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건 패션 ‘낫아워스’ 박진영 & 신하나 대표 동물과 공존하는 지속 가능한 삶을 꿈꾸다

강현숙 기자

입력 2021-02-25 03:00 수정 2021-02-25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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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낫아워스\'의 후디와 니트 베스트를 입고 있는 박진영·신하나 대표(왼쪽부터). 사진 홍태식
소수의 취향으로 여겨졌던 비건(Vegan, 완전 채식주의)이 이제는 생활 전반에서 동물 착취에 반대하는 비거니즘으로 개념이 확장되면서 사회를 이끄는 중요한 키워드가 됐다.

비건 패션 브랜드인 ‘낫아워스(NOT OURS)’를 이끄는 박진영(40)·신하나(39) 대표는 비건이다. 2015년 한 패션 브랜드에서 직장 동료로 만난 두 사람은 회사를 관두고 다음을 고민하던 시기인 2017년 의기투합해 페이크 퍼로 만든 코트를 제작하게 됐고, 그게 낫아워스의 시작이다. 당시 둘이 함께 만든 페이크 퍼 코트는 크라우드 펀딩 플랫폼 ‘텀블벅’에서 화제를 모으며 완판됐다. 박 대표는 패션스쿨 SADI(Samsung Art and Design Institute) 출신으로 그동안 패션 브랜드에서 꾸준히 디자이너로 일했고, 신 대표는 프랑스에서 경영학을 전공한 뒤 여러 회사에서 마케팅과 커뮤니케이션 업무를 해왔다. 낫아워스에서 박 대표는 디자인, 신 대표는 마케팅과 브랜드 커뮤니케이션을 담당하며 비건 패션을 알리는 일에 열심이다.


‘지속 가능한 삶에 대한 고민을 담은 비건 패션 브랜드’라는 설명이 인상적이에요.


박진영(이하 박) 저희는 둘 다 비건으로 단순히 육식을 하지 않는 것이 아니라 라이프스타일 전반에서 동물 착취에 반대하는 비거니즘을 추구합니다. 낫아워스가 지향하는 비건 패션이란 동물성 소재를 전혀 사용하지 않고 제작한 의류나 액세서리를 비롯한 패션 아이템, 이를 활용해 스타일링한 패션을 말해요. 패션 업계에서는 아직도 가죽이나 실크, 오리털, 울 등 동물성 소재가 고급이라는 인식이 강해요. 저희는 그런 소재뿐 아니라 소뿔단추, 자개단추, 진주도 배제하고 있어요. 플라스틱의 해악에 관해서는 널리 알려져 있지만, 가죽과 모피가 환경과 사람들에게 얼마나 큰 악영향을 미치는지는 잘 모르는 듯해요. 낫아워스를 통해 동물성 소재를 사용하지 않는 것은 물론 환경적으로도 더 나은 방향이 무엇인지 고민하고 있어요.


‘낫아워스’는 어떤 의미를 담고 있나요.


신하나(이하 신) 낫아워스(NOT OURS)는 영문 그대로 ‘우리의 것이 아닌’이라는 뜻으로, 저희가 지향하는 ‘지속 가능성’에 대한 가치를 담았어요. ‘우리의 가죽이 아닌 동물의 가죽’ ‘우리의 털이 아닌 동물의 털’ ‘우리의 자원이 아닌 미래 세대의 자원’이라는 의미를 갖고 있지요. 또한 ‘OURS’는 프랑스어로 ‘욱스’라고 읽는데, 곰이라는 의미를 지니고 있어요. ‘곰이 아닌, 동물의 털이 아닌’이라는 언어유희를 더해 브랜드 캐릭터를 곰으로 정했어요.


가장 인기 있는 제품은요.


