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세대 폐암 표적치료제 타그리소-렉라자, 전 세계 환자들의 새 희망

이진한 의학전문기자·의사

입력 2021-02-24 03:00 수정 2021-02-24 09: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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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진한 의사 기자의 따뜻한 약 이야기

폐암 표적치료제 3세대 약으로 불리는 타그리소와 국내 폐암 표적치료제 신약 렉라자. 동아일보DB

의학, 생명과학 기술의 눈부신 발전에도 불구하고 한국의 질병 사망률 1위는 여전히 암이다. 아직도 암은 가장 무섭고, 치료가 어려운 질병이다. 그중에 특히 폐암이 대표적이다. 폐암은 국내 암 발병률 3위(2018년 신규 진단환자 2만8628명)를 차지할 정도로 흔하며 5년 생존율 역시 담낭 및 기타 담도암(28.8%), 췌장암(12.6%) 등에 이어 낮은 편(32.4%)에 속한다.

폐암을 조직학적 기준에 따라 나누면 약 85%는 비소세포폐암이다. 폐암은 특별한 증상이 없어 조기 진단되는 비율이 낮은데, 비소세포폐암의 약 70%는 첫 진단 시에 다른 부위에 전이된 상태로 늦게 발견돼 치료가 더욱 어렵다.

비소세포폐암의 분자종양학적 특성을 살펴보면 상피세포성장인자 수용체(EGFR)라는 단백질에 돌연변이가 생겨 암이 발생한 경우가 가장 흔하다. 한국을 포함한 아시아인에게서 비소세포폐암의 약 40%는 EGFR 돌연변이를 원인으로 발생한다. 이 부위를 정확하게 찾아서 암세포만 죽이는 표적항암제는 비소세포폐암 환자에 대한 치료의 패러다임을 크게 변화시켰다.

현재 표적항암제는 1차 치료제로 성분명 게피티니브(제품명 이레사), 엘로티닙(타쎄바), 아파티닙(지오트립), 다코미티닙(비짐프로) 등이 개발돼 시판되고 있다. 이 약들은 비교적 초기에 나왔기 때문에 1세대 및 2세대 표적치료제라고 불린다. 그러나 이러한 치료를 받은 환자의 대부분에서는 더 이상 치료제가 반응하지 않는 내성이 발생한다. 다행히 내성에 효과가 좋은 표적항암제인 3세대 치료제 오시머티닙(타그리소)도 나와 있다.

더구나 최근엔 폐암 환자의 치료를 어렵게 하는 항암제 내성과 관련해 반가운 소식이 들려왔다. 1월에 유한양행이 개발한 폐암치료제 레이저티닙(렉라자) 식약처로부터 31호 국산신약으로 허가를 받은 것이다.

렉라자도 타그리소와 마찬가지로 폐암 돌연변이 유전자인 EGFR만을 표적해 암세포를 사멸시키는 효과를 갖는 3세대 표적항암제이다. 특히 이전까지 1, 2세대 EGFR 폐암치료제 내성 환자의 경우 사용할 수 있는 치료 옵션이 타그리소 하나뿐으로 극히 제한적이었던지라 ‘렉라자’의 품목허가는 환자들의 치료 기회 확대에도 기여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특히 렉라자는 표적에 대한 높은 선택성을 나타내며, 시판 중인 다른 EGFR 표적 항암제에 비해 항암 효과가 좋고 피부발진, 설사와 같은 부작용 발생이 낮을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렉라자의 임상연구를 이끌어 온 연세암병원 폐암센터장 조병철 교수는 “이번 렉라자 국내 허가가 시사하는 바가 크다”며 “임상적으로 의미 있는 항종양 효과 및 안전성을 통해 우리나라 폐암 환자들에게 좋은 치료 대안이 될 것이며 또한 글로벌 임상을 통해 전 세계 폐암환자의 희망이 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폐암 환자들에게 새로운 희망과 치료 기회를 확대해 줄 국산신약의 등장에 따뜻한 약으로 역할을 할 것으로 필자는 기대를 해본다.

이진한 의학전문기자·의사 likeda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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