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의 떠나는 박용만 “샌드박스는 성과…남북경협은 잘 됐으면”

뉴시스

입력 2021-02-21 15:57 수정 2021-02-21 15: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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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과 북한 갔던 일 기억에 남아…남북경협 희망
샌드박스법 통과 성과…큰 물꼬 바꾸진 못해 아쉬워
최태원 후임 회장 돕고, 청년창업가 지원
사회에 선한 영향력 주는 일 하고 싶다…정계 진출 안해



“좀 잘 됐으면 좋겠는데…”

지난 7년 8개월 간의 대한상공회의소 활동을 마무리한 박용만 회장이 남북한 경제협력을 기원했다.

박 회장은 지난 18일 서울 남대문 대한상의에서 퇴임 기자간담회를 가졌다. 그는 지난 2018년 9월 문재인 대통령과 기업인들이 북한을 방문했을 때 동행했던 일을 재임 중 기억에 남는 일로 꼽았다.

그는 “반세기를 넘은 해동(解凍)이라 하나, 남북한이 경제협력을 비롯해 함께 가는 미래에 대한 희망이 얼마나 컸는지 기억할 것”이라며 “그때 평양과 백두산을 방문하며 가졌던 희망과 기억들이 남아있고, 정말 소회가 남다르다. 그 기억이 아름다운 추억으로 남아있으면서 한편으론 안타까운 것도 사실이다. ‘좀 잘 됐으면 좋겠다’라는 생각을 아직도 갖고 있다”고 말했다.

개인적으로 기억에 남는 일은 지난 2018년 10월 프란치스코 교황과의 만남을 꼽았다.그는 “대통령과 동행해 프란치스코 교황을 만나뵐 수 있었던 게 가장 기억에 남는다. 제 신앙(천주교)도 그렇고, 제가 살아있는 동안 그 장면이 안 떠날 것 같다”고 말했다.

특히 그는 상의 활동을 하며 가장 열정을 쏟아 부은 일로 ‘샌드박스’법 통과를 꼽았다. 다만 샌드박스법 통과를 시작으로 지원법안을 이끌어낸 것은 성과였으나, 큰 물꼬를 바꾸진 못했던 점은 아쉽다고 말했다.

박 회장은 “법과 제도를 바꾸고 일하는 순서가 도저히 이뤄지지 않을 때는 법과 제도를 우회해서 먼저 일을 벌이고, 시장에서 실증을 통해서 법과 제도를 바꿀 당위성을 찾자는 게 샌드박스였다”며 “대통령께서 전폭적으로 수용해서 제도가 힘을 받게 됐고. 실제로 해보니 그 생각이 맞았단 생각이 든다”고 전했다.

이어 그는 “실제로 90개 넘는 업체가 허가받아 사업을 시작했다. 샌드박스 오기 전까지 안된다는 이유를 들었던 회사들이었는데 실제로 해보니 아무 문제가 없었다. 법을 바꿔야 할 당위성이 생긴 것이다. 이게 얼마나 큰 변화인가. 그래서 샌드박스에 매달렸고 열정을 많이 쏟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최태원 SK회장이 앞으로 상의 회장으로서 새로운 미래를 이끌어가는데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박 회장은 “최 회장이 본인의 생각으로 새로운 미래를 이끌어 가실 것”이라며 “제가 도울 수 있는 일은 돕겠다”고 말했다.

또 “청년창업가에 대해서는 (대한상의) 제도혁신지원실이 있고 최 회장이 잘 돌봐주겠지만, 청년사업가들이 저에게 도움을 청하면 제가 할 수 있는 일은 뭐든지 하려고 한다. 저에게 전화하거나 도움 청하면 그게 어떤 일이 됐든 몸 사리지 않고 주저하지 않고 도와줄 것”이라고 전했다.

그는 “나 같은 사람 은퇴하면 젊은이들에게 멘토링도 해주고 내 경험서 우러나는 충언도 하라는데 저는 그걸 그렇게 믿지 않는다. 내가 가지고 있는 경험에서 나온 조언이 과연 이 시대에 맞는 조언일까에 대한 자신이 없다”며 “그보다 현실적으로 이런 게 막혀 있는데 누굴 설득해달라 하면 대신 설득 해주고 만나야할 사람 있으면 대신 만나 주고, 내가 내 몸을 써서 할 수 있는 일은 가리지 않고 도와주려고 한다”고 덧붙였다.

최 회장을 후임으로 추천한 이유에 대해선 “그 분이 4차 산업혁명에 가까운 업종에 몸담고 있다. 미래 방향에 대해 나보다 훨씬 잘 대변하실 수 있는 식견을 가지고 있다고 봤다. (최 회장이) 가진 생각 중에 사회적 가치와 같은 부분들은 잠시 지나가는 바람이 아닌 시대를 관통해서 전세계에 하나의 뚜렷한 요구사항으로 자리를 잡았다. 그런 면에서도 상당히 적절하다고 생각을 했다”고 밝혔다.

한편 박 회장은 최근 규제입법들에 대해서도 아쉬움을 내비쳤다. 그는 “최근 규제입법들이 기업들을 굉장히 힘들게 한다는 얘기가 많았다. 최근 상법개정안, 공정거래법개정안, 중대재해법 등 일련의 법안이 21대 국회에 쏟아져서 그런 거에 대한 거부감이나 우려가 굉장히 높아진 건 사실”이라고 말했다.

다만 그는 “기업들에게 그다지 유리하지 않은, 기업의 부담이 늘어나는 여러 변화는 이번 정부만은 아니다. 통상임금 이슈, 기업소득환류세제는 이전 정부서 시작됐다”며 “정부가 바뀌어도 계속해서 기업들이 부담을 느끼는 건데, 그중에는 필요한 것도 있고 시대적으로 뒤늦은 것도, 빠른 것도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일부 기업은 잘하지만 상당수 기업이 변화에 앞서가지 못하고 따라가는데 급급하다. 업종의 성장세가 둔화되고 환경이 적대적으로 바뀌니 어려운 상황인데, 변화를 요구하는 부담은 더 늘어나니까 특히 어려운 기업에선 목소리가 크게 나올 수밖에 없다”며 “우리나라 산업이 얼마나 건강하게 성장하고 고도화할 건 어떤 게 있는지 산업 전체에 대한 반성, 새로운 시각, 그에 맞춰서 환경을 바꿔주는 게 필요한 시기”라고 대변했다.

최 회장은 상의 활동을 마치고 인프라코어 이사회 의장으로 맡은 소임을 다할 계획이다. 그는 “사회에 선한 영향력을 주거나 젊은이들의 꿈을 도와줄 수 있는 일을 하고 싶다”면서 “정치는 나한테 맞지 않는다. 사업하는 사람이 정치하는 건 아니라는 것이 내 소신이다. 따라서 (정치 진출) 가능성은 전혀 없다”고 단언했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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