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보다 빨리 온 인구감소… 코로나 출산 감소는 이제 시작[인사이드&인사이트]

조영태 서울대 보건대학원 교수·인구학

입력 2021-03-02 03:00 수정 2021-03-02 1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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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구감소 대응, 지금도 늦다
작년, 6·25전쟁 후 첫 인구감소… 2020출생아는 대부분 2019 잉태
코로나 여파 올해부터 본격화… 올해 25만명 출생도 어려울듯
인구감소, 사회 경제 불평등 심화



조영태 서울대 보건대학원 교수·인구학
《‘세계에서 가장 낮은 출산율, 인구절벽 현실화, 인구 데드크로스, 인구재앙….’ 요즘 언론에서 인구 얘기만 나오면 들리는 표현이다. 하나같이 재앙적 상황을 그리고 있다. 그런데 가만 생각해보면 인구에 대해 이런 걱정스러운 표현이 나온 건 15년도 넘었다. 지금까지 별문제 없이 지내왔는데 앞으로 인구가 무슨 문제가 될까?》


○ 올해부터 출산 25만 명 붕괴될 수도

지난해 한국에선 약 27만2000명의 아이가 태어났다. 사망한 사람은 30만5000여 명이다. 6·25전쟁 이후 인구가 줄어드는 걸 처음 경험한 것이다. 1990년대 65만∼70만 명대를 유지하던 연간 출생아 수는 2002년 갑자기 40만 명대가 됐다. 그래도 2016년까지 14년간은 40만 명대 출생이 유지됐다. 그런데 2017년 30만 명대가 되더니 3년 만에 이마저 무너졌다.

혹시 지난해 출생아 급감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한 일시적인 현상이 아닐까? 정답은 ‘아니다’다. 2020년 출생아의 대부분은 2019년에 이미 배 속에 태아 상태로 있었다. 코로나19로 인한 사회적 불안이나 경기침체의 영향 탓으로 보기 어려운 이유다.

코로나19 여파는 올해부터 본격화할 것이다. 서울대 인구정책연구센터는 올해 25만 명 출생도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당초에는 올해부터 5, 6년간 30∼34세 여성(1990년대 초·중반 출생)의 수가 늘어나기에 출생아 수가 당분간 30만 명 가까이 될 것으로 봤다. 하지만 코로나19로 인해 그 가능성은 물거품이 됐다. 반면 고령화로 인해 사망자 수는 매년 증가하기 때문에 앞으로 외국인을 제외하고 내국인 인구가 줄어드는 건 바꿀 수 없는, 정해진 미래다.

○ 인구 감소할수록 양극화 심화

흔히 ‘인구가 줄면 경제는 위축되겠지만 좋은 점도 있지 않나’ 하고 생각한다. 환경도 좋아지고 붐비는 것도 덜하니 삶의 질이 나아지고 경쟁이 낮아질 것이란 기대다. 하지만 인구학적 관점에서 인구 감소가 문제인 가장 큰 이유는 ‘불평등’을 심화시키는 것이다. 어떤 사람에게는 인구 감소가 생존에 위협이 될 만큼 심각한 영향을 주지만 어떤 사람에게는 아무 영향도 주지 않기 때문이다.

예컨대 대학을 보면 학령인구가 줄어 올해 신입생 정원을 채우지 못한 대학이 수두룩하다. 이때 학생 수가 줄어 등록금 수입이 감소하고 교수와 교직원의 생계, 나아가 지역경제마저 위협받는 일이 전국 모든 대학에서 일어날까? 그렇지 않다. 지방대학일수록 더 큰 고통을 겪는 ‘차별적’ 현상이 나타나는 것이다.

다른 예로 신생아 수가 급격하게 줄면 신생아를 대상으로 한 산업은 풍전등화의 위기에 놓인다. 더 나아가 기업들은 생존을 위해 새로운 시장으로 나가거나 고급화를 추진하게 된다. 그렇게 되면 시장에서 영·유아용품 구하기가 쉽지 않아지고 상품의 가격은 계속 높아진다. 소득이 일정 수준 이상인 집에서는 문제가 되지 않지만 소득이 낮은 집에서는 아이 키우기가 더욱 어렵게 된다.

