비즈니스호텔을 중심으로 빠르게 확산한 ‘호텔 월세’ 상품을 5성급 호텔도 내놓기 시작한 것.

서울 내에서도 대표적 고급 호텔로 꼽히는 중구 남대문로 롯데호텔 서울은 이달 15일부터 넉 달간 14박부터 이용할 수 있는 장기 숙박 상품인 ‘원스 인 어 라이프’를 출시한다고 8일 밝혔다. 요금은 14박 상품은 250만 원부터, 30박 상품은 340만 원부터로 1박 추가 시 각각 18만 원, 13만 원이 추가된다. 30박 기준으로 일반 투숙 대비 약 30% 저렴하다 조식 뷔페인 라세느도 14박에 30만8000원, 30박에 66만 원을 내면 추가할 수 있다. 롯데호텔 관계자는 “해외여행 대신 국내 ‘호캉스(호텔+바캉스)’를 택하는 소비자와 재택근무 장기화로 누적된 생활 피로를 해소하려는 소비자 등이 주요 타깃”이라고 말했다.

앞서 신라호텔은 지난해 12월 30일부터 전국 12곳의 신라스테이에 최소 14박부터 이용이 가능한 장기 숙박 상품을 판매하기 시작했다. 지난달 말 기준 300여 객실의 판매가 이뤄졌다. 신라호텔 관계자는 “1개 객실마다 최소 14박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상당한 비중”이라고 말했다.

이 외에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켄싱턴 호텔, 서울 중구 이비스 앰배서더 서울 명동 등은 150만 원대에 한 달 살기 패키지를 판매하고 있다. 이 같은 호텔 장기 숙박을 위한 별도의 예약 플랫폼도 나왔다. 지난해 하반기(7∼12월) 서비스를 시작한 ‘호텔에삶’ 서비스에선 서울 강남구 글래드호텔을 바롯해 서울 시내 3, 4성급 호텔 10여 곳의 장기 숙박 상품의 예약을 받고 있다.

장기 숙박의 이유는 다양하다. 일과 호캉스를 동시에 누리려는 ‘워케이션(work+vacation)’ 때문이기도 하지만 이사나 리모델링을 진행하며 잠시 살 곳으로 호텔을 택하는 이도 많다. 호텔업계 관계자는 “잠시 거주할 곳을 찾는 이들에게 방 청소, 침구 교체 서비스와 함께 각종 부대시설을 누릴 수 있다는 점에서 인기가 높다”고 말했다.

아침에 호텔로 출근해 저녁에 집으로 퇴근하는 ‘당일 재텔근무’나 점심 시간 체크인해 다음 날 퇴근 시간 체크아웃하는 30시간짜리 ‘1박 재텔근무’ 상품은 호텔업계에서 일반화되고 있다. 조선호텔 관계자는 “오후 2∼3시 체크인, 오전 11시∼낮 12시 체크아웃하는 일반 상품과 가격이 비슷해 전체 패키지 판매량 중 가장 비중이 높다”고 말했다.

장기 숙박 상품으로 내국인 수요를 잡으려는 것은 불황을 겪고 있는 글로벌 호텔업계도 마찬가지다. 지난달 초에는 일본 도쿄의 최고급 호텔로 꼽히는 제국호텔이 일부 객실을 ‘아파트형’으로 개조해 월 36만∼72만 엔의 임대료를 받고 객실을 팔고 있다.

황태호 기자 taeh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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