심플하면서 편하게 입고 착용할 수 있는 후드 티셔츠와 니트, 가방, 지갑 등을 선보이고 있어요. 가장 인기 있는 아이템은 지갑과 가방류예요. 가죽 소재를 완벽하게 대체할 수 있으면서 퀄리티 높은 소재로 만들고 있거든요. 특히 최근에 출시된 선인장 가죽으로 만든 ‘리얼 칵투스 카드 홀더’가 가장 인기가 많아요.


선인장으로 어떻게 가죽을 만드는지 궁금하네요. 제품의 소재를 선택하는 기준도요.


섬유질이 풍부한 선인장은 물도 거의 필요 없고 잎을 잘라내면 재생되는 지속 가능한 자원이에요. 유기농 선인장을 잘 세척해 3일간 햇빛에 말리고 가루로 만든 뒤 섬유화하는 데 필요한 성분을 섞어 압축하면 선인장 가죽이 됩니다. 통기성과 내구성이 뛰어나고 관리가 편해 동물 가죽을 대체할 수 있는 훌륭한 비건 소재예요.


저희는 동물성 소재가 아니면 다 사용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품질이 뛰어나고 친환경적인 소재면 더 좋고요. 작년에 코트로 만들었던 폐페트병을 재활용한 플리스 원단은 원단 제조업체를 통해 직접 제작했어요. 또한 최근에는 선인장 가죽과 버섯 가죽, 사과 껍질 가죽, 파인애플 가죽 등 식물성 소재로 만든 친환경 가죽들이 계속 개발되고 있는 추세예요. 이런 소재들을 눈여겨보고 제품에 시도하려고 노력 중입니다.

'진짜보다 더 좋은 가짜 가죽' 이라는 슬로건으로 제작된 낫아워스의 가방들.
재고를 만들지 않고 주문받은 수량을 기준으로 제품을 제작한다고 알고 있어요.


저희는 모든 브랜드가 재고를 줄이려는 노력을 해야 한다고 봐요. 그래서 제품을 많이 만들지 않고, 주문받은 수량을 기준으로 제품을 제작합니다. 제품을 포장할 때 역시 환경을 고려해요. 플라스틱 포장을 지양하고 옥수수를 원료로 만든 생분해 비닐이나 종이 완충재, 종이테이프로 플라스틱을 대체하고 있어요. 다만 환경 친화적인 포장이라도 불필요한 요소는 최대한 줄여 쓰레기를 만들지 않으려고 노력하고요.


궁극적으로 어떤 브랜드로 자리매김하고 싶나요.


사람들에게 대안이 아닌, 더 나은 선택이 되는 브랜드가 되고 싶어요. 동물 가죽과 인조 가죽으로 만든 제품이 각각 있는데, 인조 가죽 제품이 훨씬 더 예쁘고 질도 좋고 친환경적이라면 굳이 진짜 가죽을 선택하는 사람들은 없을 듯해요. 이제는 어떤 물건을 만들고 소비해야 하는지 생산자와 소비자 모두 깊게 고민해야 할 시기라고 생각해요.


비건 선배로서 비거니즘에 관심 갖고 있는 사람들에게 꼭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면.


‘비건이 되는 일은 어렵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지만, 모든 것을 100% 엄격하게 지켜야만 비건이 되는 건 아니에요. 비거니즘은 그야말로 삶의 철학으로, 추상적인 개념이잖아요. 부담감에서 벗어나 의식적으로 한 끼라도 고기를 덜 먹으려고 노력하고, 동물성 소재 대신 비동물성 소재로 만든 제품을 구입하세요. 이렇게 하나라도 줄여나가고자 하는 모든 노력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보통 사람들은 식습관과 관련된 일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크게 생각하는 것 같아요. 단순히 먹는 일이라 생각하지 말고 무분별한 축산업과 연쇄적으로 일어나는 수많은 부분들에 대해 생각해봤으면 해요. 한 사람, 한 사람이 조금만 고기를 줄여도 더 건강한 세상이 되지 않을까요.

강현숙 기자 life7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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