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박성진]‘걸그룹 워크숍’ 이어 내홍까지… 정신 못차린 소공연

박성진 기자

입력 2021-03-03 03:00 수정 2021-03-03 04: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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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진 산업2부 기자

여행사 대리점을 운영하는 A 씨(36·여)가 일손을 놓은 지 벌써 1년째. 정부가 2일 19조5000억 원 규모의 4차 재난지원금 집행을 위한 추가경정예산안을 의결했지만 그는 여전히 막막하다. 지원금이 얼마나 나오는지, 지원금 대상이긴 한 건지조차 애매하다고 했다.

소상공인연합회(소공연)는 A 씨와 같은 소상공인의 궁금증에 답하고 목소리를 대변해야 할 단체다. 하지만 지난해 6월 코로나 상황에서 음주와 함께 걸그룹을 초청해 워크숍을 벌여 비판을 받은 데 이어 보조금 예산을 부당하게 사용한 의혹 등이 겹치면서 조직이 크게 흔들렸다.

소공연은 배동욱 전 회장이 탄핵된 지 6개월 만인 지난달 26일 신임 회장 선출 작업을 위한 첫 회의를 열었다. 하지만 회의는 아무런 결론을 못 내고 끝났다. 소공연의 두 축인 업종별 단체장과 지역 단체장이 회장 선출 투표권을 둘러싸고 이견을 좁히지 못했기 때문이다.

투표권을 둘러싼 갈등의 이면을 보면 소공연이 소상공인을 대변하는 단체로서 탈바꿈하기보다는 작은 기득권에 집착하며 밥그릇 싸움을 벌이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현재 소공연 회장 후보군은 둘로 나뉘어 있다. 각각 배 전 회장 측과 비대위가 지지하는 사람들이다. 소공연 관계자는 “양측이 ‘자기 사람’에게 표를 몰아주기 위해 투표권을 제한하며 기득권을 놓지 않고 있다”고 했다.

소공연이 회장 선출 회의를 열었던 지난달 26일은 더불어민주당이 코로나19 ‘손실보상법’을 발의한 날이기도 했다. 민주당은 법안에 ‘보상은 법이 공포된 날 이후 발생한 손실부터 적용한다’고 명시했다. 소공연은 소급적용이 필요하다고 주장해왔지만 대표 선출에서조차 내홍을 겪는 단체를 정치권이 협상 파트너로 인정할지 의문이다.

소공연은 소상공인보호법에 따라 2014년 지정된 법정경제단체다. 설립 목적은 소상공인의 권익을 대변하는 것이다. 여행사 대표 A 씨는 “정부 정책과 관련해 궁금한 점, 건의할 점이 많지만 도대체 어디에 이야기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했다. 소상공인들은 소공연의 존재이유를 묻고 있다. 소공연이 답을 내놓을 차례다.

박성진 기자 psji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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