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요 명차]가장 안전한 SUV ‘XC90’… 겉멋보단 본질에 충실

동아닷컴 정진수 기자

입력 2021-02-16 07:30 수정 2021-02-16 15: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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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보자동차가 만든 영상을 보면 흥미로운 게 하나있다. 등장인물을 대부분 확대해서 보여준다. 그리고 평범한 일상과 연관 짓는다. 애써 자동차를 포장하기보단 사람을 강조하는데 중점을 둔다. 차는 철저하게 사람을 돕는 수단으로만 그려진다.

이 같은 볼보의 인본주의 철학은 안전이 매개체가 된다. 특화된 안전은 볼보를 선택하는 결정적인 이유기도하다. 볼보 안전은 북유럽의 혹독한 자연 환경에서 빚어졌다. 실제로 스웨덴 주행시험 주무대인 북부 소도시 야르예플로그는 한겨울에 영하 40도까지 내려간다. 볼보는 이러한 악조건 속에서 안전성 검증을 수없이 해왔다.

특히 지난 1956년 개발된 3점식 안전띠는 볼보의 핵심가치다. 볼보 로고에 그려진 파란색 띠 역시 3점식 안전띠를 상징한다. 이 안전띠는 일정 속도 이상에서 잡아당기면 견고하게 고정시켜 탑승자를 보호한다. 당시 볼보는 이익을 남기기보단 기술 공유를 실천했다. 생명을 소중히 여기는 인본주의가 바탕이 된 결정이었다. 덕분에 오늘날 모든 자동차에서는 3점식 안전띠를 맬 수 있게 됐다.

이뿐만 아니라 볼보는 안전에 관해서 선도적인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다. △후면방향 장착 어린인 안전좌석(1964년) △충격 흡수식 범퍼(1974년) △사이드 에어백 및 측면보호시스템(1994년) △저속추돌방지시스템(2009년) 등 세계 최초 기술이 즐비하다. 영국의 조사업체 댓첨리서치 2018년 조사결과에 따르면 2002년 출시된 볼보 XC90 탑승자들은 지금까지 단 한 명도 차량 사고로 목숨을 잃지 않았다.

이번에 만나본 2세대 부분변경 ‘XC90’는 안전·친환경·실용성을 두루 갖춘 완성형 SUV였다. 패밀리 SUV로 사용하는 만큼 안전에 더 공을 들였다. 자동 제동 기능과 충돌 회피 시스템을 결합해 자전거 주행자는 물론 큰 동물과 사고를 막아주는 시티 세이프티, 도로 이탈 완화 기능, 반대 차선 접근 차량 충돌 회피 기능 등을 적용했다.

외관은 볼보 특유의 간결한 모습이다. 군더더기를 덜어내고 최대한 단순하게 표현했다. 북유럽 신화에 등장하는 ‘토르의 망치’ 모양 헤드램프는 강인한 전면부 인상을 완성한다. 볼보 역사상 최초로 적용된 세로 모양 그릴은 차량을 보다 중후하면서도 웅장하게 만든다.

실내는 친환경 소재가 눈길을 끈다. 볼보는 내부마감재 90% 이상을 재활용이 가능한 소재를 쓴다. XC90 좌석의 천연 가죽도 친환경 이온소재로 코팅작업을 마무리했다. 또한 100% 천연 우드 트림을 적용해 실내 공간을 편안하고 안락하게 꾸몄다. 태블릿 PC를 그대로 옮겨놓은 세로형 9인치 센터 콘솔 디스플레이는 센터페시아 내의 버튼을 최소화해 편리했다. 터치스크린 방식은 마찰을 통한 정전기 방식이 아닌 적외선을 이용하는 방식을 적용해 가벼운 터치만으로도 조작이 가능하다. 무엇보다 스웨덴 명품 크리스털 회사 ‘오레포스’의 크리스털로 제작한 기어 스틱이 마음에 들었다.

시승차는 XC90 D5 AWD. 성능은 2.0ℓ 직렬 4기통 트윈터보 디젤 엔진과 8단 자동변속기가 탑재돼 최고출력 235마력, 최대토크 48.9kg.m를 발휘한다. 복합 연비는 10.9km/ℓ다.

디젤차지만 시동을 걸었을 때 엔진 소음이 가솔린차 못지않게 조용했다. 정지 상태에서는 강력한 토크가 부드럽고 빠른 가속을 도왔다. 가속페달을 살짝 밟아도 힘차게 나갔는데 오르막길에서 발을 떼도 멈추지 않고 올라가는 느낌이 매우 시원했다. 비교적 빠른 속도로 곡선 주로에 진입해 운전대를 꺾어도 차체 쏠림이 적었다. SUV임에도 고급 세단과 같은 안정적인 주행감이 느껴졌다. 보통 커브 길에서 회전할 때 차가 핸들 꺾는 반대 방향으로 튕겨나가려는 관성이 느껴지는데 이 차는 그런 느낌이 덜했다. 고속도로에서는 주로 스포츠 주행 모드로 달렸다. 엔진음이 커지긴 했지만 육중한 몸을 민첩하게 치고 나가는 게 인상적이었다. 실내로 유입되는 소음은 카오디오가 상쇄시켰다. 바워스 앤드 윌킨스 스피커로 음악을 들으니 XC90 실내는 콘서트홀로 바뀌어 음악에만 집중할 수 있도록 했다.

운전에 직접적으로 관여하는 ‘파일럿 어시스트’와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 조합의 정확도는 상당히 높았다. 고속도로는 물론 시내 주행에서도 정확하게 주행 차로와 앞 차 간격을 유지하면서 운전에서 오는 피로감을 확 줄였다. 실제 서울 도심 정체 구간에서 매우 유용하게 이 기능을 사용했다. 일정 속도를 설정하면 XC90는 스스로 선행 차량 속도에 맞게 가다 서다를 반복했다. 다만 급격한 곡선 구간에서는 차선을 벗어나는 경우가 있어 신경을 써야했다.

서울 도심 주변 약 150km 주행 후 최종 연비는 11.4km/ℓ가 나왔다. 고속과 저속 주행 비율은 6대 4. 제원에 표시된 연료효율보다 비교적 좋은 결과를 얻었다.

고급 차량답게 장시간 운전해도 매우 편안했다. 흔들림과 진동이 적어 세단의 승차감을 보유한 SUV였다. 또 2열 좌석이 운전석보다 살짝 높은 편이어서 시야가 확보됐다. XC90은 4인승과 7인승 중에서 선택할 수 있는데 시승 차량은 7인승 모델이었다. 통상 7인승 SUV가 갖는 3열의 문제가 동일하게 느껴졌다. 2열은 굉장히 넓었는데 3열을 펼치고 들어가 앉으니 무릎이 앞좌석 등판에 붙었다.

차체는 전장 4950mm·전폭 1960mm·전고 1770mm로 X5(4922mm·2004mm·1745mm) GLE(4930mm·2020mm·1770mm)와 비슷한 크기로 설계됐다. 트렁크 용량은 기본 1019ℓ다. 40:20:40 개별 폴딩 기능을 지원하는 2열 시트까지 접을 경우는 1868ℓ까지 확보된다.

동아닷컴 정진수 기자 brjean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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