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래플’에 열광하는 MZ세대… 한정판 운동화 추첨에 28만명 몰려

사지원 기자 , 황태호 기자

입력 2021-03-01 03:00:00 수정 2021-03-01 03:14: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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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이 곁들인 새 소비문화로 떠올라




10대와 20대가 많이 찾는 온라인 패션 사이트인 무신사는 지난해 12월 아디다스 스니커즈 구매권을 온라인 추첨으로 팔았다. 당첨자는 단 1명. 스니커즈 가격이 28만9000원이나 됐지만 무려 28만2627명이 몰렸다. 미국 래퍼 카녜이 웨스트와 협업해 한정판으로 생산한 ‘아디다스 이지부스트 350 V2’ 시리즈로 희소성이 부각되면서 경쟁률이 높아졌다. 이 제품은 스니커즈 전문 리셀(resell·재판매) 사이트에서 색상과 사이즈에 따라 최대 200만 원이 넘는 값에 거래되고 있다.

이처럼 수량이 한정된 제품에 대한 구매 자격을 무작위 추첨을 통해 부여하는 방식을 ‘래플(raffle)’이라고 부른다. 일명 ‘뽑기’다. 한정판 스니커즈 판매에서 시작한 래플은 이제 다양한 분야에서 MZ세대(밀레니얼+Z세대)의 새로운 소비 방식으로 떠오르고 있다.

래플은 한정판 판매가 시작되기 전부터 매장 앞에 줄을 길게 늘어서는 ‘밤샘 줄서기’가 한층 진화한 것이다. 여기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사회적 거리 두기가 확산됨에 따라 줄서기를 기피하면서 래플 인기가 더 높아졌다.


래플은 단순하면서도 무작위 추첨이어서 공정하다는 이미지가 강하다. 밤샘 줄서기에서는 한정판 제품을 사서 비싸게 되팔기 위해 전문 유통업자가 ‘줄 서기 아르바이트’를 고용하기도 했다. 임지연 삼성패션연구소장은 “상품을 갖고 싶은 소비자보다 이익을 취하려는 리셀러들이 유리한 기존 한정판 판매 방식이 래플이라는 더 공정한 방식으로 진화했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MZ세대 소비자들은 래플 당첨 후 재판매로 차익을 누리는 과정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인다. 당첨되지 못해도 래플 과정 자체를 놀이로 여긴다. MZ세대는 절차의 공정성이 담보되면 그 자체를 즐기는 특성이 있다.

스포츠 업체 나이키와 럭셔리 브랜드 디올이 협업해 만든 스니커즈 ‘에어 조던1 디올’의 사례는 래플의 ‘놀이화’를 잘 보여준다. 정가 300만 원에 지난해 7월 전 세계 소비자를 대상으로 8000족이 래플 방식으로 판매됐다. 디올 측에 따르면 응모자가 500만 명에 이른다. 이 신발을 두고 국내에서 지난해 10월 무신사가 다시 10만 원에 판매하는 래플을 진행했다. 여기에 35만 명 이상의 응모자가 몰렸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소액으로 복권을 구매하듯 당첨 가능성보다는 재미를 추구한 마케팅”이라고 말했다.

래플로 소비하는 상품 범위도 넓어지는 추세다. 해외 럭셔리 브랜드 상품 수입유통업체인 신세계인터내셔날은 1일부터 7일까지 스웨덴 향수 브랜드인 바이레도의 신제품 ‘스페이스 레이지 오 드 퍼퓸’의 래플 응모를 진행했다. 미국 힙합 뮤지션 트래비스 스콧과 협업한 한정판 제품으로 극소량만 한정 출시됐다. 100mL 제품 가격이 33만8000원에 이른다. 경쟁률이 500 대 1에 이르렀다. 지난해 9월 명품 브랜드인 톰브라운과 삼성전자가 협업한 ‘갤럭시Z폴드2 톰브라운 에디션’의 래플에서도 396만 원짜리 고가 상품에 23만 명 넘게 응모했다.

위트 넘치는 제품이 래플로 소비되기도 한다. 하이트진로가 참이슬 소주팩 모양으로 만든 백팩과 빙그레가 스낵인 꽃게랑 이름을 본떠 만든 ‘꼬뜨 게랑’의 스카프 등도 래플로 판매됐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100% 재미를 위한 래플에도 소비자들이 큰 관심을 보인다”고 말했다.

사지원 4g1@donga.com·황태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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