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무실에 장난감… ‘워라밸’ 여성 창업공간 탄생

이청아 기자

입력 2021-02-19 03:00 수정 2021-02-19 14: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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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최대 여성창업허브 ‘스페이스 살림’

서정협 서울시장 권한대행(왼쪽에서 두 번째)이 18일 오전 동작구에 있는 국내 최대 여성 창업공간 ‘스페이스 살림’을 방문해 입주 기업들의 대표 상품을 모아둔 홍보관을 둘러보고 있다. 현재 시범 운영 중인 이 시설은 97곳의 여성 스타트업이 입주해 있으며, 29곳을 추가로 모집해 올 상반기 내 개관할 예정이다. 원대연 기자 yeon72@donga.com

“사무실 안에 저것들은 뭡니까?”

“놀이매트랑 장난감인데요, 일하는 보호자 옆에서 아이들이 즐겁게 놀 수 있게 둔 겁니다.”

서울 동작구에 있는 국내 첫 여성가족시설 ‘스페이스 살림’이 18일 공개됐다. 옛 대방동 미군기지 자리에 지어졌는데, 광화문광장 정도의 크기로 국내에서는 가장 큰 규모다. 지하철 1호선 대방역과 연결돼 있어 접근성도 뛰어나다.

서울시 관계자는 “일하는 여성의 ‘워라밸’(일과 삶의 균형)을 위해 다양한 복지 시설을 갖춘 것이 특징”이라고 설명했다. 현재 97개 여성 관련 기업이 입주해 있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어느 정도 누그러지면 시범운영을 끝내고 올 상반기 안에 정식으로 문을 여는 게 목표다.

○ ‘일’과 ‘돌봄’이 병행 가능한 공간

시설 1층에는 여성가족시설답게 다양한 복지 시스템이 눈에 들어왔다. ‘아동동반 공유사무실’은 한쪽에는 평범한 모습의 사무실이, 다른 한쪽에는 아동용 놀이 매트, 책상, 장난감이 놓여 있었다. 업무 공간과 아동용 생활공간이 공존하는 것이다. 멤버십제로 운영돼 이용자들이 서로를 잘 알고 있어, 필요할 경우 ‘공동육아’도 가능하다. 사무실 안쪽 문을 열면 아이들과 분리돼 일할 수 있는 ‘집중업무실’도 나온다.

사무실을 나와 1분 정도 가면 또 다른 돌봄 시설인 ‘영유아 돌봄교실’이 있다. 입주자들이 바쁠 때마다 영유아 자녀를 돌봐주는 비정기적 돌봄 서비스다. 방학 때는 돌봄스타트업과 연계해 여러 프로그램도 진행할 예정이다. 바로 옆 ‘거점형 키움센터’에서는 돌봄선생님 3명이 상주하고 있으며, 일반 시민들도 이용할 수 있다.

이다랑 그로잉맘 대표이사는 “아이들과 출근 가능한 다른 사무실들도 써봤지만, 이곳은 처음부터 그러한 용도로 설계됐기 때문에 장점이 훨씬 많다. 공간이 개방적이라 아이들이 사무실에서도 답답해하지 않고, 문턱이 없어 안전하다”며 “다른 직원은 돌 이전의 아기와 함께 출근하고 있고, 저도 초등학교 1학년 자녀와 함께 출근한다”고 설명했다.

○ 공익을 추구하는 아이디어 집합소

돌봄 시설들을 지나면 눈길을 사로잡는 이색 상점들이 펼쳐진다. 국내 최초 월경전문 편집숍 ‘월경상점’, 세제 등을 플라스틱 용기 없이 리필 형태로 판매하는 친환경 비건(채식주의) 마켓 ‘비밀샵’ 등이다. 여성혁신 스타트업들의 실험실과 전시실을 겸하고 있다.

이곳에서는 여러 기업의 상품을 모아둔 홍보관 1곳과 편집매장 24곳, 매장 13곳 등을 만날 수 있다. 소비자는 물론 투자자와 바이어도 방문한다. 비밀샵이 속한 비건 전문 스타트업 ‘베지스푼’의 김민경 공동대표는 “비건에 관심 있는 사람들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보고서 상점을 찾는다”고 얘기했다.

각 사업장은 젠더관점을 바탕으로 다양한 공익을 추구한다. 여성 변호사가 창업한 국내 첫 공동소송 플랫폼 ‘화난사람들’의 경우 2년 반 만에 9만6000명이 이용해 법률서비스의 장벽을 낮췄다. 사운드 인공지능(AI) 스타트업 ‘디플리’는 아기 울음소리의 원인을 분석해 육아를 돕는다.

이날 오전 시설을 둘러본 서정협 서울시장 권한대행은 “스페이스 살림을 성공적으로 운영해 이곳을 시작으로 여성기업 특화공간이 확산될 수 있도록 힘쓰겠다”고 말했다.

서울시는 입주 기업 29곳을 추가로 모집한다. 내달 3일 오후 6시까지 스페이스 살림 홈페이지에서 온라인 신청을 받는다. 전화로 문의하면 된다.

이청아 기자 clear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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