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데이터 기반 과학영농시대 성큼

김관수 서울대 농경제사회학부 교수

입력 2021-02-24 03:00 수정 2021-02-24 0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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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관수 서울대 농경제사회학부 교수
세계 3대 투자회사인 로저스 홀딩스의 짐 로저스 회장은 앞으로 10년간 딸을 위해 투자한다면 어디에 투자할 것인가 하는 질문에 “은, 농업, 에너지에 주목하라”는 답을 제시했다. 세계 3대 투자자인 로저스 회장이 장기적으로 매력적인 투자처로 꼽을 만큼 농업은 성장 잠재력이 큰 산업이다.

옛말에 ‘농사는 하늘이 짓는다’는 말이 있다. 단순해 보이는 이 말 속에는 기상에 따라 작황이 좌우되는 농업의 특성을 보여주는 가슴 아픈 경험이 녹아있다. 기후변화가 심해지면서 농산물의 작황은 매년 더 크게 변동하고 있으며, 이에 따라 농산물의 가격 변동성도 더 커지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는 농산물 가격 변동성을 줄이기 위한 노력의 일환으로 주요 농산물의 생산 관련 정보를 제공하여 시장 참여자들의 합리적 의사결정을 돕는 농업관측 사업을 1999년부터 추진해 오고 있다.

2020년부터는 양파, 마늘 등의 생육 상황을 실제로 측정한 실측 데이터를 축적하여 수급 예측에 활용하는 사업을 진행 중이다.

최근에는 축적된 실측 데이터에 민간의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접목한 다양한 수급 예측 방법론을 개발하는 논문 경진대회를 추진하고 있다. 논문 경진대회 접수 결과 44개 팀이 참가해 농업 분야 빅데이터의 활용에 큰 관심을 보였다고 한다.

이는 농경제 분야 대표 학회지의 논문 게재 편수가 연평균 약 25편인 것에 비하면 대단한 결과다.

논문 경진대회는 실측 기반 농업관측을 보다 정교화하고, 예측력을 높여 나감으로써 농산물 수급과 가격을 안정화시켜 나가기 위한 거시적 프로젝트의 일환이다. 노지채소 수급 예측 연구는 국내외에서 지금까지 많이 시도되지 못하였다. 그러나 실증 경제학 방법론 및 인공지능 알고리즘의 발전과 함께 농업관측의 생육에 대한 실측 데이터 기반으로의 전환을 통한 빅데이터의 축적 등으로 이러한 연구에 대한 기초가 만들어졌다. 이는 농업의 첨단과학화를 통해 그간 반복되어 왔던 농산물 수급 불안을 해소할 새로운 계기가 마련되었다는 점에서 상당히 고무적인 일이다.

데이터에 기반한 과학 영농은 시대의 큰 흐름이다. 이는 공공과 민간을 모두 아우르는 거대한 흐름이다.

민간에서도 ㈜그린랩스와 미국의 FBN(Farmers Business Network) 같은 회사에서 농업 데이터에서 하늘을 읽어내는 노력을 경주하고 있음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들 회사는 회원 농가가 농업 생산 데이터를 공유하게 함으로써 데이터 기반 농업을 시현하고 있다. 이제 농업에도 본격적인 빅데이터 시대가 도래한 것이다. 세계적인 투자자의 눈에도 매력적인 투자처로서의 농업은 데이터에 기반할 때 더 큰 잠재력이 발휘될 수 있음은 명약관화하다.

‘위드(With) 코로나’ 시대 디지털 경제로의 전환이 가속화되고 있는 시점에서 ‘데이터에서 하늘을 읽는’ 과학 영농의 시대가 앞당겨지기를 기대한다.

김관수 서울대 농경제사회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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