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업자등록해야 지원금 지급”…노점상들 반발

뉴시스

입력 2021-03-04 15:29 수정 2021-03-04 16:03

|
폰트
|
뉴스듣기
|
기사공유 | 
  • 페이스북
  • 트위터
사업자등록 현실적으로 불가능
기초생활 수급 박탈 될 수 있어
사업자등록 한 노점상 극소수에 불과



정부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4차 재난지원금 지급 대상에 노점상을 포함하기로 했지만 자영업자는 물론 당사자인 노점상도 반발의 목소리를 내는 등 논란이 커지고 있다.

정부는 앞서 지난 2일 전국 노점상 4만여 곳에 사업자등록이나 모든 개인 정보 공개를 전제로 노점 1곳당 50만원의 재난지원금을 지급하기로 했다.

4차 재난지원금 지원대상에 노점상이 포함된 것을 두고 일부 자영업자들은 형평성 문제를 제기했다. 세금 한 푼 안 내는 노점상까지 지원하는 정책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것이다.

이와관련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재난지원금은 피해가 기준이지 납세에 대한 급부가 아니”라며 “경제적 고통으로 생계가 어려운 분들에게 세금을 내지 않으니 지원할 수 없다는 것은 온당치 않다”고 반박했다.

반면 정작 지원대상인 노점상들은 사업자등록을 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불가능에 가까워 신청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최인기 민주노점상전국연합회 수석부위원장은 4일 “정부의 사업자등록을 전제로 한 노점상 지원 방안은 현실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것”이라며 “노점상 중 기초생활수급 지원을 받는 상인의 경우 사업자등록으로 사업소득이 확인되면 수급이 축소되거나 박탈될 수 있어 둘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하는 경우가 생긴다”고 말했다. 정부의 기초생활수급 지원 사업은 사업소득이 발생하면 이를 제외하고 지급하도록 하고 있기 때문에 수급액이 축소될 수 있다는 것이다.

민주노점상전국연합은 전국노점상총연합과 함께 전국 최대 규모 노점상 단체로 이들 두 곳에 소속된 노점상 인원은 1만 3000여명이다. 이들 단체는 정부의 추산치 4만명과는 달리 노점상 인원이 서울의 경우 8000여명에 불과할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최 부위원장은 “전국 8000여 개의 노점상 가운데 사업자등록을 한 노점상은 10%도 채 되지 않는 500여 곳 정도로 추산되는 등 극소수에 불과하다”며 “노점상들은 개인정보가 공개되면 각 지자체의 과태료 부과, 고소고발, 노점상 통제 등 단속의 악용 수단으로 쓰여 질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노점상이 사업자등록을 할 경우 생계를 박탈 당할 수도 있다. 오뎅, 떡볶이, 붕어빵 등 소위 말하는 전통 노점상들은 더 이상 장사를 할 수 없게된다. 최 부위원장은 “가판대에서 전자레인지 등으로 단순히 데워서 음식을 판매하는 것은 가능하지만 직접 가열해 판매는 할 수 없게 되어 있다”며 “사업자등록을 하게 되면 이런 분들은 앞으로 더 이상 장사를 못하게 돼 일자리를 잃게 된다”고 말했다. 노점상들이 사업자 등록을 하지 못하고 있는 이유다. 식품위생법에 따르면 음식점, 일반음식점 등의 허가를 얻지 않고 조리시설을 설치해 영업하면 불법이다.

세금을 내지 않는 노점상에 지원하는 것이 부당하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비판했다. 최 부위원장은 “전체 자영업자 중 28%는 부가가치세 면세 대상이며 근로소득세 면세자 비율도 39%에 이른다”며 “세법에 노점상은 세금을 청구하지 않아도 되는 면세대상으로 되어있는데, 이번 지원금을 두고 노점상만 탈세의 주범인 것처럼 보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번 대책 발표에 앞서 정부는 당사자인 우리와 어떤 소통과 대화도 한번 하지 않았다”며 “4차 재난지원금이 사각지대 최소화를 위한 것이라면 노점상 지원에 앞서 우리 단체와 소통을 해 줬으면 한다”고 지적했다.

정부 역시 노점상의 사업자등록이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점을 어느 정도 파악하고 있다. 이를 위해 미등록 노점상도 ‘한시 생계지원’ 사업을 통해 재난지원금을 지급하기로 했지만 이를 통해 지원금을 지급 받을 수 있는 노점상은 극히 드물다는 게 노점상들의 시각이다. 한시 생계지원금을 받으려면 소득 감소 등이 확인돼야 하지만 소득 신고를 하지 않는 노점상들에게 사실 불가능하다.

최 부위원장은 “정부가 허가 받지 않은 노점상과 허가를 받고 장사하는 분들 간의 분열만 조장하는 것으로 보인다”며 “유통시장 재편 등으로 노점상들은 경쟁력을 잃은지 오래인데 몇몇 지자체에서는 코로나에도 불구 노점상 단속을 계속 진행하고 있다. 지원을 이야기하기 앞서 단속부터 멈춰달라”고 호소했다.

한편 민주노점상전국연합과 전국노점상총연합은 이날 오전 서울 중구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4차 재난지원금 지원 대책을 비판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들 단체는 정부가 소수 노점상에 대한 선별적 지급을 중단하고 모든 노점상에 보편 지급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서울=뉴시스]

라이프



모바일 버전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