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한 몸’된 라이더, 배달수수료 인하에 “콜 거절” 단체행동

황태호 기자 , 사지원 기자

입력 2021-03-03 03:00 수정 2021-03-03 0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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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팡이츠 1건당 기본료 600원 내려… “장거리 기피 줄이려 차등지급” 해명
배달원들 “일방적 임금 삭감” 반발… 참가 인원 적어 배달 대란은 없어
온라인 음식 서비스 작년 79% 증가… 플랫폼-라이더 힘겨루기 이어질듯





이커머스 기업인 쿠팡이 음식배달 서비스 쿠팡이츠 배달원에게 지급하는 단거리 배달비를 줄이기로 하자 배달원(라이더)들이 단체행동으로 맞서고 있다. 배달시장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시장 변화에 대응하려는 플랫폼 업체와 ‘목소리’가 커진 배달원들이 충돌을 빚고 있는 것이다.

쿠팡은 2일 쿠팡이츠 배달원에게 1건당 3100원씩 지급해오던 기본 배달비를 거리에 따라 2500∼1만6000원으로 차등 지급하기 시작했다. 쿠팡은 라이더들이 장거리 배달을 기피하는 것을 줄이려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쿠팡 관계자는 “거리가 멀거나 외진 곳에서 주문하면 라이더들이 콜을 받지 않아 주문이 취소되는 경우가 많았다”며 “단거리 배달비를 줄이는 대신 장거리 배달비를 늘리는 차원”이라고 말했다.

이에 배달원들은 이날 하루 쿠팡이츠의 배달 ‘콜’을 받지 않는 방식으로 단체행동에 나섰다. 배달원들이 주로 가입한 한 인터넷 카페에는 쿠팡이츠의 콜을 받지 않고 있다는 ‘휴무 인증’ 글이 오후 6시 기준 100여 건 올라왔다. 배달원들은 기본요금 배달이 주된 수입인 만큼 쿠팡이 사실상 일방적으로 배달비를 삭감하려 하고 있다고 반발한다. 한 배달원은 “하루에 기본요금 배달 콜 10개를 받는다고 가정해도 한 달 수익이 20만 원 가까이 줄어든다”고 말했다.

다만 이날 배달에 차질은 빚어지지 않았다. 단체 휴무에 동참하는 배달원 수가 적은 데다 쿠팡이츠가 점심 피크시간대인 오전 11시 15분부터 낮 12시 14분까지 최대 1만 원의 배달비를 더 얹어주면서 ‘콜’을 독려했기 때문이다.

유통업계에선 쿠팡이츠가 그동안 배달원이 우위를 점해오던 시장 구조에 균열을 내기 시작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배달원은 그동안 치열한 경쟁을 벌이는 플랫폼 업체들에 ‘귀한 몸’으로 대접 받았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온라인 음식서비스 거래액은 17조3800억 원으로 전년 대비 78.6% 증가했다.

이런 상황에서 이뤄진 쿠팡이츠의 배달비 조정은 수익 확보 의지를 드러낸 것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여기에는 ‘한 번에 한 집’만 배달하는 방식을 통해 빠르게 상승한 시장 점유율도 한몫했다.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지난해 8월 5.66%에 그치던 쿠팡이츠의 점유율은 올해 1월 17.1%까지 올랐다. 쿠팡으로선 미국 뉴욕증권거래소 상장 추진을 계기로 중장기 수익성을 높일 필요도 있다.

배달원의 단체행동은 플랫폼 기업과의 협상에서 주도권을 빼앗기지 않으려는 의도에서 나왔다는 시각도 있다. 지난달 쿠팡에 교섭 요구를 관철시킨 배달원 노동조합 ‘라이더유니온’의 박정훈 위원장은 “플랫폼 노동자 보호를 위해 근무조건을 바꾸려 한다면 협의하는 절차를 갖춰야 한다”고 말했다. 박지순 고려대 노동대학원장은 “배달업계에선 계약 체결과 분쟁 해결 등이 법규 없이 완전히 자유경쟁에 맡겨져 있는 상황”이라며 “플랫폼 우위의 개별 교섭 구조가 만들어질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쿠팡이츠의 배달 수수료 인하가 소비자가 지불하는 배달 비용에 얼마나 영향을 미칠지는 미지수다. 배달원에게 지급되는 수수료가 정확하게 소비자가 내는 배달료에 반영되는 방식이 아닌 데다 무료 배달 등 판촉 활동이 여전히 치열하기 때문이다.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부 교수는 “배달 수요가 단기간에 많아졌는데 배달비가 이를 반영하지 못하면서 불거지는 문제”라고 말했다.

황태호 taeho@donga.com·사지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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