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릭! 의료기관 탐방]비절개, 내시경 수술로 만성 팔 질환 당일 수술-퇴원시대 열다

황효진 기자

입력 2021-02-17 03:00 수정 2021-02-17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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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른사랑병원
테니스엘보 치료 시스템 구축
절개 없는 미세건유리술 통해, 손상 부위에 풍부한 혈류 공급
신경 망가진 ‘손목터널증후군’… 각성수술로 실시간 회복 확인


팔 치료 전문병원 바른사랑병원의 문홍교 병원장은 내시경을 이용한 관절수술의 대가로 꼽힌다. 그는 국내 관절내시경 수술 선구자인 김성재 신촌세브란스 교수의 전임의를 지낸 바 있다. 다양한 국제 정형외과 학술대회와 저널에 관절내시경 수술법과 괄목할 연구 성과로 학술대회 연구대상을 수상했다. 바른사랑병원 제공
관절 부위를 설명할 때 슬관절, 족부, 견관절을 아는 사람은 많다. 그러나 수부나 주관절에 대해 물어보면 대답할 수 있는 이는 많지 않다. 이름은 생소하지만 두 관절은 하루 중 쉬지 않고 가장 많이 움직이는 ‘팔’ 이다.

반복적으로 많이 쓰는 관절인 만큼 관련 질환도 가장 많다. 테니스엘보나 손목터널증후군, 방아쇠수지처럼 잘 알려진 것부터 삼각섬유연골복합체(TFCC) 손상, 듀피트렌 구축증, 골연골병변, 관절염까지 셀 수 없다.

20년 동안 전문적으로 팔 치료를 위한 기틀을 닦아온 병원이 있다. 바로 서울 바른사랑병원이다. 문홍교 바른사랑병원 병원장은 내시경을 이용한 관절수술의 연구, 수술의 대가로 꼽힌다. 그는 연세대 의과대학 졸업 후 지난 20년 동안 다양한 국제 정형외과 학술대회와 저널에 관절내시경 수술법과 괄목할 연구 성과로 학술대회 연구대상을 수상했으며 SCI 저널 KSSTA의 논문심사위원까지 맡으며 누구도 주목하지 않는 주·수부관절 분야에서 대한민국의 위상을 높여왔다. 지난해 문 병원장은 팔 치료에 대한 20년의 경험과 노하우를 가지고 오직 팔 환자들을 위해 ‘바른사랑병원’을 개원했다.


만성 테니스엘보 3단계 치료시스템 도입

테니스엘보(외측상과염)는 명칭과 달리 운동을 하지 않아도 반복적인 팔꿈치 사용만으로 누구나 겪을 수 있는 생활형 주관절 질환이다. 잘 낫지 않는 난치성 팔꿈치 질환으로 악명이 높다. 염증 치료를 위해서 가장 중요한 것은 풍부한 혈액 공급이다. 하지만 팔꿈치의 경우 혈류 공급이 원활하지 못해 손상된 힘줄이 쉽게 낫지 않는다.

바른사랑병원은 3단계 테니스엘보 치료 시스템을 도입해 국내에서 처음으로 만성 주관절 질환의 당일 수술·퇴원 시스템을 성공적으로 안착시켰다. 문 병원장은 “진단법부터 변화를 주고자 했다”며 “보통은 ‘테니스엘보다, 아니다’라는 이분법적 진단만 있었지만 고해상도 초음파나 자기공명영상장치(MRI) 등을 이용해 염증의 분포 범위, 유착과 힘줄의 손상 정도, 팔꿈치 기능 점수 등을 종합 측정한 4단계 분류법(그레이드 1∼4)을 적용해 치료한다”고 말했다.

치료는 3단계로 나뉜다. 1단계는 보존 치료로 진행한다. 기본적인 물리치료가 아니다. 약물과 기구, 발생 원인이 되는 외상과 주변 근육의 강화 운동을 스케줄에 따라 진행한다. 2단계는 그레이드 2, 3단계다. 염증의 유착과 힘줄 손상이 커지는 시기로 자가혈치료술(PRP) 조직재생술과 미세건유리술로 진행된다.

PRP는 손상된 조직의 빠른 재생을 위한 성장인자가 풍부한 자가유래 혈소판 재생치료다. 많은 병·의원에서 PRP 단독치료를 통해 모든 테니스엘보를 치료할 수 있다고 홍보한다. 그러나 염증으로 유착되고 손상이 발생한 힘줄, 혈류 공급이 제한적인 상황에서는 PRP를 쏟아붓는다 할지라도 효과는 반감되거나 미미할 수밖에 없다고 병원 측은 설명했다.

