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 선수 없어지면 용품 업체도 사라져…대회 후원 계속할 것”

김정훈 기자

입력 2021-02-25 19:47 수정 2021-02-25 2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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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경안 볼빅 회장 ‘역발상 강조’

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골프 선수가 없으면 골프용품 업체 역시 사라진다. 재정적으로 부담이 되더라도 골프계 발전을 위해 대회 스폰서를 자처했다.”

3월 4일부터 미국 플로리다주 골든 오칼라GC에서 시작되는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 ‘드라이브 온 챔피언십 프리젠티드 by 볼빅’을 후원하는 문경안 볼빅 회장은 ‘솔직한’ 답을 했다. 24일 서울 강남구 볼빅 본사에서 만난 문 회장은 “선수들은 꾸준히 대회를 치러야 실전 감각이 유지된다. 하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대회가 많이 줄었다”며 “이런 상황에서 선수들이 없으면 존재 가치가 사라지는 골프용품 업체가 먼저 나서서 도와줘야 한다는 생각을 했다”고 했다.

코로나19 시대에 골프 대회 후원을 중단하거나 망설이는 기업이 많다. 경영에 어려움을 겪거나 방역 지침에 따라 프로암대회 개최가 쉽지 않고, 무관중 경기 진행 등으로 마케팅 효과를 기대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하지만 문 회장은 오히려 역발상을 강조했다. 단기적으로 수익을 좇기보다 대한민국 골프계를 발전시켜야 그와 함께 볼빅도 성장할 수 있다는 것이다. 문 회장은 “한국 골프 경기력은 세계 최강 수준이지만 아직 우리나라에는 세계적인 골프 브랜드가 없다. 볼빅이 한국을 대표하는 글로벌 브랜드가 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했다.

문 회장이 골프공에 집중하는 이유도 이 같은 원대한 목표에 있다. 문 회장은 “골프채는 한번 사면 2~3년 쓰지만 공은 수시로 바꿀 수 있기 때문에 좀 더 쉽게 ‘브랜딩’을 할 수 있다”며 “골퍼들에게 더 눈에 쉽게 띄기 위해 컬러볼과 캐릭터볼 등에 집중한 것”이라고 했다. 볼빅은 마블, 디즈니 등과 협업해 캐릭터볼을 만들었다. 볼빅의 무광 컬러볼은 골퍼들 사이에서 매우 유명하다. 올해는 골퍼들이 쉽게 퍼팅을 할 수 있게끔 퍼트 유도선이 그어진 ‘V-포커스볼’도 시장에 내놓을 계획이다.

문 회장의 시선은 공에만 머물러 있지 않다. 사업 영역을 넓히기 위해 고반발 드라이버 등 클럽을 출시했고, 마스크 사업 등 사회공헌 활동에도 앞장서고 있다. 문 회장은 “스포츠 브랜드는 아무리 제품을 잘 만들어도 소비자에게 사랑받지 않으면 존재 가치가 사라진다”며 “소비자에게 좀 더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그것을 어떻게 하면 충족시켜 줄 수 있을지 생각한 결과가 마스크 사업”이라고 했다.

인터뷰를 마치고 자리를 떠나며 문 회장은 “10만 개 중 1개가 불량이면 불량률이 적다고 할 수 있지만, 그 1개를 가져가는 소비자는 우리를 싫어할 수 있다. 기업이 신뢰도를 쌓는 데는 수년이 걸리지만, 신뢰를 잃는 것은 한순간이기 때문이다. 늘 이 마음을 머릿속에 넣으며 기업을 경영할 생각”이라고 했다.

김정훈 기자 hu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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