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파-강진에 美日 정유-제조업 스톱… 산업계 덮친 ‘기후변화’

곽도영 기자 , 홍석호 기자

입력 2021-02-19 03:00:00 수정 2021-02-19 15:0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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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텍사스주 30년만에 기습 한파… 400만 배럴 정유설비 가동 중단
日도 지진탓 41만 배럴 설비 멈춰… 삼성-LG 美 현지공장 일시 중단
WTI 배럴당 60달러 등 유가 급등… 원자재-곡물 가격도 일제히 출렁
“물가상승 압박으로 이어질것” 경고


17일(현지 시간) 미국 댈러스 포트워스 국제공항에 폭설이 쌓여있다. 30년 만에 찾아온 기록적인 한파로 미국 일대에서 주요 생산 설비가 멈춰 서고 각종 경제지표가 출렁이는 등 산업계 여파가 가시화되고 있다. 댈러스=AP 통신

“2011년 동일본대지진과 2017년 허리케인 하비가 동시에 온 격이다.”

30년 만의 기록적인 미국 텍사스주 한파와 일본 후쿠시마현 강진이 산업계를 덮쳤다. 정유설비와 반도체·태양광 패널 공장 등 주요 생산 설비가 멈춰 섰다. 가뜩이나 천정부지로 오르고 있는 곡물가격에 더해 이번 한파로 유가 및 천연가스 등 원자재 가격까지 급등하면서 인플레이션 우려도 커졌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회복세를 기다리던 산업계에 ‘기후변화의 공격’이 새로운 변수로 떠올랐다는 분석이 나온다.

○ 공장 멈추고 유가 올라




18일 정유업계에 따르면 미국 텍사스주의 모티바, 엑손모빌 등 정유기업의 약 400만 배럴 규모 정제 설비가동이 중단된 상태다. 텍사스주는 영하 18도까지 떨어지며 한파 비상사태를 선포했다. 400만 배럴은 미국 일일 전체 생산량의 약 21%에 달하는 규모다. 2017년 허리케인 하비 이후 최악의 상황이 온 것으로 정유업계는 보고 있다.

이에 앞서 13일에는 일본 후쿠시마현에서 일어난 리히터 규모 7.3의 지진으로 인해 현지 정유사 에네오스의 총 41만5000배럴 규모 정제 설비가 멈춰 섰다. 국내 한 정유사 관계자는 “원유 정제 설비는 한 번 멈춰서면 잔유량을 제거하고 재가동하기까지 최소 2, 3주가량이 소요된다. 고강도 지진 이후 여진의 위협도 남아 있어 한동안은 미국과 일본 상황에 따라 글로벌 석유 수급에 여파가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 현지 제조업 공장도 한파로 타격을 입었다. 16일 텍사스 오스틴 삼성전자, NXP, 인피니온 등 반도체기업 설비가 멈춘 데 이어 같은 날 LG전자의 현지 공장도 가동을 멈췄던 것으로 전해졌다. LG전자 관계자는 “미국 테네시주의 세탁기 공장과 태양광 패널 공장이 주 정부 긴급명령에 따라 16일 생산을 일시 중단했다가 17일 재가동에 들어갔다”며 “한파로 인한 피해 회복 정도에 따라 생산 중지 긴급명령이 또 이뤄질 수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 “상반기 체감 물가 인상으로 이어질 것”


기후변화와 맞물린 자연재해 여파는 주요 경제지표에도 고스란히 반영됐다. 미국 25개 주에 겨울폭풍 경보 등이 발령된 15일 다음 날인 16일, 싱가포르 복합정제마진이 하루 만에 배럴당 1.5달러에서 2달러 선으로 급등했다. 같은 날 뉴욕 상업거래소(NYMEX)에서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는 배럴당 60.05달러에 장을 마감하며 13개월 만에 최고치를 경신했다.

원자재 및 곡물 가격도 일제히 출렁였다. 18일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통상 100만 BTU당 3달러 미만에서 거래되는 천연가스 현물 가격은 15일 이후 미국 현지에서 999달러 선까지 튀어 올랐다. 글로벌 천연가스 선물 가격도 꾸준히 올라 16일 3달러 선을 넘어섰다. 지난해 지구를 덮친 이상 더위와 추위로 이달 초 전년 대비 50%가량 폭등한 대두, 옥수수 등 주요 곡물 가격도 오름세를 이어가고 있다. 곡물과 원자재의 불안정한 수급과 가격급등은 경제계에 일파만파 영향을 준다. 당장 유가 상승으로 인한 석유화학, 플라스틱 제품 가격 상승과 전기요금 인상 등 소비자 체감 경제에도 여파는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손지우 SK증권 연구위원은 “유가 상승은 단순히 난방유나 휘발유 가격에만 단기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게 아니라 전기요금 상승, 원자재 가격 상승으로 이어져 결국 전반적인 물가 상승의 압박 요소로 이어진다”며 “올해 상반기(1∼6월) 시장에서 체감하는 물가 영향이 가시화될 수도 있다”고 분석했다.

곽도영 now@donga.com·홍석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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