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J 납치됐던 도쿄 호텔, 코로나發 경영난에 폐업

도쿄=박형준 특파원

입력 2021-02-17 03:00 수정 2021-02-17 14:16

|
폰트
|
뉴스듣기
|
기사공유 | 
  • 페이스북
  • 트위터
도쿄 한복판 위치한 그랜드팰리스
개업 49년만에 6월말 영업종료



1973년 김대중 전 대통령 납치사건이 벌어진 일본 도쿄 이다바시의 그랜드팰리스호텔(사진)이 6월 30일로 영업을 끝낸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에 따른 경영 악화 때문이다.

호텔 측은 9일 홈페이지에 “과거에 경험하지 못한 경영 환경에 놓여 있다”며 “6월 30일을 끝으로 호텔 영업을 종료하기로 결정했다”고 공지했다. 지난해 말 ‘2021년 7월부터 당분간 영업을 중지한다’고 밝혔는데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되면서 결국 문을 닫기로 한 것이다.

1972년 2월 문을 연 이 호텔은 도쿄 내 유명 호텔 중 하나로 꼽힌다. 지상 24층, 지하 5층 규모로 총 객실 수는 458개이다. 도쿄 한가운데 위치해 있고, 일왕 거처인 고쿄와 가깝다. 1973년 일본건축업협회가 주는 건축 상을 타기도 했다. 한국에는 1973년 8월 8일 중앙정보부(현 국가정보원) 요원들이 김 전 대통령을 납치한 호텔로 알려져 있다. 당시 김 전 대통령은 야당 당수 신분으로 일본에서 반유신 활동을 전개하고 있었다.

그랜드팰리스호텔은 프로 스포츠와도 인연이 깊다. 1970, 80년대 프로야구 신인선발 회의가 이 호텔에서 14차례 열렸다. 프로복싱 세계 타이틀매치가 열릴 때면 선수들의 기자회견장으로도 자주 사용했다.

일본 내 다른 호텔들도 코로나19로 신음하고 있다. 유명 캡슐호텔체인 ‘퍼스트캐빈’은 지난해 4월 도쿄지방재판소에 파산 신청을 했다. 아키타현 카즈노파크호텔, 아오모리현 국제호텔 등도 지난해 파산했다. 일본을 대표하는 도쿄의 제국호텔은 이달 1일부터 서비스 아파트먼트 사업을 시작했다. 호텔 가동률이 10%대로 급락하자 99개 객실을 아파트처럼 개조해 임대료를 받기로 한 것이다.

도쿄=박형준 특파원 lovesong@donga.com

라이프



모바일 버전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