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도시 일부 후보지 도면 완성 한달 뒤, LH직원 광명 땅 첫 매입

이새샘 기자 , 정순구 기자 , 전주영 기자

입력 2021-03-05 03:00 수정 2021-03-05 0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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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H직원 땅 투기 의혹]
2018년 9월 3기신도시 공식화… 발표 전까지는 LH 내부만 공유
4월 매입, 개발정보 알았을 가능성… 2019년 이후에도 5차례 더 매입
정부 공급대책 발표 시기와 일치… 전문가 “내부자 거래와 비슷”


빼곡히 들어선 나무들 LH 직원 등 4명이 2018년 4월에 사들인 경기 시흥시 무지내동에 있는 밭. 여기에는 성인 키만 한 묘목이 빼곡히 심어져 있다. 시흥=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투기 의혹을 받고 있는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인 A 씨가 광명·시흥지구 땅을 처음 매입했던 시기는 2018년 4월. 그는 광명·시흥지구의 5905m²짜리 땅을 LH 동료 등과 함께 19억4000만 원에 사들였다.

당시 일반인들은 신도시급의 택지가 지정될 수 있다는 점을 전혀 알지 못한 상태였다. 하지만 LH 내부에서는 신규 택지를 물색하는 작업이 진행 중이었다. 2018년 3월에는 이미 후보지 중 한 곳인 원흥지구의 도면이 완성돼 군부대와의 협의를 위해 신도시 관련 부서 외의 직원에게 전달됐다. 해당 도면이 유출된 사실이 알려지자 당시 LH는 “2017년부터 수도권 서부지역의 개발 가능한 땅을 찾아왔고, 원흥지구는 여러 후보지 중 하나”라고 해명했다. 수도권 서부의 대표적인 택지 후보지인 광명·시흥지구도 이 무렵 후보지로 검토됐을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LH 직원 A 씨가 내부정보를 땅 매입에 활용했다면 한국토지주택공사법에서 금지하고 있는 미공개정보 이용에 해당한다.

A 씨 이외 다른 LH 직원들이 땅을 산 시기는 2019년 6월과 9월, 2020년 2월과 6월 등으로 대부분 3기 신도시 발표나 공급대책이 발표된 시기와 일치한다. 2019년 6월과 9월은 고양 창릉, 인천 계양 등 3기 신도시를 2차 발표한 직후다. 이때까지도 광명·시흥 신도시계획은 발표 전이었다. LH 관계자는 “적지 않은 직원들이 광명·시흥 지역이 언젠가는 반드시 개발될 것이라는 확신을 갖고 있었다”고 했다.

가장 먼저 땅을 샀던 A 씨는 지난해 2월 LH 동료 4명과 추가로 땅을 매입했다. 이때는 수원, 용인 등 경기권 집값이 폭등하는 한편 3기 신도시의 공공택지 지구지정이 완료되며 신도시 사업이 궤도에 올랐던 시기다. 직원들이 마지막으로 땅을 매입한 2020년 6월은 용산역 정비창 등 서울권을 중심으로 한 5·6공급대책이 발표된 직후다.



한 부동산 투자자문 전문가는 “이번 투기의혹에서 거론된 사례 중에는 겉으로 보기에 불법이 아닌 듯 보이는 사례도 있다”면서도 “더 내밀한 사정을 알 수 있는 LH 직원들이 땅을 산 것은 내부자 거래와 비슷한 행동”이라고 지적했다.

LH 직원들의 투기는 관련 규정이 유명무실했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국민의힘 안병길 의원실이 LH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최근 10년간 한국토지주택공사법 비밀누설금지, 미공개정보 이용행위 금지 조항을 위반해 적발된 건수는 1건도 없었다.

광명·시흥지구는 물론 부산 대저, 광주 산정지구의 토지 거래량이 신도시 지정을 앞두고 급증한 것도 택지 정보가 발표 이전에 유출됐을 수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토지정보업체인 밸류맵에 따르면 광명·시흥지구의 토지 총 거래금액은 2019년 한 해 1540억 원 수준이었지만 지난해 약 3210억 원으로 2배 이상으로 늘었다. 올 들어서도 1∼2월 두 달 동안 약 618억 원의 토지가 거래됐다. 지난해 같은 기간 총 거래금액(369억 원)과 비교해도 크게 늘어난 셈이다.

지난달 신규 택지로 발표된 부산 대저지구에서도 토지 거래가 크게 늘었다. 토지 총 거래금액이 2019년 608억 원 수준에서 지난해 1242억 원으로 급등했다. 올해 1∼2월 거래금액은 435억 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261억 원)보다 60% 이상 올랐다. 광주 산정지구도 2019년 약 190억 원이었던 토지 거래금액은 2020년 223억 원가량으로 상승했다.

이새샘 iamsam@donga.com·정순구·전주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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