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 많고 탈 많던 대한항공 ‘송현동 땅’, 서울시에 팔린다

뉴스1

입력 2021-03-04 15:48 수정 2021-03-04 15: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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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항공 노동조합원들이 11일 오전 서울 중구 서울시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송현동 부지 자유경쟁 입찰을 촉구하고 있다. 2020.6.11/뉴스1 © News1

대한항공이 보유한 서울 종로구 송현동 부지 매각을 두고 대립을 거듭한 서울시와 대한항공이 국민권익위원회 조정에 잠정 합의했다. 대한항공이 지난해 2월 재무구조 개선 및 유동성 확보를 위해 송현동 부지 매각을 본격적으로 추진한지 1년1개월 만이다.

4일 국민권익위원회와 업계에 따르면 대한항공과 서울시는 이르면 오는 11일 또는 12일 서울 종로구 송현동 부지 매각 최종합의식을 열고 권익위 조정서에 서명할 예정이다.

대한항공과 서울시는 이번 조정에서 계약 매매 시점을 특정하지 않는데 합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한항공이 서울시의 요구를 수용한 셈이다.

대한항공이 소유한 송현동 부지 매각은 한진그룹 지주사인 한진칼이 2019년 2월 중장기 계획을 담은 ‘한진그룹 비전 2023’을 발표할 때 처음나왔다. 한진그룹은 2023년까지 그룹 매출 22조원을 달성하고, 영업이익률은 10.0%로 늘린다는 목표를 제시하면서 송현동 부지 매각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송현동 부지는 대한항공이 2008년 옛 주한미국대사관 직원 숙소였던 부지를 삼성생명으로부터 2900억원에 매입했다.

당초 대한항공은 이 부지에 7성급 한옥형 고급호텔이 포함된 문화복합단지를 조성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인근에 풍문여고를 비롯해 서너개의 학교가 인접해 있는 탓에 서울중부교육청 승인을 받지 못해 사업이 표류했다.

실질적으로 매각 작업이 본격화된 것은 2020년 2월부터다. 대한항공은 이사회를 열고 송현동 부지(3만6642㎡) 및 건물(605㎥) 매각을 결의했다. 또 2개월 후인 4월 삼정KPMG-삼성증권 컨소시엄을 그룹 유휴자산 매각 주관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하면서 매각 작업은 순조롭게 이뤄지는듯했다.

그러나 서울시가 같은해 5월 갑작스럽게 송현동 부지를 문화공원으로 조성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하면서 난관에 부딪혔다.

당시 대한항공은 서울시가 인·허가권을 무기로 알짜 부지를 저가에 가져가려는 조치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유동성을 확보하려면 입찰을 통해 땅값을 최대한 높여 받아야하는데 서울시의 관여로 재산권 행사가 힘들어져서다.

실제로 서울시의 공원계획 발표와 동시에 부지매입을 원하던 잠재적 매수자들은 자취를 감췄다. 대한항공은 공개경쟁 입찰 방침을 고수하며 예비입찰을 진행했지만, 입찰에 참여한 매수자는 없었다.

이때 서울시가 시세에 준하는 보상비를 제시하면서 분위기가 조금 반전되기도 했다. 서울시가 제시한 송현동 부지 보상가격은 4671억원이다. 서울시는 2021년 467억원, 2022년 4204억원을 나눠 지급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대한항공은 송현동 부지 매각을 통한 유동성 확보가 급한데다 보상계획에 대한 사전 협의가 없었다는 이유 등으로 서울시와 대립을 이어갔다.

대한항공은 지난해 6월 서울시 행정절차의 부당함을 알리고 시정권고를 구하기 위해 권익위에 고충민원을 제기했다. 대한항공은 서울시가 책정한 보상비(4670억원)와 보상금 지급시기(2022년)는 대한항공의 긴급한 유동성 확보에 중대한 악영향이 발생한다고 말했다.

또 서울시의 문화공원 조성 계획은 대한항공의 기존 활용 방안과 유사하다는 점을 고려할 때 필요성과 공공성 모두 인정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이후 서울시가 송현동 부지 용도를 공원으로 변경했고, 대한항공은 권익위의 중재에 따른 조정안을 지켜보겠다는 입장으로 선회했다.

서울시는 권익위 중재와 유동성 확보가 시급한 대한항공의 상황을 고려해 제3기관이 송현동 부지를 선매입하고 향후 시유지와 교환하는 방식 등을 협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권익위 중재를 통해 입장차를 줄이면서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송현동 부지를 매입하면, 서울시가 이를 시유지와 맞바꾸는 3자 매각 방식으로 정리한 것이다.

하지만 지난해 11월 권익위 주재로 열릴 예정이던 송현동 부지 매각 최종 합의식을 앞두고 서울시가 계약 및 매매 시점을 확정하지 않아야 한다는 조건을 추가할 것을 갑작스럽게 요구하면서 합의가 무산됐다.

업계는 서울시가 3자 매각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맞교환 대상 부지로 꼽힌 마포구 서부운전면허시험장에 대한 지역사회 여론이 악화되는 등 문제가 불거지자 서울시가 책임을 회피하고자 합의를 깬 것으로 보고 있다.

이후 해를 넘기고도 권익위 조정을 통한 합의가 이뤄지지 않자 대한항공이 결국 계약 매매 시점을 특정하지 않는데 동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한항공이 서울시의 요구를 어쩔 수 없이 수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대한항공과 서울시가 말 많고 탈 많던 송현동 부지 매각 합의를 도출함에 따라 대한항공의 유후자산 매각을 통한 자구 계획안 이행에도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지난해 산은과 수출입은행 등 채권단은 대한항공에 1조2000억원을 지원하며, 조건으로 유동성 확보 자구안 제출 및 이행을 요구한 바 있다.

대한항공은 자구안 이행을 위해 지난해 8월 사모펀드 한앤컴퍼니에 기내식·기내면세품 판매 사업을 약 8000억원에 매각하고 한진그룹 자회사인 왕산레저개발과 칼 리무진에 대한 처분 절차도 진행하고 있다. 최근엔 한진칼이 골프장 운영업을 하는 계열사 제동레저 매각을 통해 230억원을 확보했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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