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상풍력 48조, 바다에 쏟아 버릴 것인가 퍼 담을 것인가

이정훈 기자

입력 2021-02-20 16:03 수정 2021-02-20 16:18

|
폰트
|
뉴스듣기
|
기사공유 | 
  • 페이스북
  • 트위터
“경제성 없다” 결론 내렸던 신안 풍력단지  …‘남산타워’ 2000개 꽂아놓고 바람 불 날 기다려?

문재인 대통령(가운데)이 2월 5일 전남 신안군 임자2대교에서 열린 ‘세계 최대 해상풍력단지 48조 원 투자 협약식’에 참석했다. [뉴시스]
‘우주 미남’ ‘문재인 너는 사슴, 내 마음을 녹용(=녹여)’ ‘문재인 별로, 내 마음에 별(=星)로’. 2월 5일 전남 신안군 젓갈타운에 들어서는 문재인 대통령을 반기며 전남도청 공무원들이 흔든 플래카드 문구다. 이들은 문 대통령에게 달려가 꽃을 건네고 밝은 얼굴로 사진도 찍었다. 전남도청 측은 “자발적 행동”이라고 설명했다. 문 대통령 지지자들은 ‘문재인 보유국’ ‘문재인 대통령님이 계셔서 우리는 행복합니다’ 등의 플래카드를 들고 나왔다.

그 직전 문 대통령은 개통을 앞둔 신안군 임자도와 지도를 잇는 임자대교에서 열린 ‘세계 최대 해상풍력단지 48조 투자 협약식’에 참석했다. 이 행사에서 문 대통령은 “여기서 생산되는 8.2기가와트(GW) 전기는 한국형 신형 원전 6기의 발전량에 해당하고 서울과 인천의 모든 가정이 사용할 수 있는 엄청난 양”이라며 “이곳에 들어설 해상풍력단지는 현존하는 세계 최대 해상풍력단지보다 무려 7배나 큰 규모”라고 설명했다. 해당 단지 건설로 2030년까지 ‘5대 해상풍력 강국’이 돼 탄소중립 사회를 앞당길 것이라는 전망도 내놨다. 신안 해상풍력단지 건설에 들어가는 돈은 총 48조5000억 원. 문 대통령은 “지역 주민들에겐 평생 지급받는 ‘해상풍력연금’이 될 것”이라고 호언장담했다.


민간 투자 98% MOU 협약식
2월 5일 해상풍력단지 투자 협약식 직후 전남 신안젓갈타운을 방문한 문재인 대통령이 상인들의 환영을 받고 있다. [뉴시스]


48조 원은 대한민국 한 해 국방비(약 50조 원)와 맞먹는 큰돈이지만 국산 신형 원전 6기를 짓는 데 26조 원이 들어간다는 것을 알면 고개를 갸웃하지 않을 수 없다. 이 사업은 민간 투자가 98%를 차지한다. 정부 투자는 9000억 원뿐이고 민간 투자 47조6000억 원이 투입될 예정이다. 또한 문 대통령이 참석한 행사는 계약식이 아니라 양해각서인 MOU를 맺는 협약식이었다. MOU는 ‘구체적 협상은 하지 않았지만 사업할 의향은 있다’고 할 경우 맺는다. 따라서 전혀 구속력이 없는 데다 계약이 언제 틀어질지 모른다. 그렇다면 민간 기업이 투자한다고 한 47조6000억 원은 ‘신기루’와 다름없다.

설령 투자가 다 진행된다 하더라도 여기서 생산된 풍력을 한국전력공사(한전)나 발전회사들이 어떻게 사줄지도 관건이다. 풍력발전 단가가 비싸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국민은 저렴한 전기요금을 원하고 한전도 수익 창출을 위해 저렴한 전기부터 사줄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한전으로 하여금 풍력전기를 매입하게 하려면 정부가 비싼 가격만큼 차액을 보전해줘야 한다.

풍력발전소가 투자금을 회수하기 위해서는 최소 20년을 운영해야 하는데, 정부가 높아진 전기요금에 반발하는 국민을 누르면서 20년이나 ‘고가 매입’을 보장해줄 수 있을까. 다음 정부는 얼마든지 “내가 한 일이 아니라서 모르겠다”고 나올 수 있다.

신안풍력이 원전 6기의 전기를 생산하려면 1000~2000개 날개를 쉬지 않고 돌려야 한다. 그런데 바람은 일정하게 불어주지 않는다. 세계 최대 풍력단지는 북해에 접한 영국 혼시(Hornsea) 해안에 있다. 효율이 55%가량 된다. 바람이 아주 좋은 날, 신안에서 얻을 수 있는 풍력은 혼시의 60% 정도밖에 안 된다. 평균 효율은 훨씬 더 떨어진다. 따라서 전문가들은 신안풍력이 생산할 수 있는 전기량을 원전 1기 수준 정도로 예상한다.


‘탈핵’ 정권의 퍼포먼스?


바람이 일정하게 부는 게 아니기 때문에 풍력발전기가 돌아가지 못하는 상황에 대비해 즉시 가동할 수 있는 대체발전소를 함께 지어야 한다. 화력발전이나 원전은 상당 시간 예열해야 하기에 대체발전소로 부적당하다. LNG(액화천연가스)를 사용하는 가스발전소만 가능한데, 바람이 사라졌을 때 급하게 출력을 올리려면 가스발전소도 상시 켜놓고 있어야 한다. 풍력발전은 탄소를 배출하지 않는다지만 가스발전소는 상당한 양의 탄소를 내뿜는다.

미국 텍사스주 풍력발전기가 한파에 얼어버린 적이 있다. 한겨울 신안풍력도 얼 수 있다. 그렇게 되면 비유컨대 헬기 2000여 대가 ‘남산타워(풍력발전기)’ 사이를 헤집고 다니며 해빙액을 뿌려야 한다. 한겨울 망망대해에서 사람이 200m 높이 타워에 올라가 얼음을 녹이는 것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렇게 뿌려댄 해빙액은 양식업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강한 바람도 문제다. 여름철 태풍이 불면 보잉 747 날개(90m가량)만 한 발전기 날개가 뽑혀나갈 수 있다. 여름철 초대형 태풍이 예고되면 신안풍력은 가동 정지가 아니라, 모든 날개를 붙들어 매놓고 있어야 한다. 거친 바다 위에서 누가 그 많은 ‘남산타워’를 붙들어 맨단 말인가.

영화 ‘판도라’는 거대한 지진을 불러온 원전 사고를 그렸다. 풍력발전기는 지진에 더 취약하다. 동일본 대지진 당시 후쿠시마 원전과 연결된 철탑은 줄줄이 무너졌지만 원전은 건재했다. 철탑 붕괴로 원전 가동에 필요한 전기가 들어오지 않아 냉각하지 못한 후쿠시마 원전은 결국 폭발해버렸다. 신안풍력도 거대한 지진에 지진해일까지 닥치면 2000여 개 타워가 초토화될 수 있다. 이러한 이유로 과거 정부도 신안에 풍력발전소 건설을 검토했지만 ‘경제성이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 문재인 정부는 ‘48조 바람이 분다’고 했다. 그사이 엄청난 기술 발전이 있었는가.

투자한 돈을 퍼 담지 못하고 바다로 날려버리려 해서는 정말 곤란하다. 해상풍력연금까지 거론한 마당에 신안풍력이 임기 1년여를 남긴 탈원전 정권의 퍼포먼스로 끝난다면 그 뒤를 누가 감당할 것인가.

이정훈 기자 hoon@donga.com

[이 기사는 주간동아 1277호에 실렸습니다.]


라이프



모바일 버전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