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집’ 메뉴 배달 해드립니다” 위험한 식품 배송 무슨일?

황태호 기자

입력 2021-02-17 17:21 수정 2021-02-17 17: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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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 사진은 기사 내용과 직접적인 관련이 없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온라인 식품 구매와 배달이 급증하고 있지만 배송 과정에서 안전 관리 사각지대에 놓인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냉동·냉장창고를 탑재한 차량과 같은 콜드체인 시스템을 구축하지 않은 채 식당과 소비자에게 배송되면서 위생 문제 발생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지난해 7월부터 ‘맛집’ 메뉴 배송에 나선 A사. 전국 유명 식당 100여 곳의 메뉴를 오후 6시 이전에 주문하면 다음 날 새벽에 집 앞에 가져다준다. 매장에 파는 음식 그대로이거나 재료를 익히기만 하면 되는 반조리 상태다. 식당까지 직접 가지 않아도 편리하게 메뉴를 맛볼 수 있어서 일부 제품은 판매 시작되자마자 즉시 품절되기도 한다.

소비자에게는 새벽에 음식을 집으로 배송 받는 점에서 유사하지만, 이는 마켓컬리나 쿠팡 등 주요 신신식품 새벽배송 업체들의 서비스와 판이하게 다르다. A사 메뉴는 배송 전에는 일부 상품이 배달용 플라스틱 용기나 비닐봉지에 담긴 채 밤새 상온에 그대로 방치되기 때문이다. 식품업계 관계자는 “살균, 밀봉된 전용 포장이 아닌 일반 용기에 담겨진 조리 음식은 즉시 배달이 아니라면 부패 위험이 있다”며 “특히 뜨거운 상태로 조리가 완료되는 탕류 제품은 상온에서 식으면서 방치될 경우 상하게 마련”이라고 우려했다.

마켓컬리 등을 통해 판매되는 유명 식당 메뉴 대부분 ‘식품가공제조업’ 허가를 추가로 받고 배송용 상품으로 따로 만들어진다. 흔히 가정간편식(HMR)이나 레스토랑간편식(RMR)으로 불린다. 식당에서 판매하는 음식보다는 맛이 떨어지는 경우가 많지만 안전한 유통이 가능하다. 또 대규모 창고를 비롯한 콜드체인 시스템을 거친다.

하지만 A사가 새벽 배송을 해주는 식당은 대부분 시설기준 등이 덜 까다로운 ‘식품접객업’이나 ‘즉석판매제조가공업’ 등으로 등록돼있다. 새벽배송업체 관계자는 “식품접객업이나 즉석판매제조가공업이 규제가 적은 이유는 현장 판매나 즉시 배달이 이뤄질 것으로 전제했기 때문”이라며 “유사 새벽배송은 이런 취지와 전혀 맞지 않는다”고 했다. 특히 식품가공제조업이 아닐 경우 제 3자를 통해 판매할 수 없게 돼 있지만 ‘배달’이라는 명분으로 콜드체인 없이 이런 규정을 편법으로 회피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B업체는 당일 오후 3시 이전까지 주문하면 오후 7시까지 회를 비롯한 수산물을 날 것 그대로 배달해준다. ‘오늘 잡은 신선한 수산물’을 집에서 받아먹을 수 있다는 편리함 때문에 빠르게 인기가 높아지면서 최근 100억 원이 넘는 투자도 유치했다.

하지만 배송 시스템은 비(非)식품과 다를 바가 없다. ‘알바’ 직원이 자신의 일반 자동차로 집하 구역에서 상품을 받아 소비자에게 전달한다. 이 과정에서 수산물 신선도를 유지하기 위한 장치는 박스에 들어있는 드라이아이스와 보냉팩 뿐이다. 한 소비자가 만든 유튜브 영상을 보면 회를 담은 상품 박스들이 길가에 덩그러니 놓여있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 한 대형마트 관계자는 “신선도를 최우선으로 하는 수산물 유통으로는 상상하기 어려운 방식”이라고 지적했다.

황태호 기자 taeh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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