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줄이 오르는 식탁물가… 곡물가 뛰자 가공식품도 도미노 인상

황태호 기자

입력 2021-02-22 03:00:00 수정 2021-02-22 03:14: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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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기후로 생산 줄고 수출입 차질
밀 1년새 17%-쌀 평년대비 40%↑
AI장기화 치킨업계도 “인상 불가피”
최근 역대급 한파 등 추가악재까지




빵, 햄버거, 즉석밥, 두부 등 주요 가공식품 가격이 줄줄이 상승하고 있다. 농수산물 가격 급등으로 1차 가공품인 쌀, 밀 등의 가격이 오른 데 이어 조리와 포장 단계를 거친 2, 3차 가공식품의 가격이 도미노식으로 오르는 것이다.

식품업계는 이상 기후로 작황이 부진한 데다 코로나19로 수입에 차질을 빚으면서 원재료 가격이 급등해 가공식품 가격을 인상할 수밖에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고 본다.

21일 시카고선물거래소(CBOT)에 따르면 이달 18일 기준 밀 가격은 t당 243달러, 옥수수와 대두 가격은 t당 각각 217달러, 505달러를 기록했다. 지난달 사상 최고치를 기록한 뒤 소폭 내려갔지만 1년 전과 비교하면 밀은 16.8%, 옥수수와 대두는 같은 기간 각각 44.7%, 53% 높다. 국내산이 주로 쓰이는 쌀 가격도 20kg당 5만7780원(19일 도매 기준)으로 평년 대비 40% 이상 비싸졌다.


국내외 곡물가 상승은 지난해 글로벌 곡창지대에 불어 닥친 이상 기후로 생산량이 급감한 데다 코로나19로 일부 국가에서 ‘식량 안보’를 이유로 수출을 제한하는 등 악재가 겹쳤기 때문이다. 통상 가공식품에는 원재료 가격 변동이 6개월 안팎의 간격을 두고 반영된다. 이동훈 한국물가정보 조사연구원은 “지난해 쌀이 1960년 이후로 가장 적은 생산량을 기록하는 등 주요 곡물 생산, 수입 모두 역대 최저였다”며 “이에 따라 곡물 가격이 오른 게 가공식품에도 반영되기 시작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파리바게뜨와 뚜레쥬르는 최근 90여 개 품목 가격을 평균 5.6%, 9%가량 올렸다. 맥도날드(2.8%) 롯데리아(1.5%)의 버거류와 디저트, 오뚜기 즉석밥(7∼9%), 풀무원 두부(10∼14%) 가격 등도 올랐다. 오뚜기 관계자는 “쌀값이 너무 올라서 어쩔 수 없는 상황”이라고 했다. CJ제일제당 역시 가공식품 가격 인상 시기를 저울질하고 있다.

서민 식료품 물가의 바로미터로 꼽히는 라면 가격도 불안하다. 1위 라면 제조사인 농심은 과거 라면값을 5년마다 인상해 왔는데 올해가 5년째다. 식품업계 관계자는 “시장과 물가 당국의 압박 때문에 가격을 쉽게 올리지 못하고 있지만 라면의 주 원재료인 소맥과 팜유 등의 가격이 급상승해 상승 요인이 많다”고 말했다.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 확산 장기화로 육계 수급에 비상이 걸린 치킨업계에서도 “더 이상 가격 인상 없이 버티기가 어렵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한국육계협회에 따르면 이달 18일 기준 kg당 닭고기(9·10호 기준) 가격은 3308원으로 3개월 전보다 16.2%, 1년 전보다는 4.8% 올랐다. 치킨업계 관계자는 “현재 가맹점 납품 가격이 각 대형 프랜차이즈에서 설정하고 있는 가격 인상 상한선에 근접해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식료품 물가는 앞으로가 더 문제다. 미국, 유럽 등의 ‘역대급’ 한파와 최근 들어 치솟은 계란 가격 등 아직 가공식품 가격에 반영되지 않은 인상 요인들이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김한호 서울대 농촌경제학과 교수는 “농산물 가격 상승에 따라 일반 물가가 빠르게 오르는 애그플레이션 현상을 피하려면 올해 곡물의 생산 주기가 정상화돼야 한다”며 “이상 기후와 과도하게 풀린 글로벌 유동성 모두 식품가격에는 악재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황태호 기자 taeh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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