문 병원장은 이 문제를 미세건유리술을 통한 혈류채널 생성법으로 해결했다. 보편적인 유리술은 피부 절개 후 진행되는 반면 미세건유리술은 외과용 미세침을 이용해 피부를 절개 없이 비절개(경피적) 방법으로 염증을 제거한다. 특히 미세침을 이용해 환자의 손상 정도에 맞는 혈류채널을 생성하고 혈류를 풍부하게 공급해 PRP의 효과를 극대화 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힘줄 내 파열과 유착이 심하고 기능제한이 나타나는 4단계는 최소 침습 내시경 방식으로 진행된다. 주관절 내시경은 3mm 정도 크기로 작은 포털을 통해 진행돼 미세건 유리술과 마찬가지로 부담 없이 당일 수술과 퇴원이 가능하다.


각성수술 통해 실시간 신경회복 확인
손목터널증후군 수술도 이름이 남을 만한 성과로 꼽힌다. 손목을 반복적으로 많이 사용해 횡수근 인대가 두꺼워져 정중신경을 압박하는 터널증후군은 뼈나 인대, 힘줄이 아닌 신경이 손상됐기 때문에 수술을 잘못할 경우 평생 후유장애를 남길 수 있다. 보편적인 수술은 정중신경 주행경로를 절개하는 방법으로 진행해 통증이 심하고 회복에 상당기간이 소요된다.

바른사랑병원에서는 손목터널증후군 역시 국소마취를 통한 내시경 유리술로 진행한다. 문 병원장은 “환자가 잠든 상태에서 수술을 할 경우 집도의는 유리술 결과만 보고 괜찮다와 아니다를 판단해야 한다. 그러나 각성수술로 진행할 경우 유리술과 함께 신경자극을 통한 반응을 살피며 회복 상태를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어 높은 수술 성공률을 기대할 수 있다”고 말했다.


팔 미세수술 연구회 발족… 코로나로 랜선회의 준비 중
문 병원장이 주·수부관절 치료를 포기하지 않고 계속 걸어올 수 있던 가장 큰 원동력은 의대 동기이자 25년 죽마고우인 최윤락 신촌 세브란스병원 정형외과 교수 덕분이다. 최 교수는 최근 국내 최초로 팔 이식수술에 성공했다. 문 병원장은 “초기 주·수부관절 내시경이나 경피적 치료 방법은 모두 논문을 보거나 해외 학회에 참석해 습득했다”며 “치료 시 문제가 생기거나 갈림길과 같은 상황에 놓였을 때 서로의 경험을 공유하고 꾸준히 교류하면서 항상 더 나은 치료법을 도입하거나 결과를 낼 수 있었다”고 말했다.

문 병원장과 최 교수는 초기에 둘이 겪었던 시행착오를 동료나 후배 의사들이 겪지 않도록 최근 바른사랑병원에서 팔 미세수술 연구회를 발족했다. 최 교수는 “나와 문 병원장이 이만큼의 경험과 경력을 쌓을 수 있던 것은 김성재 신촌 세브란스병원 교수님을 비롯해 세브란스 정형외과학교실, 관절경 연구회의 교육지원 덕분”이라고 말했다.

팔 미세수술 연구회는 코로나 사태로 인해 랜선 심포지엄이나 라이브 수술 등의 교육 과정을 계획하고 있다. 또 주·수부 질환을 앓고 있는 환자들의 인식 개선과 치료에 도움을 주기 위해 연구회 소속 교수, 원장들이 직접 힘을 모아 자료 제작 등을 진행 중이다.


1년 내 WALANT 시스템 성공 안착 목표

개원 후 더 이상의 꿈이나 목표가 있느냐는 질문에 문 병원장은 국내가 아닌 세계 최초로 팔 치료에 ‘WALANT 시스템’을 정착시키는 것이라고 말했다. WALANT는 국소마취로 환자가 깨어있는 상태에서 지혈대 없이 수술을 진행하는 것이다. 문 병원장이 이런 목표를 말한 이유는 치료에 대한 비용, 심리적 부담을 개선하기 위해서다. 수술을 받더라도 모두 반나절 혹은 하루 안에 퇴원할 수 있다면 치료를 미루다 낭패를 보거나 의학적 근거가 없는 잘못된 치료로 인한 피해 사례를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 주·수부 환자는 슬관절과 함께 잘못된 치료로 인한 합병증 피해 사례가 많다.

문 병원장은 “치료는 환자에게 비용이나 회복면에서 관대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래서 고민한 것이 WALANT 시스템이다. 그는 “팔미세수술 연구회를 비롯한 많은 선후배 동료 의사들과 교류를 통해 반드시 자리잡도록 하겠다”고 전했다.

황효진 기자 herald9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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