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콕시대 늘어난 혼술… “과음-폭음 못 막아 오히려 위험”

홍은심 기자

입력 2021-02-17 03:00:00 수정 2021-02-17 03: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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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 술 마시면 자제하기 힘들어
잦은 음주, 알코올성 간질환 유발
알코올 분해 능력 떨어지는 노인
뇌출혈-골절 등 응급상황에 노출


집에서 혼자 술을 마시는 ‘홈술족’과 ‘혼술족’이 늘고 있다. 잘못된 음주 습관은 알코올 의존도를 높일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편안한 분위기에서 마시면 음주량 제어가 잘 되지 않고 습관화 될 가능성이 높다. 게티이미지코리아

최근 사회적 거리 두기로 술을 집에서 마시는 ‘홈술족’과 혼자 마시는 ‘혼술족’이 늘고 있다. 식품의약품안전처가 공개한 ‘2020년 주류 소비·섭취 실태’ 조사 결과에 따르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후 음주 장소에 변화가 있다고 응답한 사람들 가운데 92.9%가 바뀐 장소로 ‘자신의 집’을 택했다. 술자리 상대도 과거에는 친구·선후배(90.0%), 직장 동료(72.8%)가 주를 이뤘던 반면 코로나19 이후에는 혼자(81.9%)가 1위를 차지했다.

하지만 홈술과 혼술은 자칫 잘못된 음주 습관을 만들어 알코올 의존 위험을 높일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한다. 술을 편안한 분위기에서 마시는 탓에 과음이 습관화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1분에 6명꼴 술로 인한 사망자 발생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전 세계적으로 1분에 6명꼴로 술로 인한 사망자가 발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과도한 음주가 지속되면 다양한 신체적, 정신적 질환을 유발할 수 있다. 대표적인 것이 간 손상이다. 간은 신체 에너지 관리와 해독 작용, 호르몬의 분해와 대사, 단백질과 지질의 합성, 면역 조절 등 신체기능 유지에 필수적인 생화학적 대사 기능의 대부분을 담당한다. 따라서 간 질환이 발생하면 우리 몸의 기능이 광범위하게 손상될 수 있다.

알코올이 야기하는 대표적인 간 질환은 알코올성 지방간과 ‘간경화’로 알려진 간경변이다. 알코올 중독자가 많은 서양은 알코올 80g(소주 300∼400cc, 맥주 1500∼2000cc 정도)을 15년 이상 매일 마신 사람의 3분의 1에서 간경변이, 나머지 3분의 1에서는 지방간이 발견됐다.

알코올성 지방간은 술이 원인이다. 술을 지속적으로 먹으면 간에서 지방 합성이 촉진되고 정상적인 에너지 대사가 이뤄지지 않아 발생한다. 정상 간의 경우 지방이 차지하는 비율은 5% 이내인데 이보다 많은 지방이 축적된 상태를 지방간이라고 한다. 대부분의 지방간은 가벼운 병이지만 지방간 환자 4명 중에 1명은 치료를 하지 않으면 심각한 간질환인 간경변으로 진행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일단 간경변이 발생하면 원상회복이 어렵기 때문에 사전에 올바른 음주 습관으로 발병을 예방하는 것이 중요하다.


젊은층서 알코올성 간질환자 늘어
젊은층의 음주가 지속적으로 증가하면서 그로 인한 질병도 늘고 있다. 한림대 춘천성심병원 소화기내과 김동준 교수팀이 1998∼2001년 국민건강영양조사와 2016∼2017년 국민건강영양조사를 비교한 결과 약 20년 새 알코올성 간질환은 유병률이 3.8%에서 약 2배인 7%로 증가했다. 19∼29세는 알코올성 간질환 유병률이 1.6%에서 4배인 6.4%로 늘었다. 젊은 나이에도 술을 과도하게 마셔 간질환까지 생긴 사람이 늘어난 것이다. 김 교수는 “술을 마시는 나이가 젊을수록 중독 위험이 크다”며 “젊은층에서 알코올성 간질환이 크게 늘어난 것을 보며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세계보건기구는 젊은층이 알코올에 쉽게 접근하지 못하도록 국가 차원의 정책을 펼치라고 권고하고 있다. 하지만 2018년에 발표된 세계보건기구 리포트에 따르면 한국은 알코올 소비를 줄이기 위한 정책을 잘 펴지 않는 국가로 분류돼 있다. 김 교수는 “담배와 달리 술에 대해서는 관대한 문화가 있기 때문”이라며 “실제 적정 음주라는 말로 하루에 한두 잔은 약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많은데 최근 학계에서는 적정 음주란 없고 건강을 위해서는 술을 아예 마시지 않아야 한다고 권고하고 있다”고 말했다. 2019년 세계적 의학학술지 ‘랜싯’에 발표된 논문에도 건강에 위해를 받지 않으려면 술을 아예 마시지 않아야 하고 적정 음주량이란 없으므로 전 세계적으로 술을 안 마시는 방향으로 권고 기준이 수정돼야 한다고 밝혔다.


술에 취약한 노인, 다양한 사고에 노출

노인은 젊은 성인과 같은 양의 술을 마셔도 빨리 취할 뿐만 아니라 술을 깨는 데에도 오랜 시간이 걸린다. 나이가 들수록 체내 근육량과 수분이 부족해지고 알코올 분해 능력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노인이 술에 취하면 넘어지거나 미끄러지는 등 여러 사고에 노출될 가능성이 높다. 박주연 다사랑중앙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원장은 “노인의 경우 음주 사고가 발생하면 뇌출혈이나 골절과 같은 부상을 당할 가능성이 크다”며 “특히 혼자 사는 노인들은 주변의 도움을 받기 어려워 목숨을 위협하는 위급한 상황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실제로 지난해 5월 여수에서 술에 취해 자택 마당에 넘어져 있던 70대 노인이 마을 주민에게 발견돼 응급 이송됐다. 6월에는 인천에서 70대 노인이 만취해 도로 위에 쓰러져 누워 있다 차에 치여 사망하는 사건도 발생했다.

홀몸노인은 술에 더욱 의존하기 쉽다. 사별이나 이혼, 자녀의 독립 등으로 홀로 사는 노인은 외로움과 사회적 고립감을 술로 해소하려는 경향이 있다. 박 원장은 “홀몸노인은 음주를 자제시킬 상대가 없어 음주량과 빈도수가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며 “어느 때보다도 코로나19로 인해 더욱 고립이 심화되고 있는 홀몸노인들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홍은심 기자 hongeuns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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