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대출 80조 재연장에 은행 고심

신나리 기자

입력 2021-02-22 03:00 수정 2021-02-22 03: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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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요銀 5곳 원금-이자 79조7120억
9월까지 세번째 만기 연장할 듯
부실규모 파악 어렵고 탕감법안 부담
은행권 “장기 분할 상환토록 해야”





은행권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중소기업과 소상공인들에게 지원한 대출 규모가 80조 원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가 다음 달 말 끝나는 대출 원금 만기와 이자 납기 유예 연장 조치를 6개월 더 연장할 가능성이 큰 가운데 대출 부실 위험을 관리해야 하는 은행들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21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 등 주요 시중은행 5곳의 코로나19 피해 대책 관련 대출 원금 만기와 이자 납기 유예 규모는 17일 잔액 기준 73조2131억 원, 총 29만7294건으로 집계됐다. 여기에 대출원금을 나눠갚고 있던 기업의 분할 납부액(6조4534억 원)과 이자(455억 원) 유예 조치까지 포함하면 총액은 79조7120억 원에 이른다.

이 같은 대출 원금 만기와 이자 납기 유예 조치는 9월 말까지 6개월 연장될 것으로 보인다. 은성수 금융위원장은 16일 5대 금융지주 회장들, 18일 정책금융기관장들과 만나 코로나19 대출만기 연장 협조를 구했다. 금융위 관계자는 “참석자들이 6개월 연장이 필요하다는 점에 대해 공감했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2월 관련 조치를 시작한 이후 세 번째 연장으로 가닥이 잡힌 셈이다.

은행들은 드러내놓고 반대하진 않지만 이자조차 못 내는 한계기업들의 수와 정확한 부실 규모를 더 파악하기 어렵게 됐다고 우려한다. 시장에서 받아들이기 어려운 더 강력한 금융지원 요구가 여당에서 쏟아져 나오고 있는 점도 근심거리다. 더불어민주당 민형배 의원이 3일 발의한 은행법 개정안은 영업제한이나 폐쇄 명령으로 손실을 본 자영업자들의 대출 원금을 탕감하도록 은행들에 요구할 수 있게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함께 발의된 금융소비자보호법 개정안은 대상을 전체 금융소비자로 확대하고 모든 금융기관이 대출 원금 감면은 물론이고 상환 기간 연장이나 이자 상환유예를 할 수 있도록 금융위원회가 명령하는 내용도 포함됐다.

은행권은 “원금까지 감면해주는 법안은 금융시장을 왜곡시키고 은행들을 고사시키겠다는 의도”라며 반발하고 있다. 한 은행권 고위관계자는 “대출 원금 10%만 깎아줘도 작년 금융권이 벌었던 수익을 토해내고 적자로 돌아설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세 번째 연장조치가 끝나는 9월 말 대선 국면에서 원금 이자 탕감 요구가 쏟아져 나오지 않을까 걱정”이라고 말했다. 대출 만기와 이자 납기 유예 조치가 연장되더라도 밀린 이자들을 조금씩 원금과 합산해서 같이 갚도록 하거나 5년 이상 장기간에 걸쳐 나눠 갚도록 하는 식의 연착륙 방안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은행권에선 나온다.

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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