이처럼 인구 감소의 여파는 지역, 연령, 산업, 사회·경제적 수준 등 다양한 조건에 따라 차별적으로 나타난다. 시간이 갈수록 그 고통은 점점 더 넓은 계층의 많은 이들로 퍼져나간다.

○ ‘어떻게 되겠지’…하지만 출구가 없다

지금 지방은 소멸 위기다. 특히 청년들의 ‘탈지방’ 현상은 심각할 정도다. 얼마 전 청년인구 감소가 매우 심각한 지역에 가서 지방자치단체장과 여러 지역 인사를 만날 기회가 있었다. 지역의 인구 감소를 어떻게 멈출 수 있을지 논의했는데 이들의 결론은 간단했다. 앞으로 서울살이에 지친 청년들이 다시 지방으로 돌아올 것이기 때문에 지역에는 미래가 있다는 것이었다. 이들은 함께 ‘파이팅’을 외치고 논의를 마무리했다. 또 다른 모임에서는 서울 소재 사립대 교수들을 만났다. 인구가 감소하면 모든 연금이 위기를 맞지만 특히 사학연금이 위험해진다고 하자 다들 ‘걱정도 팔자’라는 반응이었다. 앞으로 8년 뒤인 2029년부터 사학연금은 적자 전환이란 통계를 들이대도 ‘국가가 어떻게든 알아서 해 주겠지’라는 분위기였다.

인구 위기가 정말 그렇게 어떻게든 해결될까? 천만의 말씀이다. 만약 그랬다면 사범대와 교직과정 입학 정원이 갑자기 3200명이나 줄어들지 않았을 것이다. ‘벚꽃 피는 순서대로 대학이 망한다’는 말도 사라졌을 것이다. 한 해 출생아가 20만 명대로 급락하는 일도 없었을 것이고 한 해 동안(2020년 기준) 2만2000명의 비수도권 청년들이 서울로 짐을 싸지도 않았을 것이다.

○ 개인과 기업, 국가에 필요한 것

2020년대는 우리에게 남은 마지막 기회다. 이제 막 시작된 인구 충격이 전 계층으로 확산되기 전에 그 타격을 정밀하게 예측하고 그에 맞는 대응을 미리 준비할 필요가 있다. 하지만 그 충격이 모든 이에게 삶의 위협이 될 만큼 광범위하게 발생하지 않는 한 사람들은 ‘어떻게든 되겠지’란 대책 없는 낙관주의 속에 허송세월할 가능성이 높다.

개인과 기업, 국가가 인구 충격에 함께 매몰되지 않으려면 다음을 유념해야 한다.

먼저 각 개인은 지금 하는 일이 2030년 이후 인구 구조가 바뀌어도 여전히 지속 가능할지 따져볼 필요가 있다. 아니라면 지금부터 개인 역량을 계발해야 한다. 기업 역시 인구가 바꿔 놓을 2030년 이후 시장을 섬세하게 분석하고 사업의 다각화든, 해외 진출이든, 다운사이징이든 필요한 대응을 미리 생각해야 한다.

국가는 두말할 필요 없이 가장 완벽한 준비를 해야 한다. 지금 당장 제일 필요한 건 두 가지다. 첫째, 연금개혁, 둘째, 지방개혁이다. 정부는 하루라도 빨리 연금과 국민건강보험을 개혁해야 한다. 당장은 큰 문제가 없으니 국민들이 위기를 체감하지 못하지만 빨라진 출생 감소와 심화된 고령화는 두 제도의 붕괴 시점을 예상보다 크게 앞당기고 있다. 정부는 ‘적자가 나고 기금이 고갈돼도 세금으로 지급하겠다’고 말한다. 하지만 세금을 낼 사람 자체가 줄어드는데 무슨 수로 세금으로 연금과 보험을 지급하나.

지방개혁도 마찬가지다. 현재 수도권을 제외한 모든 지방은 고사 직전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청년인구 10명 중 6명이 수도권에 사는 건 정상이 아니다. 정부와 지자체는 당장의 경제성이 낮더라도 청년들의 마음을 뿌리째 흔들 강력한 지방 유인책을 내놔야 한다. 그래야 대한민국에 사람이 나고 미래가 있다.


조영태 서울대 보건대학원 교수·인구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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