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신이 치매 유발? 접종 앞두고 가짜뉴스 판친다

김태성 기자 , 권기범 기자 , 전남혁 기자

입력 2021-02-24 03:00 수정 2021-02-24 13: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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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신 맞으면 사망” 벽보까지 등장… 인천경찰, 무단부착 60대 여성 입건
“대전 교회서 받아와 붙였다” 진술… 조직적 생산-유포 정황 드러나
경찰, 맘카페 등 허위 게시물 내사… 상시 대응체제 갖춰 신속 차단키로


‘백신을 맞으면 사망에 이를 수 있습니다.’

이달 8일 인천 남동구에 있는 A동 일대.

평소 광고전단이 붙어 있던 동네 가로등과 전봇대에 이상한 벽보가 붙기 시작했다. 어느 때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민감한 시기인지라 조잡한 벽보였지만 오가는 이들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내용은 이랬다. “이제 곧 코로나19 백신 접종이 시작된다. 하지만 절대 맞으면 안 된다. 백신엔 마이크로 칩이 숨겨져 있다. 목숨을 잃을 수도 있다”는 것이었다. 주민들 사이에서 논란이 일자 경찰은 심각성을 고려해 수사에 나섰다. 이후 붙잡힌 용의자는 평범한 60대 여성이었다.

인천경찰청은 “A동 일대에 코로나19 백신과 관련된 허위 정보를 담은 벽보를 무단으로 부착한 B 씨를 15일 붙잡아 옥외광고물 등에 대한 관리법 위반 혐의로 입건했다”고 23일 밝혔다. 경찰 조사에서 B 씨는 “대전에 있는 한 교회에서 벽보를 받아 와 붙였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의 말이 사실이라면 한 사람의 일탈행위가 아닌 조직적인 움직임의 가능성도 있다는 뜻이다.

국내에서 코로나19 백신 접종이 시작되는 26일을 앞두고 온라인은 물론 오프라인에서도 백신 관련 가짜 뉴스들이 쏟아지고 있다. 주로 소셜미디어와 모바일 메신저에서 떠돌던 낭설들이 이젠 벽보 등으로도 등장하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해외 사례를 보면 접종 시작 뒤에 가짜 뉴스가 더 거세지는 경향이 있어 앞으로가 더 문제”라고 지적했다.

가짜 뉴스 유포는 이미 전국적으로 퍼지고 있다. 부산경찰청도 22일 “맘카페와 커뮤니티, 온라인 방송 등에서 백신 관련 가짜 뉴스를 생산, 유포하는 행위를 집중 단속하겠다”고 밝혔다. ‘백신을 맞으면 치매에 걸린다’ ‘백신을 낙태아의 폐 조직으로 만든다’는 허위 정보를 유포한 게시물 3건에 대해선 이미 내사에 착수했다.

한 백신 관련 가짜 뉴스 영상은 유튜브에서 조회 수가 약 1만2000회를 기록하기도 했다. “코로나19 백신은 일반 백신과 달리 푸린이란 효소가 있어 치매를 일으킨다”는 내용이었다. 특히 노년층들이 이 영상에 관심이 높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와 유사한 허위 정보들은 소셜미디어에서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문제는 본격적으로 백신 접종을 시작하면 가짜 뉴스가 더 활개 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지난해 접종을 개시한 프랑스와 스페인 등에선 백신을 처음 접종받은 어르신이 목숨을 잃었다는 잘못된 정보가 급격히 퍼졌다. 미국 역시 지난해 12월 백신을 맞은 테네시주의 간호사 티퍼니 도버 씨가 숨졌다는 거짓 정보가 유포됐다. 황용석 건국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는 “국내에서도 유튜브 의존도가 높고 정부에 대한 신뢰도가 낮은 노년층 등이 조작된 정보를 편향적으로 받아들일 위험이 크다”고 지적했다.

경찰은 백신 접종을 앞두고 관련 가짜 뉴스를 신속하게 차단하기 위해 상시 대응 체계를 갖추기로 했다. 관련 불법행위도 엄단할 방침이다. 경찰 관계자는 “접종 관련 가짜 뉴스를 생산하거나 유포할 경우 정보통신망법 등에 따라 최대 7년 이하의 징역, 5000만 원 이하의 벌금 등 처벌을 받을 수 있다”고 했다.

김탁 순천향대 감염내과 교수는 “코로나19 백신이 치매를 유발한다거나 유전자를 변형시킨다는 보고는 현재 없으며, 그럴 가능성도 거의 없다. 마이크로 칩도 명백한 가짜 뉴스”라며 “통상적인 기존 백신보다 더 많은 이상 반응을 일으킨다는 증거 역시 없다. 코로나19 백신의 이득이 위험에 비해 압도적으로 크다”고 했다.

김태성 kts5710@donga.com·권기범·전남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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