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못 사면 현금청산”…서울 빌라 거래 절벽 ‘현실화’

뉴시스

입력 2021-02-21 07:50 수정 2021-02-21 07: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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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 개발 지역·시기 '깜깜이'…빌라 거래 사실상 끊겨
정부, 현금청산 조항 위헌 아냐…입법 과정 진통 예상



“거래를 주선하기가 부담스러워요.”

지난 19일 서울 동작구 흑석2구역 내 한 공인중개업소 대표는 부동산 시장과 관련한 뉴시스 취재진에게 “지금 빌라를 사면 자칫 현금청산을 당할 수 있다는 불안감에 거래 자체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 대표는 “현금청산 우려가 커지면서 빌라 매수 대기자들이 거래를 망설이고 있다”며 “다세대나 연립주택 모두 거래가 끊기면서 사실상 개점휴업 중인 중개업소가 많다”고 토로했다.

2·4공급 대책 발표 뒤 우려했던 재개발·재건축 예정 지역의 부동산 ‘거래 절벽’이 현실화하고 있다.

정부는 ‘공급쇼크’라는 표현까지 써가며 25번째 부동산 대책에 대해 자신감을 나타냈지만, 공급 지역과 시기 등 구체적인 계획이 빠졌기 때문이다. 특히 재개발·재건축 추진 지역의 빌라 등 주태를 매수했다가 향후 공공개발 사업지로 묶이면 입주권 대신 현금청산을 당할 수 있다는 우려에 잔뜩 움츠러들었다.

정부는 지난 4일 서울과 수도권 등 전국 85만 가구의 물량을 공급한다는 계획을 내놨다. 당시 공공주도 개발 지역과 시기, 방법 등을 특정하지 않았다. 정부는 역세권과 준공업지역, 저층 주거지역 등에 대해서 “현재 진행 중이거나 해당지역 주민들과 협의하고 있다”며 선을 그었다.

동시에 정부는 투기수요 차단을 위해 지난 4일 이후 신규 계약한 매물에 대해 ‘우선 공급권’을 부여하지 않고, ‘현금청산’하기로 못 박았다. 투기수요를 차단하기 위한 조치를 풀이된다.

변창흠 국토부 장관은 “정비사업은 소유주 중심의 조합 방식으로 진행되면서 개발 이익이 사유화돼 과도하게 투자 대상으로 활용될 수 있다”며 “공공이 직접 시행하는 새로운 모델을 적용하면, 투기수요 유입 억제가 가능해 사업을 신속히 진행하고 세입자·상인의 내몰림 등 기존 정비사업의 부작용을 완화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변 장관은 “대부분 입지가 확정된 상태지만 미세하게 구역 조정이나 지방자치단체와의 마지막 합의를 남겨놓고 있어 구체적인 입지를 밝히지 않았다”며 “조만간 지자체와 협의가 완료되면 발표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정부가 개발 호재에 따른 투기를 사전 차단하기 위해 내놓은 현금청산 조치에 구체적인 사업 지역도 공개하지 않으면서 주택시장은 혼란에 빠진 상황이다. 구체적인 사업 후보지가 베일에 가려져 자칫 시세보다 낮은 금액으로 현금청산을 당할 수 있다는 불안이 확산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빌라 시장이 급격히 위축되면서 주택 수요가 신축 아파트로 몰리는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실제로 서울의 빌라 거래는 사실상 ‘뚝’ 끊긴 상황이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이달 19일까지 서울의 다세대, 연립주택 매매 건수는 총 1027건으로 집계됐다. 거래량이 폭발적으로 증가했던 지난해 12월 거래량(6203건)과 비교하면 급감한 수준이다.

서울 동작구 흑석동의 한 공인중개업소 대표는 “섣불리 거래에 나섰다가 공공개발 사업지로 묶이면 낭패를 볼 수 있어 거래를 중개하는 것 자체가 부담스럽다”며 “집주인은 팔고 싶어도 팔기가 어렵고, 매수자는 사고 싶어도 살 수 없는 이상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용산구 후암동 후암1구역 내 공인중개업소 대표는 “대책 발표 이후에 거래를 진행해도 되는지 묻는 문의가 많았는데, 제대로 답변을 할 수 없었다”며 “대책 발표 이후부터 거래 자체가 안 된다”고 전했다.

정부의 대책 발표 이후 지나친 재산권 침해 논란이 확산되자, 더불어민주당과 정부가 현금청산 조항은 재산권 침해가 아니라는 입장을 거듭 강조했다. 또 당정은 후속 입법을 이르면 내달 안에 마무리 짓는다는 계획이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17일 정부 서울청사에서 부동산시장 점검 관계장관회의를 열고 “정부는 앞으로 2·4 공급대책의 집행 속도를 높이는 데 모든 역량을 집중할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홍 부총리는 25만 가구에 달하는 서울지역 신규 공공택지에 대해 “구획 획정 등 세부 사항을 철저히 준비하면서 1분기를 시작으로 2분기까지 신속히 후보지 발표를 완료할 방침”이라며 “관련 법안을 이번 주 중 국회에 제출하고 3월까지 개정을 추진해 6월 시행에 차질이 없도록 하겠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당분간 재건축·재건축 예정지역의 부동산 거래가 위축될 수밖에 없다고 진단했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공공개발 사업 후보지조차 지정하지 않은 상태에서 입주권 부여 여부와 현금청산 등으로 부동산 거래를 제한하는 것은 정부의 과도한 개입“이라며 ”실거주 목적이라도 지금 빌라를 사면 현금청산을 당할 위험이 크기 때문에 재건축·재건축 예정지역에서 부동산 거래는 위축될 수 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권 교수는 ”과도한 사유재산권 침해라는 논란에도 정부가 문제가 없다고 밝혔지만, 향후 입법 과정에서 문제가 불거질 수 있다“며 ”빌라 시장이 당분간 크게 위축되면서 신축 아파트값이 오르는 부작용이 발생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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