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BR/Case Study:]일부러 난제 찾아 알고리즘으로 푸니 AI 신뢰도 ‘쑥’

배미정 기자

입력 2021-02-17 03:00 수정 2021-02-17 04: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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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의 AI 육성, 2년 만에 ‘그룹 해결사’ 된 비결
① 독립적인 AI조직 운영
② 파급력 큰 문제 발굴
③ AI컨설턴트가 ‘문제 정의’


배경훈 AI연구원장(오른쪽 아래 사진)이 이끄는 LG AI연구원은 LG그룹 차원의 AI 싱크탱크 조직이다. 핵심 인재들이 모여 각 계열사가 풀기 어려운 비즈니스 과제를 AI 기술을 활용해 해결하고 있다. LG AI연구원 제공
많은 기업이 앞으로 비즈니스 판도를 바꿀 기술 중 하나로 인공지능(AI)을 꼽고 있다. 이에 맞춰 담당 조직을 만드는 등 투자를 늘리고 있지만 실제 기업 현장의 문제를 AI로 해결하는 데 성공한 사례는 드물다. 기업 내에 쌓인 데이터를 제대로 정리하지 못할뿐더러 AI로 풀 수 있는 문제를 정의하고, 이를 해결하는 최적의 알고리즘을 선택하는 노하우가 부족하기 때문이다. 2020년 12월 공식 출범한 LG그룹 AI연구원은 지난 2년간 AI 인재를 확보하고 그룹 내 계열사와 협업해 다양한 현장의 문제를 AI를 통해 해결하는 데 성공했다. LG그룹의 AI 전략을 분석한 DBR(동아비즈니스리뷰) 2월 1호(314호) 기사를 요약해 소개한다.

○ 혁신 추진할 AI ‘별동부대’ 조직

2018년 12월, LG그룹이 10여 명의 AI 전문가로 구성된 AI추진단을 처음 조직했을 때만 해도 LG는 AI 분야에서 후발주자였다. 이런 상황을 고려해 가장 먼저 우수한 인재를 확보하기 위한 최고의 연구 환경을 조성하는 데 집중했다. 다른 경영자나 부서의 입김이 미치지 못하게 하기 위해 그룹 차원에서 독립적인 AI 조직을 만들었다. 그리고 이 조직에서 인재들이 그룹 내 다양한 산업의 데이터와 문제를 다루면서 AI 역량을 쌓을 수 있도록 동기를 부여했다. 인사 체계도 기존 연차 기준 연봉 시스템에서 탈피해 AI 역량에 따라 충분한 보상을 주는 시스템을 도입했다. 또 실패를 통해 학습하는 애자일한 조직문화를 강조했다. 예컨대 AI 프로젝트는 3개월 안에 성공 여부를 결정하도록 독려했다. 그 기간 내에 실패하더라도 학습을 통해 다시 빠르게 새로운 문제에 도전하는 민첩성을 조직에 확산시켰다. 세계적인 AI 석학인 이홍락 미국 미시간대 교수를 LG AI연구원의 최고AI사이언티스트(CSAI)로 초빙할 수 있었던 것도 AI 인재에 최적화된 연구 환경 덕분이었다.

○ 리더십 협업을 바탕으로 AI 난제 발굴

AI연구원은 AI를 활용해 해결할 난제를 발굴하는 데 공을 들였다. AI 기술의 효과를 극대화하려면 기존 기술로 해결하기 어렵고, 시장에 파급력이 큰 문제를 발굴해야 하는데 그런 난제를 발굴하는 일 자체가 쉽지 않았다. 처음에는 각 계열사에서 AI를 잘 아는 실무자들을 만났다. 하지만 실무자들은 기존 업무에 얽매여 있는 데다 의사결정 권한에 제한이 있다 보니 회사와 시장 전체에 획기적으로 영향을 미칠 문제를 제시하지 못했다. 이에 연구원은 계열사의 C레벨 경영자들을 직접 만나 소통하기 시작했다. 경영자들은 AI를 잘 모르더라도 고객 관점에서 중요한 니즈가 무엇인지, 회사가 풀지 못하는 비즈니스 문제가 무엇인지 잘 알고 있었다. AI의 중요성을 인식한 경영자들이 과거의 방식으로 풀지 못했던 문제를 아이디어로 제시하고 AI 추진단이 이를 해결할 수 있는 알고리즘을 고민하기 시작하면서 프로젝트 과제가 구체화됐다. 일례로 LG화학 생명과학본부는 AI연구원과의 협업을 통해 통상 약 3년 반이 걸리는 신약 후보 물질을 발굴하는 과정을 8개월로 단축시키는 데 성공했다. 또 LG이노텍은 기계독해(MRC) AI 기술을 활용해 특허가 적용되는 대상과 특허 목적을 분석하는 데 성공했다. 계열사들의 성공 사례와 노하우가 그룹 전체에 공유되면서 AI연구원에 대한 신뢰도가 높아졌고 프로젝트 진행 속도도 빨라졌다.

○ 기술-현장의 가교, AI 컨설턴트 육성

물론 AI연구원이 계열사와 협업하는 과정에서 시행착오도 많았다. 가장 큰 문제는 계열사의 현장 전문가와 AI연구원의 AI사이언티스트의 관점이 다른 데서 발생했다. 현장 전문가는 데이터는 가지고 있었지만 데이터를 분석할 줄도, AI가 해결할 수 있도록 문제를 정의할 줄도 몰랐다. 다른 한편 AI사이언티스트는 현장 지식을 몰라 어디서부터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 난감해했다. 이렇게 서로의 관심사와 이해 수준이 다른 현장 전문가와 AI사이언티스트 양쪽의 가교 역할을 할 전문 인력의 필요성이 커졌다. 그렇게 해서 AI연구원이 만든 것이 바로 ‘AI컨설턴트’ 조직이다. AI컨설턴트의 역할은 AI로 해결해야 할 문제를 발굴 및 정의하는 것이다. 현장의 지식뿐 아니라 최신 AI 기술까지 겸비한 AI컨설턴트가 프로젝트에 투입되면서 더욱 다양한 현장의 문제를 새롭게 정의해 해결할 수 있게 됐다.

또 AI연구원은 계열사 현장 전문가의 멘토가 돼 실제 현장의 문제를 AI로 해결하는 ‘AI고급문제 해결과정’을 운영하고 있다. 이 과정의 특징은 멘토가 일대일로 코칭을 하는 ‘도제식’으로 운영한다는 점이다. 현장 전문가가 AI로 해결하고 싶은 현장의 문제와 데이터를 들고 오면 연구원의 멘토가 붙어서 AI를 활용해 문제 해결을 돕는 식이다. 이 과정은 2020년에만 78명의 수료생을 배출했는데 이 말은 그룹 내 70개가 넘는 현장의 문제를 AI로 해결했다는 의미를 갖는다. 배경훈 AI연구원장은 “석·박사 수준의 AI 인재 육성 프로그램을 마련해 AI를 잘 이해하고 활용할 수 있는 AI 전문가를 앞으로 3년 내에 1000명 키워 내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배미정 기자 soya1116@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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